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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착각하지 마라

  • 데일리팜
  • 2006-10-12 09:53:55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사 2곳에 대해 기습적인 조사를 하고 나선 목적이 도대체 뭔지를 모르겠다. 어림잡아 짐작되는 것이 몇 가지 뻔하기는 하지만 이번 조사의 성격이 여느 때와 달리 보인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타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공정위는 올해 초부터 진행해 왔던 조사업무의 연장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약사에 갑자기 들이닥친 정황이나 꼼꼼한 현장조사 등을 감안하면 의도가 있는 기획조사의 성격이 강하게 풍긴다. 더구나 업계에서는 제약사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중이다.

일부 업체는 영업사원들에게 관련서류를 사무실에 두지 말고 갖고 다닐 것을 주문하는 상황이기까지 하다. 분명한 것은 이들 제약사만의 조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따라서 제약사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시작되면 도매상과 약국 및 의료기관으로 조사가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제약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는 결국 거래처에 대한 조사나 다름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칼을 뽑아 든 궁극적 이유가 궁금하다. 공정위는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살피기 위한 차원의 조사라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의 주도하에 진행된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경쟁제한 요소의 규제를 혁파할 기구에서 기획조사를 하는 것이라면 특정 규제를 없애기 위한 목표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 규제가 뭔지 그리고 그 규제를 어떻게 풀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어떤 조사를 해 나갈지에 대해 공정위는 분명하게 밝히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공정위의 조사내용은 오랫동안 관행화된 리베이트 문제나 국공립 병원 입찰시 담합 등의 사안이다. 이들 이슈는 건전한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핵심이 돼 왔음에도 그 뿌리 깊은 관행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 불공정한 경쟁이 경쟁제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에 그것을 뿌리 뽑겠다는 원론적인 의지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공정위가 의약계의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려면 단죄만 하는 식의 접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리베이트나 담합입찰 등은 보험약에 관련된 사안이다. 보험약은 시장경제적 재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공재적 재화이기도 하다. 국가 보험재정으로 재화의 가치가 보상되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이기도 한 것이 보험약이다. 보험약은 시장경제에 온전히 적용되기 어렵기에 거꾸로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행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열려 있는 묘한 특성이 있다. 기업의 판단이 아닌 국가에 의해 인위적인 가격조정이나 퇴출과 신규진입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건전한 시장’이 만들어질 개연성은 그만큼 작다.

더구나 보험약의 핵심 수요자는 배타적 직능인 의사, 약사가 주축이다. 보험약 소비에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이들 배타적 직업군에 대한 직능범위 또한 국가가 부여했다. 여기에 의료기관이나 약국은 국가에 의해 강제 운용되는 요양기관강제지정제 하에 있기도 하다. 이들 요소들은 제약사들이 시장경제적 접근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이라는 것이다. 생사여탈권에 대한 환경을 국가가 만들어 시장적이지 않은 환경이 토양인 상황에서 국가가 시장경제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칼을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 작금의 공정위 행보라는 점이다.

공정위는 또 의약계의 반시장적 요소로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금지를 보고 있다. 즉, 일반약 슈퍼판매 금지를 ‘경쟁제한’ 요소로 보고 기회만 있으면 이를 풀려고 하는 입장이다. 물론 일반약은 보험약과는 달리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진입과 퇴출이 시장에서 결절된다. 하지만 일반약이 배타적 직능인 의·약사와 국가 지정의 요양기관에서만 취급되는 것이 규제라고 본다면 의·약사 면허와 요양기관도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규제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허용하려면 의·약사 면허취득의 진입장벽을 풀고 요양기관강제지정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공정위는 그것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의약계의 잘못된 관행을 옹호하고자 하는 입장이 물론 아니다. 뿌리 깊은 악습과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지만 접근 자체가 모순이 있다면 되레 그 악습이나 관행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공정위는 절대 공정한 칼을 들이대기 어렵다. 공정위는 그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의제 준 사법기관이자 장관급의 독립된 기관으로서 어느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공정위가 추구하는 것은 ‘경쟁’이 핵심원리로 작동되는 시장경제시스템의 확립임을 안다. 이 말은 공정한 시장경쟁이라는 깃발만 들이대면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공정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럴수록 착각을 해서도 안 된다. 결국에서 가서는 일부만 단죄가 되는 그런 조사는 오히려 반시장적이다. 지금이라도 조사의 목적과 취지 그리고 무슨 규제를 어떻게 풀고자 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분명히 밝히고 조사에 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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