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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나민

'창고형 약국' 공습에 첫 폐업 발생…기존 약국 생존 위기

  • 강혜경 기자
  • 2026-03-28 06:00:55
  • A약국, 27일부로 영업 종료…폐업절차 돌입
  • 신규 약국 개설 등 지연되면서 환자들 처방전 뺑뺑이 불가피
  • 지역 약사회 "폐업 약사 정신적 스트레스…안타까운 일"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신규로 개설되는 창고형 약국으로 기존 약국이 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매출 감소 등 간접적 영향이 아닌 직접적인 피해는 '창고형 약국'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역의 A약국은 27일부로 영업을 종료하고 폐업절차에 돌입했다. A약국이 창고형 약국 개설을 소문으로 들은 지 2개월 여 만이다.

27일까지 영업을 마친 약사는 30일 ATC와 전문약 반품 등을 끝으로 본격적인 폐업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다만 창고형 약국 개설이 지연되면서 환자들의 처방전 뺑뺑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약기간 남았지만 최후통첩, 약사 폐업 돌입

A약국이 건물주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시점은 올해 1월이었다. 의원들의 처방·조제를 전문으로 하는 A약국은 다른 층에 들어오는 창고형 약국과 별개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조율이 불가했다. 양수도나 신규 약국에서의 근무방안 등도 거론됐지만 원만한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약국은 건물주가 제시한 27일을 기점으로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

당장 우려되는 부분은 환자 불편이다. 창고형 약국 오픈이 지연되면서 내과, 정형외과 등 처방을 받은 환자들이 처방전을 가지고 근처 약국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2월 말 오픈 예정이던 창고형 약국의 개설이 한 달 넘게 지연되고, 개설 약사가 바뀌면서 아직까지 보건소에 개설 허가 신청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한의원+H&B(헬스앤뷰티)스토어라는 3가지 복합 콘셉트로 개설 준비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개설 준비 약사가 바뀌었고, 용도변경 등에 대한 이슈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내부 인테리어 등은 상당 부분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 달 넘게 개설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약국이 오픈할 때까지 추가로 운영해 줄 것에 대한 제안도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며 "첫 번째 폐업 사례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A약국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신체 이상 징후가 발생해 병원 신세를 졌고,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박탈당한 데 대한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지만 약사는 당장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약사는 "더는 버틸 이유가 없다고 판단됐다. 새로운 약국을 알아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기존 약국-창고형 약국 아슬아슬 동거

기존 약국과 창고형 약국이 아슬아슬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사례도 있다. 800평 규모 창고형 약국인 용산 창고형 약국과 전자랜드 내 위치했던 기존 약국간 사례가 그렇다.

의원이 이전한 이후 일반약 판매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약국은 초대형 약국이 들어온 이후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창고형 약국의 경우 처방·조제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 전자랜드 측으로 부터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상 처방전이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제안은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약국 약사는 "당장 내일이라도 폐업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구상 없이 약국을 정리할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며 "대한약사회, 서울시약사회, 용산구약사회가 약국을 방문해 얘기를 나눴지만 딱히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드링크 100원, 구매금액별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동작구 소재 마트형 약국도 기존 약국과 공용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쟁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불편한 동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약국 있는데 창고형 약국 추진

기존 약국이 운영하고 있음에도 창고형 약국 추가 입점이 추진돼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작년 11월 재계약을 해 계약기간이 8개월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하나로마트 울산원예농협본점이 100평 규모 대형 약국 입점을 추진하면서 울산광역시약사회·울산광역시소상공인연합회와 하나로마트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사례 역시 마트 측이 신규 약국은 처방·조제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기존 약사와 약사단체는 '마트가 처방조제권을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역시 입장문을 내 하나로마트에 대해 시정을 촉구했다.

결국 중재를 위해 기존 약국이 법률구조공단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이 불발될 경우 법적 쟁송으로 사건이 확전될 전망이다.

지역의 약사는 "계약기간이 도래한 마트 약국이 갱신 거절로 쫓겨난 사례를 비롯해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창고형 약국을 추진하는 사례들이 표면화되고 있다"면서 "인근에 창고형 약국이 개설되면서 발생하는 매출 감소, 소비자 신뢰 감소는 물론 직접적인 피해까지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창고형 약국으로 인해 약사의 적은 약사라는 소위 '약적약' 구도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것.

이 약사는 "갑작스럽게 기존 약국이 폐업하게 되는 경우 정신적 피해는 물론 경제적 피해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피해에 대해 적정한 보상조치라도 이뤄질 수 있도록 약사회가 법률자문이나 법률대리 등을 담당해 기존 약국들이 불합리하게 피해를 당하는 사례에 대한 방어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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