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약 "임신중지약 원내조제 강제는 의약분업 훼손"
- 강신국 기자
- 2026-09-19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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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신국 기자] 경기도약사회(회장 연제덕)가 정부의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병·의원 내에서만 조제·투약하도록 한 '원내조제' 방침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도약사회는 18일 성명을 내어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간 법률 정비가 미뤄지며 복약 지도도 없는 음성적 암거래에 방치됐던 여성 건강권을 고려할 때,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자체는 큰 의미가 있지만 비정상적인 행정 절차와 원내조제 강제 도입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약사회는 가장 먼저 '의약분업 원칙 훼손'을 꼬집었다. 도약사회는 "처방과 조제의 분리는 국민 의약품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특정 의약품에 예외를 두고 기간 연장 단서까지 붙인 것은 한시적 예외를 사실상 고착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안전을 위한 원내조제'라는 정부 논리에 대해서도 "실질적 부작용 대책이 빠진 속임수"라고 일축했다. 도약사회에 따르면 임신중지약은 두 가지 성분을 24~48시간 간격으로 복용해야 해 실질적인 경과 관찰과 위험 관리가 가정에서 이뤄진다.
도약사회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원내 투약의 실효성이 없어 이를 폐지하고 24시간 핫라인 및 투약 가이드라인 등 사후 안전망을 구축했다"며 "공간적 통제에만 집착한 채 투약 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도약사회는 정부에 대해 ▲임신중지 의약품 정책 주관 부처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명확화할 것 ▲원내조제 2년 방침의 객관적 근거와 전환 요건 공개 ▲약사 조제 관련 형법상 불확실성의 입법적 해소 ▲안전관리 설계에 약사 직능 참여 보장 ▲24시간 사후 모니터링 등 실질적 안전관리 대책 마련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 등을 요구했다.
| 성명서 전문 |
경기도약사회는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십분 존중되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임신중지 의약품의 국내 도입을 적극 환영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7년간 법률 정비가 미뤄지는 사이, 임신중지 의약품은 음성적 거래에 방치되어 왔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복약 지도도, 사후관리도 없는 경로에 여성의 건강이 놓여 있었다. 이번 도입 결정은 그 공백을 메우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정부가 결정한 비정상적인 행정 절차와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하나. 의약분업의 원칙은 행정 편의로 유보될 수 없다. 처방과 조제의 분리는 국민 의약품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특정 의약품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는 선례는 다른 의약품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이번 방침에는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붙어 있어 한시적 예외가 사실상 고착될 우려가 있다. 둘. '안전을 위한 원내조제'는 실질적 부작용 대책이 결여된 기만이다. 해당 약물은 두 성분을24시간에서48시간 간격으로 순차 복용해야 하며, 두 번째 약물 복용과 이후 경과 관찰은 상당 부분 환자 스스로 자택에서 감당하게 된다. 출혈과 통증의 정상 범위, 응급상황 판단 기준에 대한 반복적이고 접근 가능한 설명이 필수적이며, 이는 약사가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다. 도입 초기 원내 투약을 고집했던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실효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전면 폐지했다. 대신 영국 임신자문국(BPAS)은'2시간 연속으로 두꺼운 생리대를 매시간2개 이상 흠뻑 적실 정도의 출혈'이라는 명확한 응급 기준을 제시하고24시간 임상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투약 이후의 안전망을 구축했다(출처: 영국BPAS 투약 가이드라인). 그 결과 원외 투약(약국 조제 등) 환자의 출혈 부작용으로 인한 입원율은0.3%에 불과했다(출처: 영국의학회지BMJ Sexual & Reproductive Health, 2021). 원내조제라는 공간적 통제에만 집착할 뿐, 실제 출혈이 발생하는 투약 이후의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는 침묵하는 정부 방침은 안전을 빙자한 속임수다. 셋.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어긋나 있다. 약사의 조제를 가로막는 실질적 장애는 형법상 처벌 가능성에 대한 법무부 유권해석이며, 이는 입법으로 해소해야 할 공백이다. 법률의 미비를 직능 배제로 우회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회피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이 방치된 결과를 약사 직능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넷. 발표와 추진의 주체가 부적절하다. 이번 도입 방침이 성평등가족부를 중심으로 발표되면서, 의약품 허가와 조제·유통 체계라는 보건의료 사안이 성평등 의제의 틀 안에서 규정되고 있다. 그 결과 논의는 가치관 대립으로 기울고, 조제 방식과 안전관리 체계 같은 실무 쟁점은 뒤로 밀린다. 발표 주체와 실제 제도 설계·집행 주체가 분리되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직능단체가 협의를 요구할 창구조차 모호해진다. 의약품 정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성평등가족부는 여성 건강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협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섯. 접근성 제한은 가장 위험한 암거래를 존속시킨다. 이번 도입의 실질적 대안 상대는 약국이 아니라 음성적 온라인 유통이다. 임신9주 이내라는 시간 제약이 있는 의약품임에도 원내조제로 경로를 좁히면, 산부인과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여성과 의료기관 방문 자체를 주저하는 여성은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기존 암거래에 그대로 남는다. 더욱이 원내 조제 강제는 특정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의 반복 방문과 장거리 이동을 요구하여, 노동시간 조정이 어렵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의료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차별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과도한 규제가 제도를 사문화시킨다는 점은 일본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명백히 입증된다. 2023년 병상을 보유한 의료기관 내 관찰(입원 또는 원내 대기)을 조건으로 임신중지약(메피고팩)을 허가한 일본의 경우,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식 발표한 『2023년도 위생행정보고례』에 따르면 도입 첫해 약물적 임신중지 건수는 단1,440건에 그쳤다. 이는 같은 해 일본 전체 임신중지 건수인12만6,734건의 단1.14%에 불과한 수치다. 지나친 의료화와 통제가 환자들을 여전히 신체적 부담이 큰 수술이나 불법 거래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 고르게 분포한 약국망은 접근성을 넓히는 자원이지 위험 요인이 아니다. 여섯. 보편적 건강권 보장을 위해'건강보험 급여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약물의 정식 허가를 넘어 경제적 불평등 없이 보편적이고 안전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보험 급여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임신중지약이 비급여 상태로 원내 조제로만 묶이게 될 경우, 개별 의료기관마다 부르는 게 값이 되어 극심한 약가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약가를 통제하고 본인 부담금을 낮추어야만, 필요한 약을 필요한 사람이 제때 안전하게 누릴 수 있게 된다. 일곱. 결정의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왜2년인지, 무엇이 충족되면 전환되는지, 약국 조제가 어떤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종료 요건은 없고 연장 가능성만 명시된 결정은 정책이 아니라 유예에 가깝다. 이에 경기도약사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임신중지 의약품 정책의 주관 부처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명확히 하라. 하나, 원내조제2년 방침의 근거와 전환 요건을 공개하고, 연장 여부를 재량이 아닌 객관적 지표로 규정하라. 하나, 임신중지 의약품 조제에 관한 형법상 불확실성을 입법으로 조속히 해소하라. 하나, 안전관리 체계의 설계 단계에서 약사 직능을 정식 협의 주체로 참여시키라. 하나, 예외가 불가피하다면 사용보고, 재고관리, 오남용 방지, 24시간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포함 한 구체적 안전관리 대책을 먼저 제시하라. 하나, 임신중지 의약품의 극심한 약가 편차를 막고 경제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히 건강 보험 급여화 방안을 마련하라. 2026.09.18 경기도약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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