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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원외탕전실 인증제, 한약 안전성 담보할까

  • 이정환
  • 2018-09-05 16:15:18

정부가 한약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이달부터 시행했다. 첩약과 약침 등에 쓰이는 한약재 원료 입고에서 부터 보관, 한약 조제, 포장, 유통까지 관여해 더 안전한 한약을 국민 앞에 내놓겠다는 포부다.

긍정적인 제도 시행 취지에도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는 한약사와 약사, 의사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은 더 안전한 한약이 만들어질 것이란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되레 조제가 아닌 대량제조 한약이 불법 양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일부 보건의약 직능단체 간 찬반 대립을 잠시 뒤로하고 본질을 짚어보자.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정말 더 안전한 한약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린 '안전한 한약'이란 표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식품이 아닌 의약품과 한약에서 '안전성(safety)'은 '품질(quality)'과 섬세하게 구분해야 한다. 질병 치료가 목적인 의약품과 한약의 안전성은 단순 품질보다 부작용과 더 친숙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정책홍보에 내포된 '탕전실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 한약 안전성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란 논리가 다소 위험하고 혼란 유발 소지가 있는 이유다.

쉽게 말하면 복지부 홍보문은 자칫 "평가 인증제가 지금보다 부작용이 적은 한약을 만들어 낼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다. 물론 운영 기준이 강화되고 주기적으로 인증을 반복(3년 마다)하면 과거보다 불순물이 함유되거나 문제가 있는 한약재가 쓰일 확률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약 조제 과정 중 위생 등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약효가 증가하거나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 예단할 수는 없다. 첩약과 약침의 약효·안전성은 투약 환자가 부작용 없이 병세가 완화됐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인증제가 국민에 더 안전한 한약을 제공할 것이란 표현은 다듬어져야 한다. 인증제는 기존 대비 더 깨끗하고 품질이 우수한 한약이 조제될 환경을 마련할 뿐 부작용이 줄거나 약효가 뛰어난 한약 조제에는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한약사를 중심으로 약사, 의사도 인증 기준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준 변경 등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시행안을 수정해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한약 조제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다. 이처럼 돌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인증제를 직역갈등과 국민혼란 없이 운영하려면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책홍보와 함께 개선된 기준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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