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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감기약 생산 총력전…."이익 신경쓸 때 아니죠"

  • 정새임
  • 2022-03-24 06:20:05
  • 대원제약 향남공장 2,3교대 번갈아 풀가동
  • 한달 약 97만갑 생산…다른 약 생산 못해 손실 이어질 수도
  • 다음달부터 원료·부자재 수급 비상…정부 지원 절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단지에 위치한 대원제약 향남공장 전경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난 22일 오전 10시, 경기 화성시 향남제약단지 초입에 위치한 대원제약 향남 공장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생산동에서는 사람 한 명 나오는 모습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겉모습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지금 안에서는 250여명 직원들이 감기약과 해열제 생산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2교대와 3교대를 번갈아가며 온종일 약을 만들어내기 바쁘다.

25톤 트럭을 한가득 메운 약들이 이를 방증한다. 물류동에서는 직원들이 지게차에 실린 30~40박스의 약을 끊임없이 트럭으로 나르고 있었다. 현장을 지휘하는 신창범 물류 책임 매니저는 "평상시보다 출하 횟수가 4~5배 늘어났다"며 "정부 납품용은 일주일에 한 번씩 출하하고, 각 직거래처로 나가는 물량들은 바로바로 보내 다음날 거래처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대원제약 직원이 생산된 콜대원 박스를 옮기고 있다.
대원제약이 비상 체제에 돌입한 현재, 향남 공장에서만 한 달에 해열제 58만1800갑(581만포), 성인용 감기약 39만200갑(195만포)이 생산된다. 원래 향남 공장은 해열제나 감기약 생산이 주가 아니다. 진천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대표 제품인 콜대원 등 시럽제를 신공장으로 넘기고 향남 공장은 기타 고형제나 수탁 생산을 위주로 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감기약에 품절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다급히 관련 제약사들을 모아 감기약 생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대원제약은 진천 공장을 풀가동하는 걸로도 모자라자 향남 공장에서 추가 생산을 하기로 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생산이다. 시럽제는 진천 공장에서 생산해야 최고의 효율이 난다. 향남 공장에서 생산을 늘리려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회사는 수십명의 외부 인력을 고용해 생산 확대에 나섰다. 그야말로 회사 전체가 감기약·해열제 생산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생산동 진입은 생산 직원 외에는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바깥에서 총괄을 맡고 있는 손세일 공장장(전무)을 잠시 만났다. 손 공장장은 지난달 말부터 수급 비상을 체감하게 됐다고 했다.

손세일 대원제약 향남공장장
"보통 월말, 월초에는 출하량이 많기 때문에 2월 말에 수요 증가를 느끼곤 있었지만 시기적 영향인지 환자 급증 영향인지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3월 5일이 넘어가면서도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는 영업마케팅 쪽 의견을 듣고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품절 대란이 시작돼 버렸죠."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흡기 치료제는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여있었다. 코로나19로 감기 환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재고가 쌓이면서 많은 제약사들이 올해 호흡기 치료제 생산량을 줄인 상태였다.

"대원제약은 호흡기 전문 회사라서 다행히 원료나 완제 재고를 좀 더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빠른 대응이 가능했죠. 공장은 2~3개월 전에 생산 계획을 정하고 이에 따라 원료나 부자재 입고 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순간적인 변화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요. 원래 계획을 취소하고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려다 보면 원료나 부자재가 문제가 될 수 있죠."

실제로 손 공장장은 당장 2분기부터가 걱정이라고 했다. 확보해둔 원료가 2분기부터는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감기약에 주로 쓰이는 코데인 성분은 마약류로 분류돼 제약사가 아무 때나 원료를 사올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각 회사가 해당 성분의 연간생산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면 식약처가 전체 수량을 취합해 국제관리기구에 신청하고, 여기서 배정받은 양을 계획서대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결국 아무리 정부가 생산 확대를 요청해도 정부 차원에서 원료를 추가로 받아오지 않으면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원료뿐 아니라 첨가제로 쓰이는 부형제, 포장에 쓰이는 알루미늄 호일 재질도 점점 수급이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식약처에서 저희 진천 공장을 방문했을 때 원료 수급에 대한 상황을 말씀드렸고, 식약처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저희도 5월 초까지는 총력을 다해 공장을 가동하고, 이후부터는 감기약 수요와 원료 공급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기약 콜대원 생산 모습(자료: 대원제약)
감기약 매출이 급증해 회사는 무조건 이익일 것 같지만 현장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다. 감기약 생산이 최우선되면서 다른 약 생산은 손도 못 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 제약사의 수탁 생산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회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파장도 커졌다. 감기약과 같은 시럽제인 지사제 등이 생산되지 못해 연쇄적으로 품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고형제 위탁을 맡긴 제약사들도 약을 받지 못해 줄줄이 품절로 이어졌다.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포장할 인력을 외부에서 구하다 보니 인건비도 급증했다. 나라의 지원이 없다면 오롯이 회사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그럼에도 회사와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손 공장장은 "저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힘들테니까요"라고 덤덤히 답했다. 오히려 그는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해주고 있는데 코로나19로 편의시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휴게실도 폐쇄된 상태라 불편함이 클 거예요. 여기에 피로도까지 극에 달하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독려해야죠."

25톤 트럭에 감기약을 싣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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