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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서울 향하는 IBD환자 돌려세운 비결? 3분이면 충분"

  • 김진구
  • 2021-05-21 06:13:53
  • 김태오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환자 질문에 '3분 내' 실시간 답변…6년째 꾸준한 활동
  • 부산 IBD 환우회 1600명 가입…"서울 갈 필요 없다"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교수님, 어제 저녁부터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 반복하는데, 진료보러 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응급실로 가야 할까요?"

오전 7시 30분, 네이버밴드 '해운대백병원 염증성장질환 환우회' 채널에 환자의 다급한 질문이 올라왔다. 그러자 1분도 안 돼 답변이 달렸다.

"오늘 오전 외래 진료가 있으니, 지금 오세요. 간호사실에 와서 혈액검사를 받고 진료를 봅시다."

김태오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51)가 직접 단 답변이었다. 이 밴드에 가입한 염증성장질환(IBD) 환자만 1600명이 넘는다. 거의 대부분이 부산의 염증성장질환 환자다. 하루에 보통 4~5건, 많을 땐 10건 이상 질문이 쏟아진다. 답변은 실시간으로 달린다.

김태오 교수는 2015년 6월부터 이 밴드를 운영해오고 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환자와 소통해왔다. 답변은 3분을 넘기는 경우가 없다. 부산의 IBD 환자들은 더 이상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지 않는다. 6년여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3분 내 답변'…벌써 6년째

김태오 교수가 인터뷰 중 올라온 환자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고 있다.
그가 환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이 병원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부산에서 IBD를 진단받은 뒤 서울 대형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질환 특성상 어린 환자가 많았다. 부모들은 자식을 데리고 서울로 향했다.

김태오 교수는 "환자들은 너댓 시간씩 걸려 서울로 가선 다시 병원에 두 시간씩 앉아서 기다린 후에야 짧은 치료를 받고 오곤 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처음엔 환자를 위한 신문을 발행했다.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다음엔 김 교수를 찾는 환자에게 명함을 줬다.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하라는 의도에서다. 그러다 '네이버 밴드' 플랫폼을 발견했다. 환자와 소통하는 데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즉시 채널을 개설했다. 질문이 올라오면 실시간으로 대답해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스스로 원칙을 세웠다. 어떤 상황에서든 3분 이내에 답변을 해주기로 했다.

김태오 교수는 "외래가 없는 날에도, 퇴근 후 술을 한잔 하는 동안에도, 심지어는 자다가도 알림이 오면 일어나서 답변을 하고 있다. 병원 간호사가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직접 답변을 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보여줬다. 김태오 교수는 "휴대전화 알림에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종종 알림이 없는데도 온 것처럼 느낄 때가 있었다. 스마트워치가 큰 도움이 됐다. 환자 질문이 올라오면 시계로 확인하고 즉시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다급한 질문, 사흘 지나 답하면 무슨 소용인가"

이런 활동이 지역 내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어느 순간부터 내원 환자가 급증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를 밴드에 올렸다. 일상에서의 질환 관리, 새로운 약의 정보 등의 정보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엔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환자 교육을 병행했다.

김태오 교수는 "단순히 환자를 부산에 붙잡아두는 것 외에도, 질환에 대한 이해와 약물순응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지역 환자를 잡는 데 성공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해운대백병원의 시도와 성과를 보고 다른 지역의 몇몇 병원에서 비슷한 환자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성공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태오 교수는 "유지가 어렵다. 핵심은 실시간 답변이다. 환자는 지금 당장 급해서 질문을 올리는 데 사흘 후에 답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 일에 정말 애착을 가지고 꾸준히 할 수 있어야 서울로 향하는 환자의 발걸음을 돌려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오 교수는 "질환 특성상 어린 환자가 많다.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하면서 같은 환자를 오랫동안 보고 있다"며 "함께한 세월이 쌓일수록 보람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1·2차 병원과 상생…지역 내 의료전달체계 구축

단순히 환자와의 질의응답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환자가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진단·관리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지역 내 1·2차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개원가나 항문외과로 방문한 IBD 환자를 대형병원으로 보내도록 하는 식이다.

김태오 교수는 "IBD환자는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항문외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산 내 외과병원을 따로 모아서 교육을 했다"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IBD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 대학병원으로 오게끔 했다"고 말했다.

물론 대학병원이 지역의 2차 병원 환자를 흡수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태오 교수는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외과병원에 보내서 수술 받도록 했다. 지역 내 개원가와 협진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고령환자와의 소통은 그의 새로운 목표다. 그는 과거완 달리 최근엔 염증성장질환을 앓는 고령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오 교수는 "고령환자의 증가는 IBD의 치료·관리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젊은 환자와 달리 감염위험이 크고 이상반응에 대한 부담도 크다. 약을 쓰기가 더 까다롭다. 다행히 최근엔 안전한 약들이 많이 나왔다. 이들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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