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의약품사업 광폭행보...대기업 잔혹사 끊을까
- 천승현
- 2019-09-03 06: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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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SK, 3개 의약품 생산기지 통합...글로벌 CMO기업 겨냥
- SK바이오팜, 수면장애신약 FDA 승인 등 성과 가시화
- 합성의약품·백신·혈액제제 등 별도법인 구축...대기업 실패기 극복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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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SK그룹이 의약품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연이어 신약 성과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 생산사업도 몸집을 키우며 광폭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그룹 차원에서 합성의약품, 백신, 혈액제제 등 성격이 다른 분야별로 독립법인을 가동하며 체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번번히 의약품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성공사례를 배출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주)SK, 3개 의약품 생산기지 통합법인 출범...글로벌 CMO기업 도약
2일 업계에 따르면 (주)SK는 한국, 유럽, 미국 등 의약품 생산기지를 통합하는 신설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설립되는 SK팜테코는 SK의 100% 자회사로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아일랜드, 앰팩 등 3개 법인을 두는 대형 의약품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기업으로 출범하게 된다.
SK는 보유하던 SK바이오텍 주식과 SK바이오텍으로부터 이전받은 자산을 SK팜테코에 현물출자한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아일랜드, 앰팩 등 3개 법인이 SK팜테코의 100% 자회사이자 SK의 손자회사가 되는 구조다. 통합법인은 내년 1월 출범 예정이다.
SK 측은 “통합법인 설립은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2015년 4월 SK바이오팜의 원료의약품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2016년 SK가 SK바이오텍을 100%로 자회사로 편입했다. SK는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2016년 3월 400억원, 2017년 11월 1725억원을 투자했다.
SK바이오텍아일랜드는 지난 2017년 6월 SK바이오텍이 1700억원에 인수한 BMS아일랜드 공장이 전신이다. SK는 지난해 7월 미국 바이오제약 CDMO인 앰팩의 지분 100%를 사들이며 미국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SK그룹이 SK바이오텍아일랜드와 앰팩을 인수하는데 약 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팜테코 출범으로 지역별 CMO들이 통합 운영되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생산규모 확대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생산규모의 경우 현재 100만ℓ 수준에서 2020년 이후 세계 최대 규모 수준까지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SK는 2025년 이후 CMO 사업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SK 관계자는 “글로벌 M&A를 통해 한국, 미국, 유럽 내 생산기지 및R&D 경쟁력을 확보한 데 이어 통합법인 설립으로 CMO 3사간 공동 운영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가 가능하게 됐다”며 “향후 통합법인의 미국 내 상장 및 글로벌 M&A 등 추가 성장 전략의실행을 통해 글로벌 톱10 CMO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CMO사업 뿐만 아니라 신약, 합성의약품, 백신, 혈액제제 등 사업특성별 별도 법인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SK의 100% 자회사 SK바이오팜이 최근 눈에 띄는 신약 성과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주)SK의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신설된 법인이다.
SK바이오팜은 이미 자체개발한 2개의 신약이 글로벌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해 2011년 재즈파마슈티컬즈에 기술이전한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가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받았다. 솔리암페톨 성분의 수노시는 선택적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저해제(DNRI) 기전의 약물이다. 기면증 또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OSA)을 동반한 성인 환자의 각성상태를 개선하고, 주간 졸림증을 완화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재즈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노시'의 FDA 허가로 총 3650만달러의 기술료 수익이 발생했고 이중 일부가 SK바이오팜으로 유입됐다. 수노시는 지난 7월 미국 시장에 발매됐다. 재즈는 2025년 수노시의 매출 목표를 5억달러(약 6000억원)으로 설정했다.

SK바이오팜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에서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신약허가를 신청했다. FDA는 지난 2월 세노바메이트의 허가심사를 시작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부분발작(Partial onset seizure) 증상을 보이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간질 치료제다. 체내 흥분신호를 전달하는 소듐(Na+) 채널을 선택적으로 차단하고, 시냅스(synapse) 전 단계의 신경세포에서 억제성신호전달물질 가바(GABA)의 방출을 촉진하는 이중기전을 갖는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기업이 독자개발해 임상시험을 거쳐 직접 FDA 허가신청 단계까지 도달한 최초의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Arvelle Therapeutics)와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규모는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며 SK바이오팜은 반환의무가 없는 선계약금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수령했다.
SK바이오팜은 집중력장애, 조현병, 파킨슨병, 조울증 등 미충족수요 영역에 특화된 신약 파이프라인 8종을 보유 중이다.
◆SK디스커버리, 합성의약품·혈액제제·백신 사업 별도 운영...성과 가시화
SK그룹 또 하나의 의약품 사업의 축은 SK디스커버리다. SK디스커버리 아래에 SK케미칼, SK플라즈마,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각각 합성의약품, 혈액제제, 백신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케미칼의 모회사는 SK디스커버리다. (주)SK와는 지분 관계가 엮이지 않았다. SK 간판을 달고 SK디스커버리와 (주)SK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구도다.
SK케미칼은 최근 혈액제제, 백신사업을 독립법인을 떼어 사업영역에 특화된 연구·마케팅 전략을 꾀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SK그룹에서는 SK케미칼이 의약품 사업에서 오랜 기간 성과를 내왔다. SK케미칼은 지난 1987년 삼신제약을 인수하면서 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백신전문업체 동신제약을 추가로 인수했다. SK케미칼은 활발한 R&D를 통해 국산신약 2개(선플라, 엠빅스), 천연물신약 1개(조인스)를 배출했다.
SK케미칼은 지난 2015년 5월 혈액제제 사업을 전담하는 SK플라즈마를 출범했다. 2017년 말 SK케미칼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SK플라즈마는 현재 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의 100% 자회사다.
SK플라즈마는 설립 직후 약 1500억원을 들여 경북 안동에 혈액제제 공장을 건설했고 최근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안동 공장 가동으로 종전보다 약 500% 늘어난 연 60만 리터의 혈액제제 생산 규모를 확보했다.
SK플라즈마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혈액제제의 수출과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국영제약사 바이오파마, 인도네시아 적십자와 ‘혈액제제 위탁 생산과 기술 이전’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MOU)을 맺고 완제의약품의 인도네시아 현지 등록과 수입을 진행키로 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원료 혈장을 SK플라즈마 안동공장에서 위탁생산하고 SK플라즈마 기술이전과 바이오파마 분획공장 설립 등의 내용에도 합의했다.
지난해 7월 SK케미칼은 백신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SK케미칼은 존속하면서 신설회사의 발행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 단순물적분할방식이다. SK케미칼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98.04%를 보유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역량은 2012년 경북 안동에 2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백신공장 엘하우스(L HOUSE)다. 엘하우스에는 세포배양·세균배양·유전자재조합 등의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대상포진백신을 포함해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가 내수 시장에서 선전을 지속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는 올해 2분기까지 발매된지 1년 반만에 453억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분기에 2000만달러(약 240억원)의 기술료 수익도 유입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2월 미국 사노피파스퇴르와 세포배양 방식의 고효율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총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1억5500만달러다. 반환의무 조항 없는 계약금은 1500만달러, 기술이전 완료시 수령하는 마일스톤은 2000만달러다. 계약 단계별 수령하는 마일스톤은 1억2000만달러를 수령하는 조건이다. 이중 계약금 1500만달러는 기술수출 계약 직후 받았다. 여기에 최근 기술이전이 완료되면서 추가 마일스톤도 확보했다.
◆LG·한화 등 대기업 계열 제약사 번번이 고배...SK 행보 주목
업계에서는 SK의 공격적인 의약품 사업 행보가 그동안의 대기업 계열 제약사의 부진을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사실 국내에서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번번이 실패를 겪고 고배를 들었다.
한화는 지난 1996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하고 2004년 에이치팜을 흡수합병하면서 드림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6년에는 한국메디텍제약을 인수했다. 지난 2014년 드림파마의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케미칼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드림파마를 미국 제약사 알보젠에 매각했다.
지난 2013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한독에 매각하면서 의약품 사업에서 백기를 들었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1982년 태평양화학 의약품사업부에서 분사했다. 지난 2012년 모 그룹으로 다시 편입되면서 의약품 사업에서 철수했다. 2015년 3월 태평양제약의 사명은 에스트라로 변경됐고,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에스트라의 필러 사업을 올해 초 인수했다.
드림파마와 태평양제약은 시장 점유율이 추락하는 시점에 매각이 이뤄졌다. 해외 시장보다는 내수 시장에만 안주하다 리베이트 규제강화, 약가인하 등 환경 변화로 실적이 부진하자 투자 확대로 의약품 사업을 육성하는 것보다는 사업 포기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드림파마와 태평양제약 모두 대규모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면서 체면을 구긴 경험이 있다. 드림파마는 지난 2011년 800억원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적발됐고 태평양제약은 152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돼 2011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6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 2002년 (주)LG (옛 LGCI)는 생명과학사업부문을 분할해 LG생명과학을 설립했다. 그러나 16년만인 2016년 LG화학으로 흡수 합병되면서 LG생명과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LG생명과학이 팩티브와 제미글로 등 2개의 신약을 개발하며 성과를 냈지만 자체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독립경영이 청산됐다.
CJ도 의약품 시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CJ는 1984년 유풍제약, 2006년 한일약품을 각각 인수하며 의약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14년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를 독립법인으로 분리했다. 지난해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CJ그룹은 의약품 사업에서 철수했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를 개발하며 성공신화를 쓰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성분 변경 논란에 휘말리며 인보사케이의 허가는 취소됐고, 관계사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폐기 위기에 처했다.
롯데제과도 롯데제약을 흡수 합병하면서 의약품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롯데는 지난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 롯데제약을 출범시키며 의약품 시장에 진입했지만 높은 진입장벽과 사업 집중화 등을 이유로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업계에서 SK의 공격적인 의약품 시장 전략의 성패 여부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들은 의약품 사업에 뛰어든 이후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면서 실패를 반복했다”라면서 “SK가 과감한 투자와 맞춤형 시장 전략을 지속한다면 대기업 계열 제약사의 첫 글로벌 성공사례를 배출하고 또 다른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동기도 부여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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