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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대학로서 30년, 의원 없어도 즐겁죠"

  • 한승우
  • 2007-03-29 12:12:44
  • 서울 한독약국 전상훈 약사, 젊은이들과 문화 향유

전상훈 약사
문화와 예술의 거리 대학로.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이곳에서 30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인생을 '향유'하고 있는 노(老) 약사가 있다.

마로니에 공원 안쪽, 의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극장 골목 왼편에 위치한 한독약국을 운영하는 전상훈 약사(중앙대·62).

단순히 재밌는 일이 많을 것 같다는 기자의 호기심에 찾은 이 약국은 아니나다를까, 문화의 향유에 흠뻑 빠져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전 약사를 만날 수 있었다.

혜화동과 인연이 닿아 30년간 한 곳에서 약국을 하고 있다는 전 약사는 "인생이 너무 즐겁다"면서 자신의 삶을 하나 둘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30년간 이 약국을 거쳐간 유명인사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렵다. 전 약사에 따르면, 이 약국에는 고건 전 총리를 비롯해 소설가 최인훈·정채봉 씨, 연극배우 박정자 씨, 조계종 총무원장 이지관 스님, 최근에는 연예인 김C가 다녀갔다.

"고건 씨는 이 동네에 살아요. 가끔씩 목욕탕에서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연극배우들은 피곤한 일이 많은지 주로 '피로회복제'를 자주 찾아요. 그래도 그들의 뜨거운 눈빛을 보면 괜히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전 약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비보이를 사랑한 신데렐라' 공연팀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공연팀은 관절에 무리를 가하는 동작들을 소화하다보니 '스포츠테이프·소염진통제'등을 엄청나게 소비한다고 했다.

마로니에 공원 안쪽, 소극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한독약국이 있다.
전 약사는 이 '비보이' 공연팀이 약국에서 사용하는 외상장부를 직접 꺼내보이며 "나도 엄연한 공연팀의 일부"라고 크게 웃었다.

가끔씩 극단에서 소품 요청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 그 때마다 성심성의껏 도와주려고 노력한다는 전 약사.

실제로 얼마 전에는 무대작업을 하던 연극배우들이 공연에 쓸 '흙'이 필요하다고 하자 전 약사는 손수 기르던 화분 속 흙을 모두 덜어내 빌려주기도 했다.

빌려준 후에 처음상태로 고스란히 돌려받는게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전 약사는 "그래도 젊은이들이 자신의 열정을 한 곳에 쏟고 있는데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약국 앞을 지나던 장진성 씨(연극배우·33)는 "대학로 중심에 있는 약국이라 동료배우들과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면서 "늘 뭔가 읽고 있거나 웃고 있는 약사님의 모습이 인상깊다"고 밝혔다.

약국에는 혜화동 주민들도 많이 드나들었다. 한 아주머니가 이 약국을 찾아 "남편 입술이 자주 헌다"고 말하자 전 약사는 대뜸 "술 좀 그만먹으라고 해"라며 살갑게 약을 건넨다.

'비보이'팀이 한독약국과 거래하는 외상장부
그 방법 좀 알려달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전 약사는 "아침밥을 해주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전 약사는 약국을 경영하면서 틈나는대로 독서와 산행, 테니스, 심지어는 미술까지 즐기고 있다. 인생이 너무 즐겁다고 말하는 이유도 결국 이런 문화생활에 따른 것이라고 전 약사는 설명한다.

이와 함께 전 약사는 분업 후 달라진 약업환경에서 일해야하는 후배약사들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약사는 "나도 젊었을 때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에 17시간씩 약국을 혼자 운영하기도 했었다"면서 "하지만 지나고 보니까 그것처럼 자신을 갉아먹는 일은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약사는 "좋은 시절 약국을 해왔던 터라 후배들에게 딱히 조언해 줄 말은 없지만, 상황과 현실이 어렵더라도 '즐겁게 살아야지'하는 마음만큼은 항상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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