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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빅데이터가 바꾸지 못할 약사 가치

  • 김민건
  • 2020-10-26 12:04:23

[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가치가 있다. 그 가치란 기업에게는 창립이념이 될 수도, 사람들 개개인에게는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신념일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경제 패러다임은 물론 우리 삶 자체를 바꿨다. 사람들은 식사 자리를 줄이고,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관광산업과 음식업에선 해고와 폐업이 속출했다. 비대면 바람을 탄 배달·배송, 온라인쇼핑 산업은 더욱 성장했다.

제약산업과 약계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환자들은 병원과 약국 이용을 꺼렸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조건부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전화처방과 택배 배송이 제도권 아래에서 이뤄졌다.

비대면은 단절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자. 사람과 사람 사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주는 또 다른 '대면'은 아닐까. 행사는 웹세미나로 대체됐고, 전화처방을 통해 의약사와 환자들이 소통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면 두려움을 느낀다.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삶의 터전을 위협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약사에게 변하지 않을 가치란 무엇일까. 최근 취재 과정에서 겪었던 의약품 안전관리로서 역할에서 가치를 보았다. 환자를 걱정하는 마음과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인연이다.

서울 A약사는 국내S제약이 생산하는 진해거담제 타정 불량 의심 현상에 문제를 제기했다. DL-메틸에페드린염산염 성분의 이 제품은 조제 과정에서 제형이 층층이 갈라지고 깨졌다. 상당한 양의 가루도 제품 원통에서 쏟아져 나왔다. 환자들의 안전한 복약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적극적인 기사 제보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민원 제기로 식약처가 원인을 알아보기로 했다.

의약품 부작용 보고에서도 약사 직능의 가치는 드러났다. 대한약사회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발간하는 보고서에는 일선 약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환자의 특이사항을 기록해놨다가 퇴근해서라도 부작용 보고서를 쓰는 약사도 있었고,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증상을 확인해 부작용으로 확인한 약사들이 있었다. 환자 부작용 사례를 알렸던 대구 B약사는 "내가 특별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약사들이 부작용 보고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았다.

많은 약사들이 전자처방전과 키오스크, 의약외품 자판기, 의약품 배달서비스 같은 IT기술 도입을 걱정한다. 하지만 AI나 빅데이터, 자동화 로봇 같은 신기술이 할 수 없는 역할이 있다. 약사만이 가능한, 약사를 약사답게 만들어주는 변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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