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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투자와 저리 대출…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투자 전략

  • 차지현 기자
  • 2026-06-29 06:00:52
  • 요약
  • 국민성장펀드 2500억 투입 결정, 상장 바이오텍 첫 직접 지분성 투자
  • 최대주주 오리온 1250억 참여…지분 희석 방어·장기 R&D 지원 의지
  • CPS 기준주가 대비 3.5% 할증·CB 0% 금리…2년 전환 제한, 오버행 부담 완화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투자심리 위축과 자금조달 부담으로 움츠러든 바이오 업계에 모처럼 굵직한 훈풍이 날아들었습니다.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리가켐바이오가 5000억원 규모 대형 투자를 유치하면서입니다.

숫자만 봐도 큰 거래지만 이번 투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정부 정책자금과 최대주주 자금이 함께 들어온 직접 투자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이번 투자는 무엇이 다르고 왜 중요하게 봐야 할까요?

대출 아닌 직접 투자…국민성장펀드가 리가켐 미래가치에 베팅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전환우선주(CPS)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총 5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습니다. 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입니다.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주식연계채권입니다. 채권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죠.

CPS와 CB 모두 지금 당장 시장에 풀리는 보통주는 아닙니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CPS와 CB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어 회사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성격이 강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거론됩니다. 투자자가 당장 주식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리가켐바이오 성장성이 현실화하면 보통주로 전환해 가치 상승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투자 형태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하는 곳은 크게 세 축입니다. 먼저 정부 주도 정책금융 국민성장펀드가 2500억원을 투입합니다. 한국산업은행이 첨단전략산업기금 관리·운용기관 자격으로 전CPS와 CB를 나눠 인수합니다. 여기에 리가켐바이오 최대주주인 팬오리온과 제3의 금융투자자가 각각 1250억원씩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성장펀드는 뭘까요.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백신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정책금융 프로그램입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합쳐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것이 골자입니다. 민간 자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고위험·장기 투자 분야에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바이오는 이 펀드의 대표적인 지원 대상 중 하나입니다. 신약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임상 단계가 뒤로 갈수록 비용이 급격히 커집니다. 특히 임상 2상과 3상, 허가,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수천억원 단위 자금이 필요합니다.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 부담 때문에 조기에 기술이전하거나 임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전체 150조원 가운데 바이오·백신 분야에 11조600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바이오 업계에 지갑을 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4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기업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에 850억원을 규모 저리대출을 승인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백신 개발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에 3000억원 규모 저리대출을 승인하며 바이오 분야 지원을 이어갔습니다. 비티젠은 해당 자금을 인천 송도 바이오시밀러 CDMO 설비 증설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임상 3상 연구개발(R&D)과 안동 백신 생산공장 증설에 각각 사용할 계획입니다.

다만 리가켐바이오 사례는 이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책자금이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 구조였습니다. 반면 리가켐바이오는 CPS와 CB를 투자자가 인수하는 직접 지분성 투자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 건은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에 가깝습니다. 이와 달리 리가켐바이오 건은 향후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있는 증권을 투자자가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리가켐바이오의 미래 가치에 베팅하고 일정 부분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잠재적 주주'로 참여했다는 뜻입니다.

이번 리가켐바이오 투자에 시장이 주목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투자자가 리가켐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직접 투자인 데다, 정책자금이 생산설비나 백신 개발을 넘어 신약개발사의 플랫폼 기술과 후기 임상 가능성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할증 발행·무이자 CB·전환 제한…주주 부담 낮춘 5000억 조달

투자 조건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통상 바이오 기업의 증자나 CB 발행은 주가 희석과 대규모 물량 부담(오버행) 우려로 악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달은 이런 리스크를 줄여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비교적 촘촘히 설계됐습니다.

먼저 이번 CPS 발행은 기준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이뤄지는 할증 발행입니다. 리가켐바이오가 발행하는 CPS의 발행가액은 주당 14만93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는 공시 산식상 기준주가 14만4309원보다 3.5%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와 기관이 할인 없이, 오히려 기준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를 자청한 셈입니다.

CB 조건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이번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입니다. 리가켐바이오가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뜻입니다. 채권자, 즉 CB 투자자는 금리 수익보다는 리가켐바이오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CB에 투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 기준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이 사실상 '제로'(0)인 데다, 이자 지급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 없이 대규모 임상 자금과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크게 낮춘 조달입니다.

주가에 미칠 단기 부담을 줄인 구조도 눈에 띕니다. 이번에 발행하는 CPS에는 1년 보호예수가 걸려 있습니다. CB 역시 발행 후 1년간 전환과 권면분할이 제한됩니다. 5000억원 규모 지분성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당장 시장에 유통되는 보통주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규모 자금조달 이후 투자 물량이 곧바로 시장에 풀리는 것을 막아 단기 오버행 우려를 완화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리가켐바이오 최대주주인 오리온그룹이 동반 투자에 나서면서 성장 전략에 힘을 실었습니다. 팬오리온은 이번 투자에서 CPS 825억원과 CB 425억원 등 총 1250억원을 부담합니다. 오리온그룹은 2024년 3월 5485억원을 투입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그룹은 이번에도 정책자금 유치에 발맞춰 대규모 매칭 투자에 나서면서 회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신뢰의 시그널'을 보낸 것인데요. 특히 이번 정책자금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 등 기존 의사결정 체계도 유지되는 만큼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측면의 변화는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4400억 장착하고도 또 펀딩? 후기 임상·차세대 ADC 위한 선제 실탄

이제 시장의 관심은 리가켐바이오가 확보한 5000억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향합니다. 사실 리가켐바이오는 당장 돈이 급한 회사는 아닙니다. 올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35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3802억원입니다. 당장 쓸 수 있는 실탄만 4437억원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대규모 자금을 추가 조달한 이유는 R&D 투자 속도가 그만큼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2171억원을 집행했습니다. 전년보다 91.6%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9.3% 급증한 674억원을 R&D에 투입했습니다. 이는 한미약품(651억원)과 대웅제약(552억원), 유한양행(547억원) 등 주요 전통 제약사 R&D 투자액을 넘어서는 규모로 코스닥 바이오텍 중 압도적 1위입니다.

앞서 리가켐바이오는 연간 3000억원을 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향후 3년 내 10개 이상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매년 3~5개 신규 ADC 후보물질을 확보해 임상 단계로 진입시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현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격적인 R&D 계획을 흔들림 없이 밀고 가기 위해 장기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입니다.

리가켐바이오 중장기 성장 전략 개요 (자료: 리가켐바이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R&D와 임상개발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핵심은 파이프라인을 임상 2상과 3상 등 후기 임상 단계까지 직접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ADC 신약개발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보다 임상 단계가 뒤로 갈수록 필요한 자금 규모가 급격히 커집니다.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려면 일정 단계까지 직접 데이터를 쌓아야 하지만 막대한 임상 비용 때문에 조기 기술이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자금 조달은 이런 제약을 줄이는 발판이 될 전망입니다.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기술이전 전략을 유지하되 가치가 큰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후기 임상까지 직접 수행하는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기술이전을 기다리는 회사가 아니라 자체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높이고 더 큰 가치로 파트너십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죠. 동시에 회사는 차세대 ADC 플랫폼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자금을 투입해 중장기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투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바이오 산업에서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이 자금 지속성입니다. 정책금융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약개발사 미래 가치에 직접 투자했다는 점은 국내 바이오 투자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가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ADC 파이프라인 후기 임상과 플랫폼 고도화에서 성과를 낸다면 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직접투자는 K바이오 후기 임상 자금난을 완화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바이오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차원의 전략성, 글로벌 경쟁력, 대규모 자금 필요성, 민간 매칭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술력과 파이프라인 경쟁력이 검증된 일부 기업에 선별적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리가켐바이오의 투자 유치가 한 기업의 재무 이벤트를 넘어 국내 바이오 후기 임상 생태계를 넓히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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