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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막가는 유통일원화 폐지입법

  • 데일리팜
  • 2007-04-30 06:30:58

유통일원화 존·폐를 둘러싼 정부와 도매업계의 대결구도가 끝내 정면 충돌했다. 지난 12일 복지부가 고민하면서 끌어왔던 입법예고 카드를 드디어 커내들자 도매업계가 지난 18일부터 1인시위를 시작한데 이어 23일부터는 황치엽 도협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나서고 있다. 25일로 예정됐던 궐기대회는 유보됐지만 도매업계의 반발 분위기가 예의 심상치 않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유통일원화 폐지법안을 준비해 온 복지부와 절대사수를 배수진으로 쳐온 도매업계의 타협 분위기는 일단 없다.

우리는 복지부가 유통일원화 관련 법안(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제1항제7호)을 폐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상당수 제약사들이 계열도매를 두고 있어 유통일원화 의미가 반감했고 현재 추진 중인 의료법 개정과 맞물리게 될 경우 종병의 기준이 10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늘어나 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가 약해진다. 복지부 말대로라면 해당 종병수가 295개에서 136개로 줄어든다. 나아가 근본 취지인 공정경쟁 제한 요소를 없애고자 하는 의도를 역시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복지부는 두 가지 면에서 무책임하다. 그래서 유통일원화를 폐지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었다. 하나는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핵심 포스트를 시의에 맞지 않게 보직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통일원화를 폐지하려는 의도가 애초 주무부처의 확고한 의도인지 자체가 매우 의아스럽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유통일원화 존·폐 여부에 명분을 얹어주는 곁가지이기는 하지만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부분이기에 그만큼 또한 중요한 전제다.

우선 최근 담당부서장 인사를 보면 참으로 의아스럽다. 담당 사령탑격인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이 입법예고 직전인 지난 3월16일 돌연 업무관련성이 없는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인구아동정책관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나아가 보건의료정책본부 산하 실무급 책임팀장인 의약품정책팀장은 지난 2월25일 발령 이후 얼마 안 있어 입법예고 직후인 지난 23일 서울식약청장으로 또 다시 보직이 갑자기 변경됐다. 업무를 맡을 핵심 인사들의 갑작스러운 인사나 잦은 보직변경은 책임 있는 정책을 추진할 의도를 애초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추진과 관련해 복지부의 중심잡기다. 유통일원화 조항은 지난 94년 7월 제정 이후 10년 한시법으로 존속돼 온 조항이었기에 3년 가까이 더 유지돼 온 상황이고 폐지하는 기간도 향후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기는 했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더 이상 존속시키지 않아도 되고 거기에서 나아가 아량을 한껏 베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재정경제부라는 이른바 ‘파워부처’의 강했던 간섭과 그 입김을 생생히 기억한다.

공정위가 나설 때는 경쟁제한 요소를 없애고자 하는 규제개혁이었다. 이번 입법예고 취지에도 그런 명분이 녹아들었다. 재경부는 또 약제비 절감이 그 이유였다. 이는 바꿔 말하면 시장경제와 국민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복지부로 돌진한 막강부처의 우월적 간섭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유통일원화는 규제개혁이나 약제비 절감만을 들이댈 시장 내지는 규제의 관점으로 볼 사안이 아닌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약품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무한경쟁 보다는 부분경쟁 체제가 바람직하다.

더구나 전문의약품은 시장경쟁을 못하도록 국가가 인위적으로 차단해 놓고 이를 시장경제적 논리로 접근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경쟁을 통해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는 것도 겉으로는 약값이 떨어질 것 같지만 과도한 뒷거래를 조장할 우려가 커 그에 수반되는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약제비 증가 부작용은 감안하지 않았다.

물론 유통일원화 조항은 영세 도매업계의 난립과 덤핑 등의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은 유통일원화 폐지가 아닌 다른 내용으로 이번 입법예고안에 잘 담겼다. 위·수탁 및 공동물류 허용과 최소시설면적 기준의 부활 등이 가동되면 도매업계의 유통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다. 영세 도매상의 경우도 위탁 및 공동물류를 통해 유통 선진화 대열에 합류할 여지를 주게 된다.

우리는 누차 유통일원화 폐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명해 왔다. 제약사들이 계열도매들을 두고 있어 폐지해도 무방하다고 한다면 그 반대로 제약사 입장에서 본다고 했을 때 굳이 그런 이유라면 폐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제약협회가 유통일원화 폐지 건의를 올렸을 때도 우리는 신중해야 함을 당부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100병상 이상 거래를 한 제약사들이 지난해 무더기 품목 행정처분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해당업체 상당수가 계열도매를 통해 식약청 처분을 유유히 피해나갔다.

무엇보다 우리가 유통일원화 폐지에 부정적인 것은 복지부 정책이 숲을 보지 않고 추진하는데 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눈으로 보는 정책이 아닌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민생현안이 많아 규제기관의 성격이 강한데, 반규제기관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시장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보험약 등재 및 약가제도가 그 반대로 완전한 시장경제를 추구하려는 유통시장 무한경쟁 시스템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쪽 바퀴는 눈물겹게 부여잡고 있으면서 다른 한 쪽 바퀴는 가속페달을 밟는 식의 정책은 막가는 식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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