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01:52:41 기준
  • 규제
  • AI
  • #데일리팜
  • 약국 약사
  • 인수
  • 허가
  • #수가
  • 의약품
  • GC
  • #제품

[기자의 눈] 감기일 뿐인데 항생제 꼭 먹어야 하나?

  • 김민건
  • 2018-06-04 06:29:30

최근 무리한 활동으로 몸살 기운이 있어 서울시 공덕역 근처에 있는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동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이날 아침 일어났을 때 몸이 좋지는 않다고 느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였다. 콧물을 조금 훌쩍이는 수준에서 '맑게' 나왔고, 가래는 없이 기침만 살짝 하는 정도였다. 열이 있지는 않았다.

몸 상태는 전반적으로 이랬다. 문진 간 비교적 정확히 이러한 증상들을 전달하면서 "최근 운동 등을 많이 하고 쉬지 못했다"고 하자 의사는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약을 처방해줄 테니 먹고 주사를 한 대 맞고 가라"고 했다. 다만 느끼기에 항생제 주사를 맞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안 맞아도 될 것 같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짧은 몇 분간의 진료가 끝나고 받아든 처방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6개에 이르는 전문의약품이 처방전에 이름을 올렸고, 그 중 하나는 '비급여' 의약품이었기 때문이다.

처방전에는 진해거담제 2품목과 항생제, 소염효소제, 진통해열제, 급성기관지염 치료제가 적혀있었다. 순간 과다 처방이 아닌가 싶은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문진에 답한 증상에 따라 처방이 나온 것일 수 있다. 기침 증상이 있고 콧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사제와 두 품목의 진해거담제, 비급여 급성기관지염 치료제까지 먹을 정도로 나쁘다고 느끼지 않았고, 비교적 정확하게 현 상태를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최근 몇년 간 국내 항생제 과다처방과 국제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되어 온 터다. 환자로 왔지만 '돈'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는 불편함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처방률 95%가 의원급 의료기관이라고 공개됐다.

"과다하게 처방된 것 아니냐"고 병원에 물었지만 증상에 따라 처방됐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로 병원 앞에 있는 약국에 가서 "이렇게 많은 약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을 해서야 약사는 불필요한 약을 빼주었다. 그 후 환자용 처방전을 받지 못한 것을 떠올리고 진료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달라고 하자, 조제 내역으로 변경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다.

처방전을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만약 의약품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였다면 어땠을까. 전문가가 처방해준 처방전의 또 다른 이름은 '신뢰'다.

변경 전 처방 내역에 대해 더 말하자면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와 만 12세 미만의 소아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고령 환자 등에만 급여가 적용되는 진해거담제 시럽이 포함됐다.

기자는 30대 초중반의 얼핏 보기에도 건장한 체격이다. 진해거담제 시럽을 비급여로까지 처방받아 복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때문에 과다 처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처방과 조제를 받기는 했지만 결국 복용하지 않았고 다음날 몸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동네 병의원 중에는 "어디가 잘 본다더라"라는 얘기를 듣는 곳도 있고, "약을 받았는데 잘 안 낫는다. 실력이 없다"는 소문이 도는 병원이 있다. 감기 등 경증 환자가 많은 곳은 '빨리' 낫게 해주는 게 실력이 좋은 병원으로 평가돼 환자가 몰린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그러나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 문제와 과다 처방은 국가적 위협으로 여길만 하다고 본다. 동네 주민 건강을 정말 위협하는 건 항생제 남용이 아닌지 의약사들은 고민해야 한다. 또 과다처방으로 인한 혈세 낭비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