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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정직 강윤희 위원 "식약처, 환자위한 조직 아냐"

  • 이탁순
  • 2019-09-19 06:17:43
  • 전문가로 구성된 제3기관 설립 주장…의사 인력 턱없이 부족

강윤희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국회 1인 시위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내부를 비판해온 강윤희(50, 서울의대 졸, 소속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이 상사 협박 등의 이유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전문의로, 식약처 단기계약직인 그는 오는 12월 계약이 만료된다. 만약 재계약이 안 된다고 가정하면 현 시점부로 해고를 당한 거나 다름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강 위원처럼 의사 출신으로 임상시험계획서를 리뷰하는 임상심사위원이 12명이 있다. 강 위원은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사 등 전문인력이 부족해 의약품의 안전성 검증이 부실하다며 아예 제3의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강 위원은 17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고 바로 업무에서 배제됐다. 18일 어쩔수 없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던 그를 불러 여의도 모처에서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오늘은 출근을 안 했나?

"나와 같은 임상심사위원들은 식약처 본부가 있는 오송이 아닌 정부청사가 있는 과천에서 일한다. 정직 처분을 받아도 당분간 더 일할 거라고 생각해 검토하던 임상시험계획서 리뷰 업무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업무에서 배제됐다."

▶식약처에 의사 등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해왔다. 현재는 몇 명으로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가?

"의사로 구성된 임상심사위원이 현재 12명이다. 이들은 단기계약직으로 1년마다 갱신된다. 내가 알기로는 미국 FDA는 의사인력이 500명이 넘고, 중국은 700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약품 심사업무에 의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인력으로는 어려운가?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12명이 거의 대부분의 임상시험계획서를 리뷰하고 있다. 기존 인력들이 전문적인 리뷰가 가능하다면 우리를 뽑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성 범위가 다르다. 환자에 대한 전문가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임상시험의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피험자를 위해서라면 의사 전문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다른 나라 규제기관에 의사인력이 많다고 해도, 우리나라 현실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나 문화적인 면도 무시 못할테고.

"식약처 내부에서 통계를 뽑은 게 있다. 1건의 임상시험계획서를 검토하는데 2주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임상시험 건수 대비 인력 49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현재 12명과 비교해도 많은 숫자다. 물론 이 정도보다 더 많은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제대로된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할 수 있다."

▶의사뿐 아니라 전문인력 충원은 식약처 내부에서도 항상 나오는 이야기다. 다만 예산범위 등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식약처도 더 뽑고 싶은 것으로 아는데.

"그건 식약처의 변명이다. 그럴거면 내가 아니라 식약처장이 국회에 나와 1인 시위를 해야한다. 채용 공고 수수료 때문에 의사 커뮤니티에도 구인활동은 안 한다. 커뮤니티에 채용공고를 한 해와 안 한 해의 지원숫자는 천차만별이다. 사실은 의사 등 전문인력 채용에 의지가 없는 것이다."

▶선진 규제기관들은 임상시험계획서 리뷰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에도 의사 전문인력을 활용하나?

"FDA에서는 부작용 감시 업무도 대부분 의사들이 한다. 또한 미심쩍은 약이 있을 때 최종 승인여부도 의사가 내린다. 우리나라는 의사 뿐만 아니라 통계 전문가도 부족하다. 로우데이터의 무흠성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까다롭지만 정확하게 검토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면 지금 식약처 인력으로는 제대로 된 의약품 검토가 안 된 다는 것인가?

"나는 (현재 의약품 심사가) 검토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 공부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현실과 환자를 위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선진국가 기관에서 허가된 약이 우리나라에서 반려된 예가 있는지 찾아봐라.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럴거면 미국 FDA나 유럽 EMA, 일본 PMDA 등 선진기관 약물은 가교 데이터나 품질심사 정도만 하고 빨리 허가를 내주는 게 오히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7월부터 1인 시위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내용을 충분히 내부에 알려왔나?

"여러차례 상사에 메일을 보내 개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거의 답변이 오지 않았다. 한번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말기암 환자가 사망해 해당 약물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요청했는데 묵살당했다. 언론에 제보하겠다고도 했지만, 답은 없었다. 말기암 환자는 의약품의 유효성보다는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 말기암 환자의 임상시험은 안전성 관리를 더 염격히 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주장하는 걸 넓게 생각하면 안전관리 강화와 인력 충원이다. 어찌보면 식약처 내부에서도 항상 나온 말인거 같은데, 왜 징계를 당했나?

"그런거다. 국회나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한 내용들이 상사에 대한 협박이나 지시를 거절했다 이런 게 징계사유이다. 난 징계사유서를 보고 분노보다는 조직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식약처는 환자를 위한 조직이기보다는 식약처를 위한 조직이 된 것 같다."

▶1인 시위하면서 DSUR이나 PSUR 등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SUR, PSUR 용어가 생소한데, 설명해달라.

"DSUR은 개발중인 의약품의 정기 안전성 정보이고, PSUR은 시판 중인 약의 정기 안전성 정보다. 모든 부작용 정보가 집약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2012년 임상시험질의응답집에 보면 기업은 정기적으로 DSUR 자료를 제출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토한 적이 없다. 자료만 제출하고 검토할 전문가가 없어 안 하고 있던 것이다. 식약처에 일한 지난 2년간 여러 번 얘기했다. 제대로 DSUR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난 8월 임상시험 5개년 발전계획에 DSUR을 2020년부터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있더라, 예전부터 마땅히 했어야 하는 것을 무슨 새로운 안전관리를 하는 것처럼 끼어넣었더라. 여기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궁극적으로 식약처의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안전관리 강화를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다. 식약처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전문가 집단은 외부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식약처는 은폐하고 가리는 데만 조직이 똘똘 뭉친다. 전문인력이 대폭 확충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하는 제3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심사업무를 맡고 있는 평가원은 '품질'에 집중하고, 본처는 지금처럼 '행정'을 맡는 것으로 개편해야 한다."

▶식약처는 약무직 인력이 많다. 의사 인력 확충 주장이 의-약 갈등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거 같다. 또한 최근 의사협회가 동조하면서 그런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는데.

"나도 그런 점이 우려돼 1차 시위 때는 지원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식약처가 계속 이상한 심사위원의 개인적 의견으로 몰아가다보니 전문가 집단 지원이 필요해졌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많다. 의사, 약사를 넘어 관심이 있는 단체라면 같이 연대해 의견을 표출했으면 좋겠다."

▶재계약이라든지 개인적 욕심은 없나?

"난 진단검사 전문의다. 2010년 생동성시험 임상시험센터에서 일하면서 임상제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우연히 식약처의 임상심사위원을 뽑는다는 걸 알고 지원했다. 환자를 위한 시스템과 질적 향상에 관심이 많다보니 어떻게 하면 전문화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여기서 나오면 앞으로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에 취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회사가 식약처에 반기를 든 사람을 뽑겠나. 개인적 안위를 생각했다면 이렇게 안 했을 거다. 나도 고1, 고2 자녀를 둔 엄마다. 1인 시위까지 하고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두고 나갈 수가 없었다. 일개 병원이나 제약회사라면 나 한 사람이 떠나면 된다. 하지만 식약처는 그냥 떠나게 되면 환자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내부실상을 알리고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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