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약 권리반환이 던지는 교훈
- 안경진
- 2021-07-12 06: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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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축적된 학습효과일까. 신약과제의 권리반환에 따른 충격파는 예전만큼 크지 않은 듯 하다. 2015년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와 빅딜을 잇따라 성사시킨 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이전 건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반환 사례도 덩달아 많아졌다. 한미약품 1개사만 따져보더라도 2011년 이후 체결한 10건의 기술수출 계약 중 5건이 파기되는 전력을 지녔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이전된 신약후보물질 10건 중 8~9건이 반환될 정도로 계약 파기 확률이 높다고 진단한다. 신약 파이프라인 자체의 결함이 아니더라도 의약품시장 환경변화와 유사한 기전의 경쟁약물 등장, 파트너사의 연구개발(R&D) 전략 수정 등 외부요인에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약개발은 0.1%의 기적을 찾아가는 긴 여정으로 비유되곤 한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익숙한 분야다. 막대한 연구비와 개발 기간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신약 기술수출 반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더욱 소중하다.
동아에스티는 이번에 돌려받은 MerTK 저해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당장은 계속 개발 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공동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개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4년 전 권리를 돌려받은 '에보글립틴'의 후속 개발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본래 적응증인 당뇨병으로 내수시장을 넘어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중남미 17개국을 공략하는 동시에 합작사인 레드엔비아를 통해 대동맥판막석회화증 치료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선례를 보면 반환된 신약의 재기술이전이 불가능하지만도 않아 보인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얀센으로부터 돌려받은 GLP-1 기반 이중작용제의 글로벌 판권을 MSD에 이전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혈당감소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체중감소 효과는 우수했다는 얀센의 임상 결과로부터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이란 새로운 잠재력을 찾아낸 경우다. 아직까지 상업화 기약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한미약품 입장에선 GLP-1 이중작용제의 계약체결과 파기, 재계약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계약금 수익과 더불어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개발 노하우를 흡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다.
SK바이오팜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도 일찌감치 기술이전 계약이 파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솔리암페톨'은 본래 SK그룹(옛 유공)이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과제다. 1996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2000년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이전했지만 임상 단계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권리가 반환됐다. 이후 1상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성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SK그룹이 수면장애 치료제로 재개발에 나서면서 2011년 재즈파마슈티컬즈(옛 에어리얼바이오파마)와 기술수출하고, 2019년 3월 FDA 판매허가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에는 계약 당시부터 반환에 대비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워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린다. 유한양행이 대표적인 국내 모범사례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텍에 차세대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상품명 렉라자)의 글로벌 권리를이전했다. 얀센이 자체 개발 중인 이중항암항체 '리브레반트'와 병용요법으로 개발하는 용도다. 그와 별개로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을 EGFR 돌연변이 폐암 1차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도 독자 진행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지만 글로벌 임상을 독자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R&D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혹시 모를 권리반환에 대비하려는 취지다.
야심차게 글로벌 진출 꿈을 키우던 신약의 권리반환 소식은 언제나 아쉽다. 동시에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금 체감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계약 성사와 중단, 임상시험 승인, 중단과 같은 소식에 일희일비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장기 안목을 가지고 신약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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