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린 어미 닭처럼 '올리타'를 품을 수 있을까
- 조광연
- 2017-12-28 06: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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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신약개발 도전사를 보면 꿈에 부풀어 남극으로 향하는 쇄빙선의 고군분투가 떠오른다. 신약개발, 이 용어조차 낯설고 아득했던 때부터 쇄빙선 한척 없이 조각배에 기업의 운명을 싣고 망치로 얼음을 깨어가며 남극을 향했다. 경쟁사와 다르게 상상했고, 한걸음 앞서 우직하게 행동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했던가. 호재든, 악재든 제일 먼저 영예를 안고, 앞장서 풍파를 겪었다. 풍랑이 지나가고, 여명이 밝았을 때 혁신신약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는 남극의 언저리에 조각배는 도달해 있었다. 조단위 기술수출의 연장선에 있는 3세대 폐암치료제 올리타는 대한민국의 '문제적 혁신의약품'으로 국내 제약산업계의 미래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R&D 측면에서 올리타는 '선택과 집중, 생략과 점프의 결과물'이다. 한미는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R&D 프로젝트를 항암제와 당뇨로 좁혔다. 그런 까닭에 이레사나 타세바와 같은 1세대 비소세포폐암치료제에 내성이 찾아왔을 때 베링거인겔하임이나 화이자처럼 한미도 2세대 항암제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다국적사들의 임상은 대부분 실패했다. 포지오티닙으로 이 대열에 동참해 있던 한미도 같은 임상 경험을 맞게됐다. 고민 끝에 한미는 2세대를 전략적으로 생략하고 3세대로 건너뛰기로 결단했다. 원하는 게 없는 가로등 불빛 아래를 서성이지 않았다. 대신 가로등 불빛 밖 어둠의 지점에서 신약 후보물질 올무티닙(상품명 올리타)을 발굴, 개발에 나섰다. 오랫동안 R&D에 투자하며 생긴 안목, 속도의 중요성을 터득한 덕분이었다.
올리타는 올해 매우 낯선 '약가 협상 테이블'을 펼쳤다. 아스트라제네카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타그리소와 건강보험 등재를 놓고 팽팽하게 경쟁했다. 다국적제약회사 혁신의약품과 건강보험 등재를 놓고 동시에 경쟁한 사례는 별것 아닌 것같지만, 대한민국 제약산업 역사상 전례없었던 빅 이벤트였다. 협상장은 언제나 그러했듯 '건강보험공단대 다국적제약회사'의 뻔한 구도였다. 그런데 올리타가 처음으로 이 굳어진 관행에 하이킥을 날렸다. 더 의미있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타그리소에 태클을 거는 품목이 없다는 점이다. 올리타의 위상은 그래서 더 각별하고 남다르다. 이젠 국내 제약산업의 역량도 쌓여 종종 보게될 장면이다. 올리타와 타그리소 모두 급여권 진입에 성공했다. 해피엔딩일까?
혁신 신약의 개발과정을 처음 겪어보는 우리 사회에서 '올리타의 통과 의례'는 혹독했다. 기술을 사간 다국적제약회사와 계약이 무산되고 이어진 부작용 이슈 때문이었다. '약 먹고 사람 죽었다'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며 선입견을 덧씌우는 말은 의약품 개발과정과 의약품 고유의 특성에 대해 설명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안전한 약 타그리소, 부작용 있는 약 올리타' 같은 프레임은 국산 혁신신약에 수갑을 채우고야 말았다. 모험에 가까운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을 포용하려는 문화의 부재, 부작용이 내포된 항암제를 위험대비 이득의 크고작음의 관점에서 의료진이 통제하며 사용하는 의약품 특수성에 관한 이해가 부족했다. 도입신약이나 제네릭에 익숙한 환경에서 감당해야할 '새로운 현상'이었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에게, 한국제약산업에게 새 출발의 신호탄이겠지만 '2017년 올리타 현상'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의 물적, 인적 역량은 물론 개발과정에서 관리의 역량, 혁신신약의 특수성과 개발 과정(즉 부작용 이슈)을 수용하는 문화까지 글로벌 빅파마와 선진 의약국에 한참 못미친다는 점에 대한 각성이다. 허가 당국인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부작용을 관리하며 쓸 수 있는 항암제"라고 결론을 내려도 온나라가 '기업이 뭔가 속이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으로 뚫어지게 지켜보며 모두 훈수를 두는 나라에서 혁신에 대한 도전과 모험은 제풀에 꺾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혁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올리타를, 글로벌의약품으로 개발되도록 우리는, 어미 닭처럼 인내심을 갖고 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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