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버무릴 일 아닌 성분명약속
- 데일리팜
- 2007-03-02 06: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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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처방이 거짓 약속이 될 공산이 커졌다. 그것도 대통령의 거짓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여약사대회에 참석해 성분명처방을 약속했고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4년을 맞아 대통령은 성분명처방에 대해 그 때의 약속을 임기 중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저 차근차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고만 얼버무렸다.
대선과 총선 등 정치일정과 의료법 파문 등을 감안하면 대통령 임기 중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럴수록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히 드러나야 한다.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면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성분명처방 약속은 의약계 보다는 국민과의 공약사항인 성격을 갖고 있다. 성분명처방은 관련단체의 이해득실을 떠나 약제비나 재정절감 및 국민편의 증진, 제약산업 발전 등을 위한 차원에서 시행 당위성이 있는 제도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상황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체조제가 잘 진행된다고 했는데,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을 모르고 있다. 사전, 사후통보라는 결정적 걸림돌을 과연 의미심장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생동품목 조차 사후통보제가 대체조제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이다. 생동품목을 점차 늘려 가면 잘 될 것처럼 했지만 이미 생동품목은 4천개를 넘었다. 시범사업을 할 여건이 됐는데도 아직도 가야할 여정이 긴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생동조작 파문과 관련한 입장도 그렇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검사기관의 신뢰를 거론하는 것은 시의적절치 않다. 생동파문은 이미 일단락 됐고 식약청의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는 검사기관의 신뢰성에 무게를 실어 와전된 전체 생동품목의 신뢰도를 대통령이 높여주어야 한다. 정부는 어차피 생동성 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은 오래전에 공공의료기관부터 성분명처방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이번에도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있은 직후 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재삼 또 그렇게 입장을 피력했다. ‘제한된 범위’라는 모호한 전제가 붙었지만 주무장관의 약속이 반복된 상황에서 대통령은 분명한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 임기 중에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성분명처방은 눈치로 할 일이 아니다. 장관은 ‘논란’이 좀 적도록 하는 선에서 노력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태도가 참으로 복지부동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책도 논란이 있으면 안하겠다는 의지와 무엇이 다른가. 논란 보다 시행당위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주무장관이 가져야 할 엄정한 가치관이고 태도다.
성분명처방은 지난 2003년 개략적이나마 시행일정이 발표됐었다. 성분명처방 목록과 인센티브 방안 등의 윤곽이 그려졌었기에 대통령의 말처럼 천천히 갈 일이 아니고, 장관의 말처럼 논란을 의식해 갈 일이 아니다. 시행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행 가능한 것이 성분명처방이다. 동일 성분군의 약효동등성 담보가 전제조건이지만 그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봐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약사직능을 믿어주고 맡기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약속을 해놓고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은 나쁘다. 임기 중 지키기 어려울 것 같으면 차라리 솔직히 고백하고 차기 정권에서라도 반드시 시행되도록 준비만큼은 철저히 해 놓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약속 한마디는 주무부처가 일을 하는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언제 시행하겠다고 약속을 하면 주무부처의 움직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성분명처방 의지표명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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