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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특허등재 실익 없다"...오리지널사의 이유 있는 변심

  • 김진구
  • 2023-07-25 06:20:52
  • 늘어나는 미등재 특허·흔들리는 허특 제도②
  • 허특제도 도입 후 '제네릭 판매금지 조치' 발동 사례 단 1% 수준
  • "등재 시 특허도전 타깃만 될 뿐…제네릭 신청통지 외 이득 없어"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2015년 본격 도입된 '허가-특허 연계제도(이하 허특제도)'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오리지널사들이 특허를 특허청에 등록만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목록집에는 등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모습이다.

특허 등재로 얻는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게 오리지널사들의 판단이다. 허특제도의 설계 취지와는 달리 '제네릭 판매금지 조치'를 비롯한 장치들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데다, 오히려 특허 등재로 인해 번거로움만 더 크다고 오리지널사들은 입을 모은다.

오리지널사도 제네릭사도 모두 웃길 바랐던 제도 설계

허특제도는 의약품 품목허가 절차에서 신약에 대한 특허 침해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다. 모태는 미국의 '해치-왁스만법(Hatch-Waxman Act)'이다.

2007년 체결된 한미 FTA를 통해 도입이 결정됐고,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친 약사법 개정을 통해 2015년 3월부터 허특제도가 전면 시행됐다.

제도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각각 ▲의약품의 특허목록 등재 ▲제네릭 허가신청 사실의 통지 ▲판매 금지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 등이다. 이 가운데 우판권의 경우 한미FTA에서 요구한 사항은 아니다. 소송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며 특허에 도전한 업체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 도입 과정에서 추가됐다.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구조.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오리지널사의 경우 특허를 등재하는 것만으로 제네릭사의 특허 도전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하면 자동으로 9개월 간 제네릭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반대로 제네릭사는 특허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으며, 관련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즉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특히 특허 도전에서 승리해 제네릭을 발매하면 같은 성분 의약품의 시장진입 없이 9개월 간 독점권을 누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오리지널사는 제네릭의 진입을 9개월 간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제네릭사는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우판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에 유리한 조항이 포함된 셈이다.

유명무실 '제네릭 판매금지'…8년 간 실제 조치된 사례 단 1%

그러나 오리지널사에게 이득이 되는 판매금지 조치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8년 간 제네릭 허가신청 사실이 오리지널사에 통지된 사례는 총 2773건이다.

이 가운데 오리지널사가 판매금지를 신청한 경우는 146건(5.3%)에 그친다. 나머지 95%는 제네릭사의 특허 도전에 대해 판매금지 신청조차 없었다.

판매금지 신청이 수리된 사례는 더욱 적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간 29건(19.9%)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식약처에 의해 반려됐다. 그나마 제도시행 초기인 2015~2016년에 26건이 몰려있고, 2019년부터는 단 한 건의 판매금지 신청도 수리되지 않았다.

전체 제네릭 허가신청 통지 사례(2773건) 중 실제 판매금지 조치로 이어진 사례(29건)의 비율은 단 1%에 그친다. 판매금지 신청 자체가 극히 드문 데다, 신청을 하더라도 대부분은 반려됐기 때문이다.

2015~2021년 제네릭 판매금지 조치 발동 사례(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2015~2021년 제네릭 판매금지 조치 신청 및 수리 건수례(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매금지 신청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판매금지 조치가 발동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리지널사가 판매금지 신청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제네릭사들은 후발의약품 품목허가 신청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무효심판이나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통해 특허에 도전한다. 제네릭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시점엔 이미 특허권에 대한 무효 심결이나 권리범위확인 심결이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므로 판매금지 조치는 발동되지 않는다.

반면 제네릭사에게 이득이 되는 우판권 제도는 매우 왕성하게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총 792건의 우선판매품목허가 신청이 있었고, 이 가운데 627건(79.1%)가 수리됐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10건 신청하면 이 가운데 8건은 승인됐다는 의미다.

허특제도의 모태가 된 미국 제도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미국은 판매금지 기간이 훨씬 길다. 미국은 오리지널사의 특허 침해소송 제기로부터 30개월 간 제네릭 판매금지 조치가 발동된다. 미국의 제도는 제네릭 진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실하다는 의미다.

또, 미국에선 별도로 우판권 제도를 두지 않는다. 자연히 제네릭사들의 경쟁적인 특허 도전이 적다. 오리지널사 입장에선 특허 등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확실하기 때문에 대부분 특허를 등재하고 있다.

'등재해도 실익이 없다'…오리지널사들 특허 등재 포기 움직임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설계된 제도가 한쪽으로 치우친 채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네릭 진입을 저지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다 보니, 제도가 본격 도입된 지 8년이 지난 현재 오리지널사들이 특허 중 일부를 아예 등재하지 않는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제네릭사와의 특허 분쟁에서 오리지널사가 대부분 패배하고 있다는 점도 특허 등재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2015~2021년 제네릭사들이 우판권을 따내기 위해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회피 도전)은 총 641건으로, 이 가운데 632건에서 승리했다. 승률로는 98.6%에 달한다. 비교적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무효 심판의 경우도 제네릭사들은 171건 중 132건(77.2%)에서 승리했다. 대부분 제제특허·염특허·조성물특허에 대한 도전이었다. 사실상 특허분쟁 1심에선 제네릭사들의 승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제네릭사의 특허심판 청구 결과(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십중팔구 패배하는 싸움에서 굳이 특허를 등재해 제네릭사들의 도전 타깃이 되는 것보다는, 특허를 등재하지 않은 채로 제네릭이 발매됐을 때 특허 침해소송과 제네릭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게 오리지널사들의 판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리지널사들은 제네릭사들리 공략하기 쉬운 제제특허·조성물특허·염특허·결정형특허를 등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제특허가 10건 있다고 가정하면, 이 가운데 1~2건만 등재하고 나머지는 특허청 등록만 해두는 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사 입장에선 특허 등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사실상 제네릭 허가신청 사실을 통지받는 것뿐"이라며 "오히려 제네릭사들과의 수많은 분쟁에 투입되는 수고와 비용을 감안하면 특허를 등재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도 특허를 등재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으나, 빈번하진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선 제제특허나 조성물특허를 등재하지 않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사 입장에선 특허를 등재하더라도 제네릭 진입을 막을 수 없고, 특허 분쟁에서도 거의 대부분 패소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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