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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충제 펜벤다졸 열풍 뒤 보이지 않은 힘 '뉴스댓글'

  • 김민건
  • 2020-07-03 20:31:29
  • 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말기암 환자 온라인 뉴스' 분석
  • 댓글 함께 읽고, 공유하며 현실 여론 추정...82% 찬성 반응
  • 일반 대중, 전문가 보다 '직·간접적 경험 의지'

개그맨 김철민 씨가 자신의 SNS에 펜벤다졸 복용 사실을 알린 게시글
[데일리팜=김민건 기자] 개구충제 펜벤다졸 열풍 뒤에는 온라인 뉴스 댓글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암환자와 그 가족, 일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다.

3일 서울대학교 이윤주·김설아·도영경 씨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6월 보건사회연구 40권 2호에 실은 '암환자의 개구충제 복용에 관한 대중의 태도: 온라인 뉴스 댓글 테마분석'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암환자의 개구충제 복용 논란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9년 10~11월 폐암 말기 환자를 취재 보도한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온라인 뉴스 두 개를 선택했다. 펜벤다졸 복용에 긍정·우호적 입장, 부정·회의적 입장을 다룬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는 1296개와 850개씩 총 2146개 댓글이 달렸다. 이를 파이톤(Phyton)을 이용한 크롤링 기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개구충제 복용을 찬성한 댓글이 82.2%로 압도적이었다. 반대는 8.4%에 그쳤다.

연구팀이 분석한 뉴스 댓글 분석 결과
주제별로 분석하면 '개구충제 복용 괜찮다(45%)' '의료체계에 대한 반감(21%)' '전문가 집단에 역할 제시(15%)'로 크게 나눠졌다. 세세히는 ▲기적에 대한 열망(18%) ▲말기암이라면 그럴 수 있다(17%) ▲전문가 집단 불신(16%) 반응이 댓글 절반을 넘었다.

연구팀은 개구충제 복용 찬성 댓글이 많은 이유를 "개구충제 치료 효과와 관련한 대중의 믿음 바탕에는 개인의 직·간접적 경험, 즉 호전 사례가 가장 많고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호전 사례는 개구충제 복용 후 좋아진 개별 사례로 "펜벤다졸 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됐다는 사람이 많습니다"나 "저 약먹고 말기암 환자들이 나은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등의 댓글이다.

연구팀은 "반면 과학적 근거나 전문가 의견은 가장 적었다. 말기암 환자의 특수한 상황에서 기적을 바라는 간절함과 죽음을 막고 싶은 절실함 같은 심리로 이해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암 환자의 개구충제 복용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분석한 뉴스 기사
결국 뉴스 댓글이 말기암 환자의 구충제 복용 찬성 여론을 형성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댓글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중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며 "뉴스 이용자 상당수 댓글을 함께 읽고, 추가 정보를 얻음으로써 현실 여론을 추정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정책과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체요법 정보는 환우회 등 음성적 경로로 전해졌다. 현재는 온라인 등 채널을 통해 뉴스 댓글로 여론이 형성되고 암환자와 그 가족, 일반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이 분석한 뉴스 댓글 결과
다만 댓글의 상당수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나 근거를 제대로 제시한 경우는 드물었다. 근거나 이유를 제시한 댓글은 전체의 7.5%였고 이중에서도 '호전 사례'가 2.3%로 가장 많았다. 이에 반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의사·수의사 등 전문가를 인용한 댓글 비율은 각각 0.9%와 0.4%로 비중이 가장 적었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개구충제에 대한 긍정적 입장은 말기암이라는 특수 상황과 관련돼 있다"며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리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먼저 말기암 환자는 기존 치료를 유지하면 1년 뒤 죽지만, 치료를 중단하고 개구충제를 복용하면 희박한 확률이지말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손실 프레임'을 갖기 쉽다. 연구팀은 "말기암 환자는 낮은 확률이나마 죽음을 온전히 피할 수 있다는 희망에 위험을 기꺼이 감당한다. 이른바 밑져야 본전인 심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뉴스 댓글 결과 사례
그 다음은 한계가치 관점이다. 이미 임박한 손실이 큰 말기암 환자는 부작용 등 추가 손실이 갖는 한계가치 감소가 건강한 사람들보다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는 "말기암 환자에게 부작용은 의미가 없다"거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절실하다"는 댓글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전략 관점이다. 사람들은 확률이 희박하지만 이득이 큰 경우 더 간절히 기적을 바라는 희망의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개구충제 치료 효과가 불확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기적처럼 완치되길 바란다고 응원의 마음을 보인 이유다.

환자 심리와 달리 전문가는 기존 치료를 유지하면 1년을 더 살 수 있고, 개구충제를 복용하며 부작용으로 1년을 채 못 살 수 있다는 '이익 프레임'을 가져가는 거으로 나타났다.

댓글 중 의료체계 반감이 21%로 두 번째로 많았는데 자세히는 ▲전문가 집단 불신(16%) ▲기존 항암치료 한계(5%)로 분석됐다. 일반 대중이 개구충제 복용 같은 대체요법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로 분석된다.

연구팀이 분석한 뉴스 댓글 결과 사례
연구팀은 "댓글을 통해 의료체계와 전문가 집단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드러났다.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밝힌 의료 당국에 대한 반발심과 막을 이유가 없는데 굳이 막는데는 숨겨진 속내가 있다는 의심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대체요법은 일반 대중에게 추상적 통계나 직·간접적 경험이라는 '삶의 언어'로 다가간 반면 전문가는 엄격하게 통제된 임상시험 결과를 가장 신뢰해 두 군 간에 마음으로 믿는 과학적 근거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전문가는 대중의 태도와 기대, 요구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전제다"며 "부작용이 몇%로 있다고 주의주는 것보다 실제로 급성 간독성으로 사망한 부작용 사례처럼 생생한 사례를 보여주어야 환자들에게 강력한 설득의 힘을 지닐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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