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빠진 한미 주총, 전문경영인 전면에…소통·책임 경영↑
- 차지현 기자
- 2026-04-01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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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 지주사 이사회 합류, 오너일가·신동국 등 4인 연합 불참
- '멘토와 후배' 김재교-황상연 투톱 체제…지주사 '지휘'·사업회사 '가치' 시너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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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투자·법률 등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한층 강화했다. 주총 직후에는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각각 이끄는 경영진이 공동 간담회에 나서며 시장과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멘토–후배'로 이어진 두 수장의 협업이 본격화하면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전날 각각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양사 모두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는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김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삼성 에스원 준법경영팀장, 삼성전자 법무실 수석변호사를 거쳐 KCGI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역임했다. 김 대표는 2021년 라데팡스를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와 긴밀한 전략 자문 관계를 맺고 있는 투자 파트너다. 라데팡스는 임종훈 사장의 제안으로 2021년부터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문제로 고심하던 오너일가의 자문을 맡기 시작했고 이후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라데팡스는 2023년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안을 설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OCI 통합 추진을 계기로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자 라데팡스는 모녀 측에서 법률 자문을 맡으며 대응을 지원했다. 통합 무산 이후에도 모녀 측에 남아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설득, 3인 연합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라데팡스는 100% 지분을 보유한 킬링턴 유한회사를 통해 오너가 지분을 대거 인수하고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동국·송영숙·임주현·신동국·킬링턴으로 구성된 현재 4인 연합 체제를 완성했다. 라데팡스는 그동안 경영권 분쟁이 끝난 이후에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는데 이번 김 대표 이사회 합류를 계기로 의사결정 기구 안으로 직접 들어오게 됐다.

한미약품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 중 40%를 교체하고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기존 박재현 대표와 박명희 전무가 사내이사에서 내려오면서 생긴 공백을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와 김나영 신제품개발본부장이 채웠다. 또 임기가 만료된 윤영각·윤도흠 사외이사 후임으로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과 채이배 전 국회의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황 대표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곧바로 열린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대표이사에 올랐다. 황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 학·석사를 졸업한 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주식운용본부장을 거쳤고 이후 종근당홀딩스 대표와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를 지냈다. 외부 출신 인사가 한미약품 대표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은 봉합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임원의 성 비위 사건 처리 과정을 둘러싸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박재현 전 한미약품 대표가 관련 녹취를 공개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공개 반박에 나서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의 집단 행동까지 이어지며 내부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는 양측 모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박 전 대표는 연임을 위한 사내이사 재선임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주총 의장직을 수행했으나 갈등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퇴장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을 시사했던 신 회장 역시 이후 추가적인 공개 대응 없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이번 주총에서는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 과정에서 주주 질의가 이어지자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질문을 끝까지 경청하며 답변했고 추가 질의는 개인 이메일로도 언제든 받겠다고 말하는 등 개방적인 대응 기조를 피력했다.
김 부회장은 제약과 투자를 두루 경험한 전문경영인으로 1990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30여 년간 경영기획, 글로벌전략, 인수합병(M&A), 기술수출 등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후 2021년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벤처 발굴과 투자 업무를 맡았으며 지난해 정기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주총이 끝난 직후 김 부회장과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짧은 간담회 자리도 마련했다. 이번에 이사회에 진입한 김남규 대표를 포함해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등 4인 연합 인사 누구도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대외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각각 이끄는 두 수장이 함께 공식 간담회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과 황 대표는 간담회에서 시장의 우려와 관련한 질문에 설명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 경영권 갈등과 원가 절감 논란 등 최근 제기된 이슈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며 중장기적인 경영 방향과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
황 대표는 "금융권 애널리스트로서 한미약품을 30여 년간 분석해 온 만큼 낯설지 않은 느낌"이라며 "현재 국내 1위 제약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개정 상법 취지에 따라 특정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할 것"이라면서 "의료 전문가와 환우에게 가장 좋은 약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주주와 직원이 함께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김 부회장과 인연도 강조했다. 황 대표는 "김 부회장은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업무적으로 교감하면서 많은 조언을 받아온 멘토"라며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독립 경영 기조를 유지하되 일반적인 지주사-자회사 관계에 기반한 협력 구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해지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협업 체계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멘토–후배'로 이어진 두 수장이 전면에 나서 소통과 의사결정을 이끌면서 그룹 차원의 전략 실행력이 높아지고 이를 기반으로 시너지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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