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무자료거래 파문
- 데일리팜
- 2007-03-05 06: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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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도매업계가 무자료 거래 파문으로 발칵 뒤집혔다. 추징금을 물게 될 도매상만 무려 150여개 업체에 달하고 이중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추징당하는 업체들이 있다고 하니 전례 없는 파국이 휘몰아칠 조짐이 역력하다. 10여개 도매상은 과도한 세금추징에 따라 부도설이 나돌고, 나아가 어음맞교환 등으로 인한 도매업계의 연쇄부도설까지 나오고 있어 도매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제약업계도 초조하고 긴장된 눈으로 사태추이를 지켜보기는 마찬가지다. 도매업계 발 위기가 제약사까지 불똥이 튀길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무당국은 차제에 드링크류 전반에 대한 무자료거래 조사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약사들까지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무자료거래 파문이 일반약 종합도매가 아닌 에치칼 도매상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역시 도매업계 뿐만이 아니라 전체 제약사들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한마디로 업계 전체가 흉흉한 분위기다.
우리는 무자료거래가 건전한 유통질서를 방해하고 세금탈루의 온상이라는 점에서 근절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관행을 일거에 제거하기에는 그 충격파가 너무 큰 것이 안타깝다. 더구나 의아스러운 것은 세무당국이 무자료거래 관행을 근절할 계획으로 하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주요 에치칼 도매상을 대상으로 가공 매입계산서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 바로 그렇다.
보통 제조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거나 또는 실제 보다 작은 금액의 세금계산서로 도매상에 물품을 공급하면 부가세신고 매출액이 전산집계 매출보다 작을 수밖에 없어 해당 제조업체는 가공매입 계산서가 필요하다. 이 경우 제조업체는 부가세 만큼은 내게 되지만 법인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다. 제조업체와 도매상간의 다른 이면거래도 의심받는다. 국세청이 이 같은 가공매입 계산서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면 그것은 무자료거래 차원의 조사를 넘어 곧 의약품 유통 전반에 대한 뒷거래 조사의 시작을 알리는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조사 근거자료를 갖고 검찰에 고발할지 여부는 세무당국의 결정에 달렸다.
제약사들이 의약품 거래와 관련해 의·약사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리베이트의 원천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무자료거래를 통한 축적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가공 매입계산서 부분이 작지 않다. 제약사나 도매상 모두 이런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는 십분 이해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일거에 없애고자 한다면 의약품 유통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극단적으로는 마비될 여지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무자료거래 문제는 사실 고질적이다. 여기에는 개국가나 개원가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제약사나 도매상이 무자료거래를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양기관들이 무자료거래를 자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만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탓이다. 하지만 요양기관들은 또 그만큼 매출축소 등을 통한 매입·매출을 맞추는 세금탈루 악순환에 빠진다. 결국 무자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의약계 시장 전반에 강력한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데, 단기간에 그것도 한꺼번에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드링크류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무자료 문제가 자주 제기되는 주류나 생필품 등과 유사한 현실이다. 일부 드링크류는 약국을 거쳐 일반 소매점이나 사우나 등으로 되팔린다. 무자료 거래가 많아질 요인이 다른 의약품 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많은 제약사들이 드링크류를 생산·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자료거래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상존하고 있음을 곱씹어 봐야 한다. 과연 어디부터 손을 대고 수술을 해야 하는지 치밀한 계획이나 대안이 없으면 무자료 관행을 처벌과 추징금만으로 근절시키기가 쉽지 않다.
세무조사는 탈루한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탈루유혹을 예방하는 두 가지 효과를 두고 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탈루의 근본적인 요인을 제거하는데 목표가 맞추어질 필요가 있다. 시장은 그만큼 무자료 유혹에 빠져들 과당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사태도 세금탈루는 잘못이지만 그런 무자료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무자료거래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설사 추징 도매업체가 부도가 난다해도 업체만 바뀔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의약계 전체에 드리운 세무당국의 칼날이 한꺼번에 휘몰아치듯 진행되기 보다는 긴 안목으로 진행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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