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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난매, 소매업자와 전문직의 갈림길

  • 정흥준
  • 2021-04-06 20:09:14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대형약국의 도넘은 난매 행위로 지역 약국들이 발칵 뒤집혔다. 면대 의혹부터 사입가 수준의 초저가 공세까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인근 약국들은 이미 초토화됐다. 지역 약사들은 상생을 위해 수차례 소통을 시도했지만 "대형약국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말에 번번히 부딪혔다.

결국 서울시약사회는 공단에 기업형 면대 정황에 대한 조사 의뢰를 하며 대응에 나섰고, 어제(6일) 저녁엔 서울 24개 분회장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에서만 3개구에서 관련 약국들이 문제에 연루돼있고, 또다른 지역으로 약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부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다음 약국 개설 지역이 기정 사실화돼 알려질 정도로 약사들이 느끼는 우려감은 크다.

그동안 없었던 문제처럼 왜 유난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자본에 의한 약국 판매 질서의 붕괴가 일부 난매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난매로 인한 잡음이 상대적으로 없었던 노원구였기 때문에 "앞으론 어디라도 가능하고, 다음엔 우리 동네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을 약사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약국 입지의 수급 불균형, 코로나로 인한 처방의 불안정, 매년 배출되는 신규 약사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대형약국들이 지역 곳곳에 우후죽순 늘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하기 힘들다. 또한 이는 지역 약사회가 우려하는 법인약국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지역 약국들이 십수년간 환자들과 쌓아왔던 신뢰가 가격과 함께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그동안의 복약상담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오로지 가격에만 매몰되는 서비스로 약국들이 하향평준화될 것"이라는 약사들의 말도 모두 현실이 될 수 있다.

작년 홍남기 부총리가 약사와 편의점 주인을 비교하면서 약사들의 공분을 샀다. 정부가 보건의료인으로서 약사를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는 이유였다.

당시 코로나 방역에 기여했던 약국의 역할, 공공심야약국과 방문약료 등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사들에 대한 평가절하라는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약사들의 공든 탑이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전문가와 소매업자의 갈림길에서 결국 소매업자의 길을 선택하는 약사들이 더 많아질 때 직능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훨씬 더 냉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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