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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혈압약, 환자만큼 약국·도매도 두렵다

  • 정혜진
  • 2018-07-10 12:29:50

언제까지 시장 논리에 맡겨둘 것인가.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거나, 하다못해 의약품 하나라도 교환, 반품, 회수 조치가 되면 뉴스를 접하자마자 약국과 도매업체는 긴장한다. '이번엔 또 얼마나 싸우고 시달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단다.

몇해 전 의약품 일괄 약가인하는 제약사에게도 폭탄이었지만, 중간에서 의약품 배송을 주로 해온 도매업체에게도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왔다.

정해진 날짜가 가까워지면서부터 '전쟁'은 시작된다. 제약사가 약가정산 분을 줄이고자 물량을 조절하면 '약이 없다'고 성화하는 약국 항의에 맞춰 없는 약을 구해다 주는 것으로 도매업체의 고난이 시작된다. 날짜가 임박하면 자사의 해당의약품 재고는 물론 거래 약국 재고까지 물량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재고를 입력하라'고 약국에 공지한 후 정한 날짜가 되면 각 약국에 차액을 정산해주려 도매업체 경리부는 또 한번 전쟁터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약국 정산까지 해준 도매업체에 제때 정산액을 주지 않는 제약사다. 심한 경우 1년 가까이 정산을 미루는 배짱을 볼 수도 있다. 약사법에서 정하지 않았으니 강제할 수 없고, 거래관계에서 때론 을이 되는 도매가 정산을 재촉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의약품이 반품, 회수될 때마다 반복된다. 다빈도일 수록, 거래 약국이 많을 수록 골치아픈 상황은 비례한다. 도매업체뿐일까. 반품, 회수일 때에는 약국도 비슷한 고초를 겪는다. 소비자 항의를 (잘못도 없이) 약국이 감당해야 하고, 환불, 정산 등을 약국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 업무는 또 도매로, 제약으로 이어진다.

타이레놀 어린이 시럽 등 굵직한 의약품 회수 조치를 회상하며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반품, 회수 때문에 추가로 약국을 왔다갔다 하는 인력, 그에 따른 유류비, 정산 업무 폭증은 기본이다. 어떤 약국은 착불로 의약품을 보내온다. 배송비까지 내며 왜 도매업체가 제약사 불량제품을 회수해줘야 한다." 이 당시 정산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그건 시장 논리에 맞춰 업체들끼리 해결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장 논리에 따르자면 도매업체와 약국은 정부의 문제의약품 반품,회수 절차에 협조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계 종사자라는 의무감에 이 모든 걸 감당하는 개인사업자, 유통업자들에게 정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며 반품, 회수 공지를 띄운다.

의약품 반품 절차나 매뉴얼에 대한 취재를 여러번 해왔지만, 그 때마다 환자와 생산자 중간에 끼어있는 약국과 도매업체는 '기준이 될 만한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항의한다.

그러나 식약처가 내세우는 가이드라인은 오로지 제약사와 식약처 간의 절차만 포함될 뿐, 잘못된 의약품이 실제 제약사로 돌아오기까지 거치는 무수한 인력에 대한 인건비, 수고비, 실비와 절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219 품목 고혈압약이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으로 인해 판매 중지됐다. 일부 품목은 회수 결정이 불가피할 지 모른다. 한 품목도 골치아팠던 약국, 도매업체들에게 다수 품목이 회수될 지 모르는 이 사태는 감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업무 증가와 비용 증가, 지난한 정산 절차를 떠오르게 한다.

위기 사항일 수록 빛나는 것이 매뉴얼이라던데, 우리 의약행정에서 이러한 빛나는 매뉴얼이 마련될 날이 아직도 먼 것일까. 오늘도 약국과 도매는 어쩌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반품, 교환 절차를 나홀로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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