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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차손 리스크' 해소했지만…루닛, 비용 구조 개선 과제

  • 차지현
  • 2025-11-14 06:00:00
  •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중 50.5%→8.9% '뚝'…평가기반 금융수익 효과
  • 본업 회복이 장기 리스크 좌우, 매출 확대·CB 전환 통한 자본 확충 관건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올 3분기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관리종목 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했다. 다만 영업적자가 여전히 누적되고 있는 데다 이번 개선의 상당 부분이 환율·파생상품 등 비경상적 금융수익에 기반한 만큼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루닛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법차손은 146억원이다. 3분기 말 자본총계는 1647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8.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법차손 비율이 50.5%까지 치솟으면서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불거졌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지난해 연결기준 루닛의 법차손은 832억원, 지난해 말 루닛의 자본총계는 164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료: 금융감독원)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한 기업의 경우 상장 연도 포함 3개 사업연도까지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상장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말일까지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그 다음 사업연도부터 유예기간을 기산한다.

지난 2022년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루닛은 지난해부로 법차손 요건 유예 기간이 만료됐다. 이번 분기 루닛은 관리종목 지정 기준선인 법차손 비율 50%를 크게 밑돌면서 상장 적격성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털어낸 셈이다.

올해 법차손 부담이 완화된 데에는 본업보다 금융수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3분기 루닛의 영업손실은 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손실 폭이 50억원 확대됐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142억원 증가했다. 해외 사업 확장에 따른 운영비 증가와 연구개발비 확대, 볼파라 헬스테크놀로지 인수 후 통합 비용 등이 반영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파생상품평가이익, 외환환산이익 등 금융수익이 크게 늘고 기타수익에서도 일회성 이익이 발생하면서 본업에서 나온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루닛의 3분기 금융수익은 5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가량 증가했다. 루닛의 3분기 누적 금융수익은 851억원으로 이 가운데 파생금융부채평가이익이 812억원에 달했다. 파생금융부채평가이익은 전환권 가치가 떨어지며 부채가 감소해 생기는 일종의 회계상 이익으로 루닛의 주가가 전환가액 이하로 떨어지자 부채 평가액이 감소하며 812억원이 이익으로 잡혔다는 뜻이다.

여기에 기타수익도 법차손 개선에 한몫했다. 루닛의 3분기 기타수익은 1억원으로 전년 동기 3767만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기타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0% 늘어난 2억원 수준으로 이 중 잡이익이 193억원을 차지했다. 잡이익은 회계상 우발적·일시적 요인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루닛 사업 본연의 실적이라기보다는 회계적·일시적 처리가 반영된 성격이 강하다.

루닛이 당장 관리종목 지정 우려는 해소했지만 법차손 개선이 본업이 아닌 평가이익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평가이익은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이나 수익성 개선과 무관한 항목이기 때문에 영업적자가 해소되지 않는 한 법차손 비율이 다시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기업이 법차손 관련 관리종목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업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손실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해 법차손 비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분모(자본)를 늘리거나 분자(손실)를 줄이는 방식으로 결손금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루닛은 먼저 본업 성장에 기반한 영업손실 축소를 가장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루닛은 사업 확장과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통해 오는 2027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볼파라 통합으로 구축한 구독형(SaaS) 반복 매출 구조를 확대하고 AI 암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의 글로벌 판매망을 강화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히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집중 육성해 손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루닛은 3분기 실적에서 매출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고정비 부담을 일부 흡수하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루닛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매출 196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9% 늘어난 567억원으로 루닛 설립 이래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특히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92.2%를 차지하며 글로벌 상업화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CB 전환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도 법차손 완화 방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루닛은 올 하반기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CB 전부 또는 일부가 보통주로 전환돼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 CB 물량이 전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자기자본이 약 1700억원 증가, 법차손 이슈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루닛은 지난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CB를 발행한 바 있다. 각각 1665억원(1회차)과 50억원(2회차) 규모로 이들 CB 합은 총 1715억원 수준이다. 당시 회사는CB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볼파라 인수합병(M&A)과 해외 사업 진출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13일 종가 기준 루닛 주가는 3만9750원으로 52주 최고가 8만5800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건에 따라 1회차와 2회차 CB 모두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했으나 주가가 여전히 이를 밑돌고 있어 주식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조정 후 1회차 CB 전환가액은 5만2846원, 2회차 CB 전환가액은 4만7819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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