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적 약가정책, 제약산업 교란"
- 박찬하
- 2006-10-31 12: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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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회포럼 홍성주 실장, 제약산업정보에 특집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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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독점 보험자의 지위를 이용해 약을 독점 공급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적대적인 커뮤니스트(communist)의 입장일 뿐…특정 제약사에게만 보험등재의 특혜를 주는 것은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다."

홍 실장은 기고문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비급여대상을 제외한 일체 사항을 급여대상으로 하는 전일적 의료서비스 제공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중 '약제'만을 뽑아 예외조항으로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포지티브의 문제점은 제도 자체보다 정부가 보험약선별권과 가격결정권을 독점적으로 갖는다는데 있다며 이 두 가지 현실 때문에 복지부가 추진하는 포지티브제는 다른 OECD 국가들과 전혀 다른 제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보험시장의 이중가격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정부가 실거래가신고를 의무화함으로써 약가마진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그 결과 정부의 상환지표였던 고시가 수준으로 약의 실제가격을 올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 입법절차를 밟고 있는 포지티브 정책은 정부에 의한 가격왜곡의 전형이며 좌파적 개혁정책은 국가개입의 경계선을 곧잘 뛰어 넘는다고 적시했다.
홍 실장은 "정부는 의약품 공공성이라는 정치적 슬로건에 따라 약의 생산, 유통, 소비를 통제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심평원과 공단에 시장기능인 약 선택권과 가격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심평원은 '전문동료심사제도'를 상징하는 명실상부한 독립성을, 공단은 현재의 방만한 운영에서 벗어나 지방분권화 시대에 걸맞는 경쟁체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성주 실장]=전북의대 졸, 전북의료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 임원, 의료와 사회포럼 정책실장, 인월 지산의원 원장.
보건복지부는 '포지티브 리스트’(보험급여 대상 약제 선별등재)'를 핵심으로 하는 '국민건강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령(안)을 예고중이다. 개정령(안)은 그동안 한미 FTA 협상과 맞물려 정치 쟁점화 되어 왔다. 이 제도를 대미 FTA협상에서 양보할 수 없는 '국내의 고유한 개혁정책'으로 고수하는 협상전략 때문에 정부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정상적인 논의가 봉쇄되어버린 측면이 있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미국 측 이해당사자 참여와 신약 특허기간 연장 등을 양보하면서까지 정부가 관철시키려는 ‘국내용 개혁’을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나서서 반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과거 ‘실거래가상환제’처럼 포지티브제 역시 심각한 정책적 결함으로 개혁 목표 달성이 어렵다면, 이러한 정책실험을 위해 미국에 양보한 국가이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의 개혁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이러한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입법 예고중인 포지티브제는 정책이기 전에 ‘개혁’이라는 이념의 옷을 먼저 걸친 채 외국과의 협상에서 고수해야 할 국가적 ‘자존심’이 되어 버렸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경향은 정책결정의 패턴으로 굳어져 왔다. 바람직한 정책 결정이란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정부와 관련학계가 시민사회의 공론장 속에서 만나 토론과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정의로운’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행정관료, 시민단체, 전문가 등 소위 ‘공공성’과 ‘공정성’을 대변한다고 가정된 그룹들에 의해 주로 ‘개혁의지’가 반영된 의료정책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정부정책이 조응해야 할 현실(시장)을 이해당사자들처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시장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배제되는 것은 정책으로써 기본적인 결격성을 지닌다. ‘개혁’이란 정부정책이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이념적 의제 설정일 것인 바, 이념의 편향이나 과잉이 일어나면 정책은 시장을 구축(拘縮)하는 프로메테우스의 침대가 될 수도 있다. 포지티브제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개혁이념의 과잉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말하는 정책의 제안이유(높은 약제비 비중)나 정책목표(약제비절감과 국민건강 향상)의 적절성 여부도 문제지만, 포지티브제 시행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이 정책(플랜)이 적용되어야 할 현실(시장)에 대한 무지에 있다. 정책 발상이 ‘반시장적’일 뿐만 아니라 공론 과정에서 ‘지금 이곳’의 시장현실이 주목받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급여하는 보험약의 등재방식을 기존의 네가티브 방식(동 개정령(안) 8조, 요양급여대상은...‘비급여대상을 제외한 일체의 사항’으로 한다)에서 포지티브 방식(동 조항의 단서 조항, 다만 약제의 경우에는...‘급여목록표로 정하여 고시한 약제 한하여’ 급여대상으로 한다)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사소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폭발력을 지닌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약제’에 국한된 예외조항이라는 점이다. 즉,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 모든 질환, 모든 의료행위에 대하여 일부 ‘비급여대상’을 제외한 일체의 사항을 급여대상으로 하는 네가티브 방식의 전일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둘째, 포지티브 리스트제(급여대상 품목 제한) 자체가 아니라, 이 제한을 위한 ‘보험약 선별권’과 ‘가격 결정권’을 국내 유일의 독점적 보험자인 정부가 갖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포지티브 전환으로 약제비 부담을 줄인다는 주요 논거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시장’에 적용될 포지티브 정책의 문제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위 두 가지 현실 때문에 정부의 포지티브제는 다른 OECD 나라들과는 전혀 다른 제도가 되는데, 이것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민의 모든 의료서비스를 관장하는 정부가 민간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공단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민에게 보험급여 할 약의 품목과 가격을 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포지티브 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의료보험 시장의 환경이 다르고 여기에 적용될 제도의 작동 메카니즘이 전혀 다른 것이라면, 이것을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많은 나라에서 보험자의 종류나 지역특성에 따라 제 각각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하기도 하고 네가티브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직접 약의 품목과 가격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정부는 물론 포지티브 제도가 우리의 건강보험체계 속에서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공단이 가입자를 대리해 제약시장에서 약을 선별 구매하고 가격협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행위이며, ‘독점보험자’의 우월적 지위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다국적 제약사 역시 신약의 ‘독점 공급자’인 셈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고 보험약 선별도 전문가 그룹에 의해서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시장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시장이란 다수의 공급자와 더 많은 구매자들 간의 자유로운 쌍방계약에 의해 교환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러한 교환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공급자 ‘경쟁’과 구매자의 ‘정보력’에 의해 매개된다. 정부는 의료보험시장의 ‘관리자’를 자처하는 한 시장행위의 주체(참여자)가 될 수 없다. 시장의 경쟁을 촉매하고 정보의 비대칭(gap)을 메워주는 공정한 ‘관리정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시장의 ‘선수’로 뛸 수 있는 경우는 자신도 민간과 경쟁해야 하는 다보험자시스템 하에서만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시장에서의 ‘독점거래’를 감시해야 할 ‘심판’의 입장에서 정부가 독점 보험자의 지위를 이용해 약을 독점 공급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만약 민간 사기업의 경우라면, 독점거래방지법에 저촉되는 범법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민간의 ‘사익추구’를 위한 독점은 안 되고 정부의 ‘공공’을 위한 시장독점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정부 독점이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시장에 적대적인 코뮨니스트의 입장일 뿐, 정작 ‘비인격적’인 시장은 이 양자를 구별하지 않는다. 시장의 교란자라는 측면에서 둘은 똑같다. 또한 오니지널 제약사도 ‘독점 공급자’가 아니냐 하는 것도 틀렸다. 그것은 독점이 아니라 ‘특허권’에 해당한다. 현대의 문명화된 시장에서 특허권은 중요한 부분이다. 사기업(제약사)의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조건은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조건이어야 한다. 정부가 시장 ‘밖’에 존재하는 정부위원회를 통해 ‘경제성 평가’를 잣대로 특정 제약사에게만 보험등재의 ‘특혜’를 주는 것 역시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가 된다. 시장에 대한 정책결정자의 이러한 오해와 무지는, 의료보험 시장이 일반 자유시장과 달리 구매자(국민)와 공급자(의사, 제약회사), 그리고 보험자(정부)라는 ‘3자 관계’로 구성된 ‘특수한 시장’이라는 것 때문에 더 강화되는 것 같다. 정책결정자들은 ‘국가개입’이 허용되는 이런 시장의 경우, 일반 시장에서와는 다른 시장원리가 작동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좌파 개혁가들은 과거 자본주의에 적대적이었던 경험 때문에 ‘반시장적’ 개혁 성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흔히 ‘국가개입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는 인식으로 시장을 대한다. 즉 정부 역할에 대한 한계 설정이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전국 단일의 통합보험체제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고 시장의 ‘가격기능’도 정부 관할 하에 있다. 좌파적 개혁정책은 국가개입의 ‘경계선’을 곧잘 뛰어 넘는다. 정부의 보험정책은 그러한 예가 많다. 여기서는 이 글 주제와 관련하여 ‘의료보험시장’에서 형성되는 ‘이중가격체계’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를 예로 들어보자. 제약사가 생산해 보험시장에 내놓은 의약품은 2중의 가격체계를 갖는다. 하나는 정부(보험자)가 상환지표로 삼기 위해 식약청 인허가와 함께 정하는 ‘고시가’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거래되는 ‘진성가격’이다. 의료보험 시장을 관리하는 정부의 위원회가 다양한 시장조사와 함께 약의 경제성 평가를 하는 주된 목적은, 약에 대한 인허가의 조건을 따지고 ‘정부고시가’를 정하기 위함이다. 다보험자 보험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에 정부의 역할은 여기에 국한된다. 약의 품목과 가격을 국가 차원에서 정부가 시장 ‘밖’에서 결정하는 일은 보험시장의 다양성과 중층구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관할 하의 획일적인 보험시스템으로 인해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조작이 상대적으로 쉽고 그 파괴력이 크다. 정부의 단순한 시행령 규제만으로도 시장의 작동 메카니즘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실거래가상환제도’와 현재 입법예고중인 포지티브 정책이 그러한 가격왜곡의 전형이다. 실거래가상환제는 보험시장의 이중가격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정부가 ‘실거래가신고’를 의무화함으로써 약가마진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의 상환지표였던 고시가 수준으로 약의 실제가격을 올리는 결과만을 초래하여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시장으로부터 앙갚음이었다. 포지티브제(정부의 보험등재 권한과 가격결정권)는 독점 보험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공단의 약제비 부담을 제약사의 ‘생산마진’에 전가시키게 될 것이다. 제약시장의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약품생산 및 신약개발의 위축, 그리고 정상적인 시장의 경쟁 대신 지대추구를 조장하는 시장왜곡이 필연적이다. 정부는 소위 ‘의약품 공공성’이라는 정치적 슬로건에 따라 약의 생산, 유통, 소비를 통제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번 확립된 이러한 반시장적 국가통제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든 의료서비스, 모든 질환, 모든 국민에 대한 ‘의료통제’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 건보공단 등 포지티브제 시행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정부기관들은 제약사의 생사여탈권까지 쥔 '빅 브러더스' 인 셈이다. 국민의 의료선택권과 자율성,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은 ‘국민을 대리(agent)하는’ 빅 브러더스의 간섭으로 점점 활력을 잃고 위축될 것이다. 정부 산하기관인 심평원과 공단에 원래 시장의 기능이어야 할 약 선택권과 가격결정권이라는 전능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한다. 심평원은 ‘전문동료심사제도’를 상징하는 명실상부한 독립성을, 공단은 현재의 방만한 운영을 광역 단위로 분리하고 지방분권화 시대에 걸 맞는 '경쟁체제'로 거듭남으로써 대국민 접근성을 높이고 가입자 위주의 민주적 운영체계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홍성주 실장 기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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