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05:19:00 기준
  • 규제
  • #데일리팜
  • AI
  • 인수
  • 약국 약사
  • #수가
  • 의약품
  • GC
  • 급여
  • #제품

[기자의 눈]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보호해야 할 이유

  • 정혜진
  • 2017-12-07 12:14:53

제목 그대로다. 긴급 상황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우선적으로 구출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뭘까. 단지 '인도적 차원'에서일까? 난 이들이 '성인 남성'보다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며 남긴 많은 미담들은 대부분 강한 성인 남성이 자신보다 약한 여성, 어린이, 노약자를 먼저 구출한 이야기다. 먼저 살겠다고 뛰쳐나가도 모자랄 판에, 약한 존재를 우선적으로 구출한 후에야 남성들이 구조보트에 탄 것은 '인간애, 박애정신'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 이전에, 구조대가 오기까지 사망하기 쉬운 약한 사람보다 건장한 사람들이 잘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서양식 합리적 사고의 결론이기도 하다. 더 많은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약한 사람을 먼저 구한 것이란 뜻이다.

더 약하기 때문에 울타리를 높이고 강한 보호막을 둘러쳐 보호할 것들은 또 있다. 범위를 넓혀보자.

이 글을 쓰는 기자에게 사실을 기사화할 수 있는 권리도 침해당하기 쉬운 '보호돼야 할' 것들이다. 기자 업무는 자칫하면 권력이나 자본과 손잡고 얼마든지 편한 길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약하고 취약하다. 기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기사를 보기 위해 우리는 취재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약사의 권위, 합법적인 약국 개설 논리는 다른것들도 보호받아야 할 예민한 존재다. 기자나 약사가 남들보다 잘 나서가 아니라, 유리처럼 깨어지기 쉽기 때문에 보호해주는 것이다. 약국 개설이 얼마나 쉽게 자본에 무너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창원경상대병원 사례에서 보고 있지 않나.

회의장 내 칼부림까지 초래한 안전상비약을 보자. 의약품 판매처를 제한하는 것은 그만큼 의약품이 남용되기 쉽고, 공산품처럼 마구 판매됐을 때 해악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국은 대자본이 운영하는 편의점이나 마트에 비해 마케팅이나 시장논리로 봤을 때 취약하기 짝이 없는 소매점이다. 그러니 법으로 보호하고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여성, 어린이, 노인, 취재권, 약국 개설과 의약품 판매. 모두 자본과 대기업, 힘을 가진 주체보다 약하기 때문에 보호돼야 할 것들이다.

지금이 앞서 말한 타이타닉 침몰과 같은 위급한 상황이라 가정해보자. 서양식 합리주의 관점에서 지금 우리 상황을 보자. 대기업과 자본 뿐만 아니라 소기업, 약사와 약국 등 더 많은 주체가 생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침해당하고 깨져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말이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