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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신 논쟁 초점 왜 '균주'에 머물렀나…현실과 괴리감

  • 이석준 기자
  • 2025-12-23 06:00:56
  • [규제간극②] 경쟁의 핵심은 관리 역량…글로벌 톡신 시장의 변화
  • 주요국은 의약품 규제, 한국은 국가핵심기술 ‘중첩 관리’
  • 업계 80% 해제 찬성…제도 신뢰를 묻다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톡신 국가핵심기술 논쟁의 중심에는 오랫동안 '균주'가 자리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경쟁의 본질은 이미 균주를 넘어선 지 오래다.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안정적인 대량 생산 능력, 공정 재현성, 품질 관리 시스템,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이다. 다시 말해 ‘기술 보유’보다 ‘관리 능력’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균주는 출발점일 뿐 경쟁의 종착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주요국의 규제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미국과 유럽은 보툴리눔 톡신을 관리 대상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제조·품질·유통 전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규제의 초점은 기술을 차단하는 데 있지 않고, 안전성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균주 자체를 별도의 산업기술로 묶어 관리하지도 않는다.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 기술 역시 문헌과 특허를 통해 이미 널리 공개돼 있다. 1940년대 핵심 공정이 정립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 원리를 활용한 기술로 평가된다. 기술 자체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 다층적인 규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대외무역법, 생화학무기법 등 여러 법령과 다수 부처의 관리 체계 위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더해졌다. 의약품 관리와 산업기술 보호가 분리되지 않은 채 중첩적으로 작동하면서, 규제의 목적은 겹치고 책임은 분산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보툴리눔 독소제제와 균주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엄격한 관리 체계 아래 놓여 있다. 전략물자로서 대외무역법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의약품으로서는 약사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그럼에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유지되면서 규제는 ‘관리 강화’가 아닌 ‘통제 중첩’의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구조는 산업 보호보다 경쟁 왜곡을 낳는다. 이미 글로벌 진출을 마친 선발 주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지만, 후발 주자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품목 허가 이후에도 임상, 수출, 기술 협력 단계마다 추가 승인과 보고 의무가 뒤따르며, 제도는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관리하는 세계, 묶어두는 한국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 보툴리눔 톡신은 ‘위험 기술’이 아니라 ‘관리 대상 의약품’으로 다뤄진다. 핵심은 기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해당 기술이 어떤 품질 관리 체계와 감독 구조 아래 놓여 있는지다. 규제의 기준은 기술 보호가 아니라 관리 역량과 책임 구조에 맞춰져 있다.

반면 한국은 이미 의약품 규제가 작동하는 영역에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규제의 초점은 품질 관리가 아닌 기술 통제로 이동했고, 글로벌 규제 환경과의 간극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간극이 단순한 규제 방식의 차이를 넘어, 산업 경쟁 조건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 역량을 기준으로 경쟁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만 기술 통제라는 추가 규제를 안고 출발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보 논리의 실효성 역시 재검토 대상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최근 수년간 생명공학 분야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례가 ‘0건’이라는 점이 제시됐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역시 지정 이후 장기간 유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 통제 체계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기술을 별도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산업계 여론은 수치로 확인된다. 국내 톡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약 80%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 균주나 생산기술이 아니라, 적응증 확대와 글로벌 인허가 역량이 경쟁의 관건이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균주 보호에 머문 규제 구조가 글로벌 경쟁 논리와 맞지 않는다”며 “관리 역량 중심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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