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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졸속 행정과 시대유감 비말마스크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비말차단 마스크요? 월요일에 들어올 텐데요. 오전 9시 30분부터 대기표를 받은 사람에게 한해 인당 1박스씩 구매 가능합니다."

서울 대형마트에서 비말차단용 마스크 구매 가능 여부를 묻자 받은 답이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 비말차단용 마스크가 공급된 지 벌써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구경조차 힘들다. 서울 내 여러 곳의 비말차단용 마스크 판매처를 돌았지만, 들려오는 답은 "없다" 였다. 비말차단 마스크가 매일 들어오는 것도 아닐뿐더러 소량만 입고돼 그날 오전 모두 소진된다는 것이 공통적인 대답이다.

비말차단용 마스크의 빈자리는 공산품인 일회용 마스크가 꿰차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산 제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싸게는 장당 280원대에서 비싸게는 1600원까지도 판매되는 현실이다. 가격도, 질도 천차만별인 데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분간도 힘들다. 또 공산품인 탓에 의약외품과 달리 액체저항성, 박테리아 차단 등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를 따로 받지 않는다. 품질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약국이 아닌 일반 소매점에선 판매자도 마스크 구분에 어둡기 일쑤다. 기자가 방문한 몇 곳의 소매점에선 일회용 마스크를 덴탈마스크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심지어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일반 마스크라고 안내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선 공적 마스크 판매를 담당했던 약국과 유통업체의 고민만 커진다. 이들은 KF 마스크처럼 어느 정도 질이 보장된 마스크 확보에 나섰지만, 질 낮은 제품도 불티나게 팔리는 상황에서 '굳이' 질 높은 마스크를 생산하려는 제조사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겨우 적절한 제조사를 찾더라도 공산품인 일회용 마스크보다 단가가 높아 가격에서 발목이 잡힌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실 중국산(일반 마스크) 제품 중에는 장당 100원대의 매우 낮은 가격대를 제시하는 곳도 많다. 이런 제품들은 싸구려 부직포를 쓰는 등 질을 신뢰할 수 없어 거절한다"면서 "최대한 인증된 비말차단용 혹은 덴탈 마스크를 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물량 확보가 매우 어렵다.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시장에 뿌려진 공산품과의 혼돈으로 왜 이렇게 비싸냐는 항의를 듣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혼란은 정부가 물량 확보도 안 된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KF 마스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성급한 홍보에서 비롯됐다. 구하기 힘든 비말차단용 마스크와 덴탈마스크로 쏠린 수요의 혜택은 온전히 공산품 일회용 마스크가 누렸다. 마스크 제조사 사이에선 굳이 의약외품용 마스크를 만들어 정부 검사를 받고 수출에 제약을 받느니 싸게 공산품 마스크를 대량 찍어내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혹은 단가가 매우 낮은 중국산을 수입해 높은 차익을 얻는 쪽이 훨씬 이득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시장 교란이 커지자 정부는 이제야 일반 마스크에 KC 인증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얇은 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었다. 또 기존 KF 마스크 생산하던 공장이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데 저항이 있으리란 예측도 현장을 조금만 파악했더라면 손쉽게 할 수 있다. 얇은 마스크는 여름 특수 현상인데, 이를 위해 라인 등 설비를 일부 변경해야 하는 일이 제조소 입장에선 매우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빠르게 파악했더라면 구할 수 없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홍보하거나 뒤늦게 공산품 마스크에 대한 품질 강화에 나서는 땜질식 대응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혼란이 커진 뒤에야 추스르기 급급한 대응이 아닌 한 수 앞선 정부의 대응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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