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투, 기댈 곳 없었던 피해자의 '결단'
- 김민건
- 2018-03-12 06: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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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를 들여다보면 미투는 우리가 키워 온 '현실'이다. 영업현장의 여성 영업사원(MR)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었다.
여성 MR은 거래처 관계자와 단 둘이 만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타 직종에 비해 많다. 상대방이 처방권을 비롯해 업무와 관련한 권한이 있다면 '술 한잔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현실이다.
실제 여성 MR을 상대로 제약사나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추행 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회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제약사 내부라도 상황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늘 예쁘다. 술 한잔 하자. 옷이 똑같은데 어젯밤 집에는 들어갔냐"는 얘기들이 직접 전해지거나 전화와 문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선배라는 이유로,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농담이라는 이유다. 그 한마디가 한 사람에겐 지울 수 없는 아픔과 기억으로 남았다.
당사자는 하소연 할 곳이 없다고 한다. 팀장, 팀원, 후배 대부분 단지 남자라서가 아니다. 그 얘기를 듣는 동료 여성 MR조차 "몰랐다"는 말을 한다.
신약개발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임상 대상자 인권과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면서도,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드물다는 것이 아쉽다.
영업현장에서 보호 대책이란 팀장이 동행하거나 거래처를 바꾸는 등의 미봉책일 뿐이다. 회사는 직원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쉬쉬할 뿐이다.
직원들이 기댈 곳은 회사다. 부당한 대우나 어려움,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전문상담사와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인권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한 것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회식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도 단편적이다. 일을 잘한다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언어폭행 따위를 눈감아주는 회사도 공범자는 아닐까.
냉정하게 바라보자. 할 수 있는데 못 한 것과 처음부터 하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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