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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혁신신약의 공허한 마케팅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의약품, 유전자치료제, 비만약,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 영역에서 신약들이 등장하며 후발주자들의 연구개발(R&D)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의미하는 ‘First-in-Class’와 ‘차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들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용어들이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을 표방하며 경쟁력을 강조하려는 전략이겠지만, 정작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부족한 경우도 적지 않다.

First-in-Class는 단순히 기존 약물과 다른 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붙일 수 있는 타이틀은 아니다. 기전의 독창성, 임상적 유의미성,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이는 기존 치료법에 내성이 있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제약바이오사들은 기존 약물의 구조를 살짝 변형했거나 기전이 완전히 새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First-in-Class를 내세우기도 한다. 심지어 동일 기전 내에서 최고 효능을 보이는 신약인 ‘Best-in-Class’조차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신약후보물질이 혁신신약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차세대’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차세대 항암신약,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 차세대 비만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다만 기존 약물과의 차별성이 명확하지 않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세대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혁신성이 보장된 듯한 착각을 야기한다. 하지만 막상 임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거나, 상업화 단계에서 글로벌제약사와 경쟁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약산업의 본질은 신뢰다. 환자와 의료진이 기대하는 신약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옵션이다.

따라서 과도한 홍보보다는 근거 중심의 연구개발과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제약바이오업계가 진정한 혁신을 이루려면 혁신을 마케팅 도구가 아닌, 철저한 검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책임 있는 명명법으로 사용해야 할 때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오랜 연구개발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입증해왔다. 현재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제약바이오업계도 이와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혁신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First-in-Class’와 ‘차세대’는 공허한 수식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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