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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약국개설 허가권자

  • 정혜진
  • 2018-05-17 06:27:19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속담이 비난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생선을 탐하는 고양이일까, 고양이를 의심하지 않은 순진무구한 생선가게 주인일까.

이러한 구도에서 우리는 생선가게 주인을 주인공으로 놓고 고양이를 쉽게 악역에 놓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악의 무리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고 그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정의롭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니 말이다.

지금 약국 개업 시장을 놓고 보면 이 혼란해진 세상에 빗댈 만 하다. 약사에게만 주어진 약국 개설권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도매가, 일반인이, 병원이 가세했다.

창원경상대병원은 그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전례가 된 지 오래다. 창원 약사들은 병원 부지 건물 1층에 약국을 막고자 창원시와 지자체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 싸움을 하고 있으나, 아직 싸울 자격이 있는 지 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오는 16일 1차 변론을 기다리고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인지 몰라도, 창원 사태가 시작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병원 부지 약국 개설 사례가 봇물 터지듯 불거졌다. 서울에서만 H병원에 이어 S병원까지 부지 내 건물에 약국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지역 약사회 눈치를 보고 있다. 여론만 잠잠해지면 바로 내일이라도 약국이 문을 열 태세다.

'약국을 하면 큰 돈을 번다'는 속설은 약사들이 직업을 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도매와 병원이 편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약국 자리에 매달리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돈만 있으면 다 하지. 그걸 누가 마다해'라는 어느 유통업계 관계자의 푸념처럼, 약사 아닌 자의 약국 개설은 이제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아닌, 기회만 되면 누구나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생선이 약국 자리라면, 고양이는 자본가이자 병원이다. 그럼 생선가게 주인은 누구일까. 100% 적확하다 할 순 없으나 약국 개설 허가를 내주는 정부, 지자체가 될 수 있겠다.

고양이가 생선을 먹는 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데, 그 걸 알면서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주인이 순진한 걸까. 단지 '순진해서 당했다'며 고양이를 탓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나쁜 짓 할 여건을 허용하면서 나쁜 짓 한 고양이만 장대에 매다는 건 생선가게 주인의 순진함과 어리석음에 면죄부를 주는 짓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보건소와 지자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약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와 약사와 국민을 위해서다. 병원에 귀속된 약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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