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 매출 0·유증 13% 참여…유한, 독특한 자회사 투자 행보
- 차지현 기자
- 2026-02-10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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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뮨온시아 1200억 유상증자…최대주주 유한, 13%만 참여
- 최대주주 제한적 참여에 '주주 부담 우려'…전략적 판단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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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상장 약 9개월 만에 12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섭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했던 자금의 4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회사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국산 1호 면역항암제'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시장의 관심은 최대주주인 유한양행의 행보로 향합니다. 유한양행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배정받은 물량 가운데 13%인 100억원만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유한양행 지분율은 기존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아질 전망입니다. 왜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유상증자에 전부 참여하지 않았을까요?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뮨온시아는 최근 보통주 1683만200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우선 보유 지분 비율대로 유상증자 신주에 청약할 권리를 배정한 뒤 청약되지 않고 남은 물량을 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유상증자 신주의 예정 발행가는 7130원으로 이사회 결의 전날 종가(1만40원) 대비 29% 할인한 수준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조달 예정 금액은 1200억원입니다. 이뮨온시아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금액을 주력 파이프라인 PD-L1 표적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IMC-001'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로써 회사는 국산 1호 면역항암제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뮨온시아는 지난 2016년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가 설립한 합작사입니다. 2023년 말 소렌토가 20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뒤 파산 신청을 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유한양행은 소렌토가 보유하던 이뮨온시아 지분을 전량 인수했고요. 이로써 유한양행의 이뮨온시아 보유 지분은 67%까지 확대됐습니다.
이후 이뮨온시아는 지난해 6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IPO 과정에서 이뮨온시아가 조달한 자금은 329억원이었는데요. 이뮨온시아는 상장한 지 약 9개월 만에 IPO 조달 금액의 4배에 달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셈입니다.
유상증자에서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최대주주의 참여율입니다. 목적이 무엇이든 대규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기존 주주가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죠. 그래서 시장에서는 최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회사 성장에 대한 책임과 의지를 가늠하는 핵심 판단 기준으로 꼽힙니다.

현재 이뮨온시아 최대주주는 지분 66%(4889만1724주)를 보유한 유한양행입니다. 9일 게재된 이뮨온시아 증권신고서를 보면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의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100억원에 대해 청약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분율대로라면 유한양행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791억원어치의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배정 주식 수의 13%만 청약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이에 따라 유상증자 후 이뮨온시아에 대한 유한양행 지분율은 55%로 10%포인트 이상 낮아질 전망입니다. 9일 종가 88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유상증자 이후 유한양행이 보유하게 될 이뮨온시아 지분 가치는 약 44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지분율 하락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이뮨온시아 지배력 기준 지분 가치는 800억원 안팎 줄어드는 것입니다.
유한양행 측은 이번 결정이 자본 배분과 투자 전략 전반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외에도 75여 곳 이상 바이오벤처에 총 7847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의 효율성을 고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또 유한양행은 이번 유상증자 후에도 55%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재용 유한양행 기획재정부문 전무는 "현재 유한양행이 보유한 이뮨온시아 지분은 2028년까지 전량 보호예수돼 있어 이번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아지더라도 경영권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이뮨온시아 외에도 자체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8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한 곳에 모두 투입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다만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가능한 수준에서 100억원 규모 청약 참여를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한양행의 제한적 참여가 기존 주주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최대주주가 배정 물량의 90% 가까이를 포기하면서 남은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은 청약하지 않는 신주인수권증서에 대해 시장 상황을 감안해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장외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급 불안정은 고스란히 주주의 몫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은 유한양행이 지분 매각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자본 유입을 택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IPO 당시 구주를 한 주도 매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뮨온시아 공모는 100%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구주매출 대상은 유한양행 보유 지분이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였습니다. 덕분에 공모 자금은 최대주주 주머니가 아닌 회사로 온전히 유입됐고 유한양행은 66%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분율을 상장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통상 대주주가 자회사 IPO 과정에서 구주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가령 SK케미칼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과정에서 전체 주식의 30%에 해당하는 765만주를 구주 매출로 처분, 약 5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이뮨온시아 상장 당시 공모가 3600원을 기준으로 유한양행이 이번 유상증자에서 실권하며 희석되는 지분율만큼을 IPO 때 구주매출로 미리 팔았더라면 284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계산됩니다.
이러한 과거 행보를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이번 제한적 참여는 높은 지분율을 자연스럽게 희석시켜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이뮨온시아 상장 과정에서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회를 포기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증명했던 만큼 이번에는 유한양행이 직접적인 지분 매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대신 실권을 선택함으로써 경영권 안정과 투자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대주주 부담은 줄이고 자회사의 자금 조달 통로는 열어두는 실전적 선택을 내렸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이번 청약 규모는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닙니다. 유한양행은 오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이뮨온시아 유상증자에 대한 최종 청약 규모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사회 논의 결과에 따라 청약 금액과 참여 수준에 일부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과연 유한양행은 주주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시장은 그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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