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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구매 인센티브, 제약사엔 허리케인급"

  • 최은택
  • 2007-10-10 06:40:14
  • 국회 "약가거품 빼기" vs 제약계 "업체 희생만 강요"

“충격파가 가히 초강력 태풍과 맞먹을 것이다. 약가재평가는 여기다대면 귀여운 수준이다.”

국내 제약계 한 인사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제약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포지티브제를 시작으로 제약계에 희생을 강요하는 약가정책 시리즈 중 결정판이자 최종판이라는 것이다.

이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불만과 푸념을 늘어놓은 것인데, 뒤집어보면 약가거품을 빼는 데 이 만한 제도도 없음을 시인한 말이기도 하다.

인센티브는 '수단'…목적은 '약가인하'에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요양기관에게 보험의약품을 싸게 살 수 있도록 구매동기를 부여하는 데 1차 목표가 있다. 상한가 100원짜리를 60원에 구매했다면 최소 10원에서 40원까지를 장려금으로 주겠다는 식이다.

물론 보험약에 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현 제도 하에서 요양기관에 이유 없이 추가이익을 줄 리 만무하다. 장려금은 수단에 불과하고 실제 목적은 실거래가를 파악해 약가를 인하시키는 데 있다.

복지부 시뮬레이션에서는 의료기관과 약국 중 25~50%가 7~10%수준에서 보험약을 저가구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저가구입 비율의 8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저가구입으로 인한 차액의 50%만을 약가인하에 반영해도 연간 176억~924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는 지난 2005년 기준 실거래가 사후관리(47억)와 약가재평가(414억)을 합한 461억원을 훨씬 상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여파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점에서 제약계의 근심을 낳고 있다.

경쟁입찰 강화시 보험약가 '추풍낙엽'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대거 경쟁입찰로 전환될 경우 어떤 품목에서 약가가 널뛰기를 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상반기 공개입찰을 통해 원내 사용의약품을 구매한 123개 병원의 실구입가는 상한가 대비 91.3% 수준이었다.

같은 해 요양기관이 상한금액의 99.1%에서 급여비를 청구한 것과 비교하면 7.8% 밖에 차이가 없지만, 제네릭이 없는 단독의약품을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용량이 많은 대형품목들이 수십개의 제네릭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낙폭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해 한 국립병원 입찰에서 ‘글리메피리드2mg’은 공급가가 최고가 대비 90%이상 낮은 22원까지 떨어졌고, 제네릭이 없었던 ‘플라빅스’조차 상한가 대비 78%선에서 낙찰가가 형성됐었다.

제약계 인사들이 “초대형 태풍과 맞먹는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이런 가열경쟁을 우려한 것이다.

중견도매 거래선 위태…신생업체 '발호'

도매업체는 중견업체와 중소형·신생업체간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도매업계 전체적으로는 이익률을 현저히 떨어뜨려 업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약국주력 도매업체보다는 병원을 주력으로 하는 에치칼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현재 국공립병원과 삼성서울, 서울아산 등 일부 대형병원에 한해 경쟁입찰제를 운영한다. 나머지는 병원과 도매업체간 수의계약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더 낮은 구매가를 위해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병원이 늘어날 수 있고, 이는 도매업체간 무한경쟁에 새 불을 당길 게 뻔하다. 중견업체에게는 위기가, 신생업체에게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따라서 중견업체가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입찰로 떨어질 수 있는 만큼의 공급가를 맞춰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견 도매업체 한 임원은 “상황이 어찌됐던 약가가 인하되고 경쟁이 가열되면 될 수록 도매업계의 이익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요양기관 '소탐대실'…"스스로 고삐 챌라"

요양기관은 제도도입 초기 약가차액의 최대 100%까지를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 불법리베이트나 ‘뒷마진’ 대신 합법적으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저가구매 동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센티브의 ‘단꿀’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고된 저가구매액이 반영돼 약값이 인하되면 수 년 내 실거래가와 보험상한가가 거의 맞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약계는 “빠르면 1년, 길어야 2년이면 약가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센티브율도 시행초기에는 50~100%로 높겠지만, 요양기관의 참여율이 높아질 수록 비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회 전문위원실은 법안을 검토하면서 이를 주문한 바 있다.

물론 요양기관이 참여하지 않으면 이 제도는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점을 겨냥해 인센티브 외에도 ‘실거래가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 예정이다.

제도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요양기관은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으로 찍혀, ‘실거래가사후관리’의 ‘채찍’ 아래 놓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요양기관, 우월적 지위 이용 이면계약" 우려

“저가구매 인센티브, 연내 입법 가능”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포함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강기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의 건보법 개정안은 현재 다른 의원이 제출한 6개 개정안과 함께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의 병합심리를 앞두고 있다.

소위는 당초 지난 4일 7개 개정안을 하나로 통합한 대안을 마련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파행으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상임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그러나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에 대해 의원들간 이견이 없기 때문에 국회가 정상화되는 대로 이번 회기내에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요양기관이 상한가보다 싸게 보험약을 구매하면 그 차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6~14일 요양기관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이는 사실상 관련 입법안이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할 것을 전제한 것이다.

강 의원실 측의 주장처럼 건보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경쟁입찰로 의약품을 구매한 경우 실거래가상환제의 예외로 한다는 복지부 규정이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계는 그러나 요양기관이 스스로 고삐를 채는 일보다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이면계약을 강요당할까 더 우려한다.

제약협회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도입되면 요양기관은 인센티브보다 실익이 더 큰 음성적 뒷거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도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인위적인 약가인하 유도나 이면계약 요구로 불공정 거래가 더 심화될 수 있고 과잉투약과 고가약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데, 이 것이 고시가에서 실거래가상환제로 제도를 바꾸게 된 근본 이유였다는 것이다.

제약협회 측은 “불공정행위을 척결하기 위해 제도를 바꿔놓고 실효성이 없다고 다시 옛 제도로 회귀시키는 악순환 정책”이라고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꼬집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 측도 “금전적 인센티브를 준다는 점에서 실거래상환제의 원칙에 어긋나고,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제고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제도도입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보장성 강화, 약가거품 제거 선결과제"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기정 의원실 관계자는 그러나 “이 제도의 출발점은 약가거품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가거품은 불법리베이트와 할인·할증의 원인이 되고, 그만큼 보험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법안 발의 후 제약계의 의견을 많이 접했다”면서 “문제는 약가거품이 빠질 만큼 빠졌다고 보는 상황인식에서 근본적으로 갈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장성강화를 위해서는 보험재정을 축내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면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실거래가상환제를 보완하고 불공정한 담합 고리를 끊는 다양한 규제장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약가업무를 10년 이상 맡아온 제약계 한 관계자는 “작은 이익을 위해 국내 제약산업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이라면서 “교각살우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2년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했다 중도 포기했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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