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장관의 성분명 발언
- 데일리팜
- 2006-10-16 06: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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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이 국정감사 장에서 공공의료기관부터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아울러 의사의 처방전 2매 발행에 대해 처벌규정을 만들어서라도 잘 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나 지역처방약 목록 역시 잘되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이 모두 마찬가지다. 세 가지 사안이 의-약간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이들 사안에 대한 정부의 지금껏 행보를 보면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렵다.
성분명 처방은 의약분업의 기본 틀을 바꾸는 개혁성의 색채를 갖고 있는 큰 작업이기에 사실 단기적인 과제는 아니다. 이 말은 당장 시행을 안 해도 되는 만큼 두루뭉술하게 약속을 하기가 쉽기도 하다는 의미다. 또한 있으나 마나한 제도로 전락하고 관련법은 거의 사문화된 처방전 2매 발행이나 처방약 목록의 사례를 보면 성분명 처방이 쉽게 될 사안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사안은 의료계의 적극적 참여나 협조가 전제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로인해 시행초기부터 이미 유명무실했었다.
특히 처방약 목록의 경우는 의료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이 사안은 의약분업이 연착륙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축이었지만 제도 자체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무의미한 상황이 돼 버렸다. 지난 2001년 8월 14일 약사법에 처방약 목록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이후 5년여 동안 전체 229곳의 시·군·구 의사분회중 처방약 목록을 해당 약사분회에 제공한 곳은 84곳인 36.7% 불과하다. 또 의·약사회간에 협의조정을 거쳐 처방약 목록이 공고된 곳은 61곳으로 26.6%에 그친다. 서울 25개 분회를 비롯해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충북, 제주지역의 의사회는 처방약 목록을 제출한 분회가 아예 전무했다.
설사 처방약 목록을 제출한 지역이라고 해도 일정기간 마다 업데이트가 더 중요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처방약 목록은 거의 공백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록이 있다고 해도 실제 이용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대책이나 대안을 내놓지 않고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뒷짐을 져 왔다. 이제는 관심 사항인지 조차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를 잘 해보겠다고 하니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성분명 처방은 그 연장선상에서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가 때마침 추진하겠다고 하는 처방약 목록 미제출에 따른 처벌규정 법제화 추진은 역시 그런 점에서 혼란스럽다. 의도야 이해가 가고 회원들의 귀를 반갑게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헛다리 집기인 것 같다. 처벌규정을 만들어 처방약 목록을 받는다고 했을 때 그것이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보는가. 의사분회가 처방약 목록을 방대하게 하거나 성의 있게 작성하지도 않고 아울러 업데이트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약국가는 오히려 구색갖추기난이 가중되고 재고부담이 느는 등 지금 보다 더 어려움에 처할 개연성이 높다. 더구나 처방약 목록에 제약사들의 영업이나 로비까지 가세하면 약국은 더 소외된다. 다시 말해 처방목록은 중앙회의 역할로 해결될 성격이기 보다는 지역 의·약사 분회간의 자발적 협력사항이다.
처방약 목록이나 처방전 2매 등의 현안은 처벌규정이 명확할 수 없어 정부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들 사안 그리고 성분명 처방은 강제나 처벌이 능사가 아닌 것을 알기에 정부가 강력한 처벌규정에 전적으로 매달리기 어렵다는 것을 역시 모르지 않는다. 따라서 그럴수록 세세한 처벌규정이 쉽지 않을 성분명 처방이기에 장관의 제도화 추진발언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성분명 처방에 대해 의료계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대안이 현실적이기에 차라리 그것이 나왔다면 신뢰가 간다.
장관은 성분명 처방이 제도화 됐을 때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어떻게 끌어낼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고 그런 인센티브 방안을 내놨어야 했다. 재론하지만 처방약 목록이나 처방전 2매 발행에 대한 자발적 협조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을 우리는 여실히 보아왔다. 성분명 처방이 도입된다고 해도 의료계의 협조가 미흡하면 보험재정을 절감하면서 질 좋은 약의 보급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진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이윤동기를 없애는 것조차 실패할 우려가 높아 성분명 제도라는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의약분업은 원론적으로 협업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해득실을 분할하는 게임장 같은 것이 되었다. 추진주체인 정부는 협업을 이끌어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갈등의 조정역할을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정부가 추진하는 성분명 제도화가 잘 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식약청도 지난 2001년 생동성 활성화 방안 발표 시 인증품목이 일정 수준이 되면 성분명 처방을 실시하겠다고 했었다. 생동성만을 본다고 해도 지금 그 약속이 지켜질 의·약간 협업분위기가 되었다고 보는가. 장관의 성분명 처방 발언은 협업은 커녕 철저하게 방치돼 온 갈등이라는 모래 위에 누각을 짓겠다는 것이기에 신뢰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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