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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계에 닥친 위기 시그널

  • 데일리팜
  • 2008-04-24 06:32:46

올해 4월 18일과 7월 1일은 제약업체들에게 예고돼 온 날이다. 두 날 모두 제약환경이 급변하는 위기의 분수령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위기의 파고가 닥치는 시기가 각각 다르고 현재 위기를 직감하는 것은 또 같아 두 사안이 미묘하게 얽혔다. 전자는 지난해 10월 25일 공포된 제조업과 #품목허가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 법률안의 세부 시행절차가 마련돼 시행되는 날이었다. 후자는 올 1월 15일 신약에 한해 적용되기 시작한 #밸리데이션이 전문의약품으로 전면 확대돼 국내 제약 GMP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날이다. 4월 18일이 앞으로 변화의 파고들이 밀려올 것을 알리는 시작의 날이었다면, 7월 1일은 제약사들의 생사와 희비가 엇갈리는 무대의 제1막이 내려지는 운명의 날이라는 점에서 현재 느껴지는 두개의 위기 시그널이 복합돼 있다.

우선 제조업과 품목허가의 분리는 국내 제약업계의 GMP 수준과 유통구조를 감안하면 매우 불안한 정책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2005년 연말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 시작할 때 반대 입장에 있었다. 지금도 제약사는 700여개 달할 정도로 난립이다. 여기에 제조시설이 없는 제약업의 설립이 가능하게 되면 제약이라는 간판을 건 업체들이 앞으로 수천 개로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미 벌써부터 품목도매 업체들이 제약간판을 달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라면 온갖 뒷거래 백태가 더 심화돼 덤핑과 리베이트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 결국 품질 또한 담보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품목허가 분리 이전에 예상되는 부작용과 대책을 마련해 놓았어야 했지만 그것을 등한시 하고 도외시 했다.

그 대책은 구태의연하게 감시·감독의 강화나 처벌수준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고 하면 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크게 늘어날 위수탁 제조 기반의 취약성이다. 위수탁 제조시설의 업그레이드 대책이 보이지 않았다. 현재도 GMP 공장의 가동률이 100%가 아니기는 하지만 양적 고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신약 선진국인 글로벌 수준으로 위탁 제조시설의 질적 수준을 반드시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흔히 이야기 되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제조·생산 대행 전문업체)는 상업용 제품의 대량생산만 대행하는 단순 위탁생산의 개념이 아니다. CMO는 전임상 단계부터 공정, 임상용 의약품, GMP, 대량생산 등의 과정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의뢰자와 생산자가 거의 한 몸으로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CMO를 통한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확대일로다. CMO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06년 기준으로 매출 649억불에 절반 가까운 약 310억불이나 됐다. 이 시장은 2004년 이후 매년 10% 이상 성장해 지난해에는 전 세계 매출 712억불 대비 약 350억불을 시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제2위의 제약기업 씨플라만 봐도 미국(FDA)과 EU(EMEA)의 품질관리 수준을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CMO 사업을 통해 150여개 국가에 원료 및 완제약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CMO의 바탕이 매우 취약한 가운데 제조·품목허가를 분리해 정부가 기대하는 전문화된 제조업체의 육성이나 바이오산업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대단히 미지수이고 유통비리라는 부작용만 키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범정부적 차원의 CMO 육성방안과 지원책이 세부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또 하나의 위기 시그널인 밸리데이션은 이미 발등에 떨어진 개별 제약사들의 최대위험 지표중 하나다. 그것을 반증하는 수치가 바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중 제약사들의 품목허가 취하 수는 지난해 월평균 317개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92건에 달했다. 1월 652개, 2월 396개, 3월 729개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 53.5%, 156.7% 등으로 증가율이 매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라면 7월 이전에 품목허가 취하 러시현상이 일어난다. 많은 업체들은 이미 만세를 불렀다는 얘기다. 구색 때문에 전문약 100여개 품목을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대부분 제약사들이 7월 이전까지 이들 전 품목에 대한 밸리데이션을 위한 투입비용과 일정을 도저히 맞추기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포기하고 내년 연말까지 연기를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7월에는 일반약, 2010년에는 원료약과 의약외품에 이어 시험방법과 지원설비 등의 연차적, 단계적 추진 일정이 있어 연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한·미 FTA 비준과 한·EU FTA 타결에 앞서 밸리데이션은 국내 제약산업의 필수불가결한 경쟁요소이기 때문에 시일을 마냥 늦춰서도 안 된다.

품목허가 분리와 밸리데이션이라는 두 개의 사안이 성공적 연착륙을 위한 그 하나의 방향으로 GMP 업그레이드는 필수적 요소로 직결된다. 하지만 국내 GMP의 수준은 소수업체만을 제외하고 여전히 답보상태다. 최근 발표된 식약청의 GMP 차등관리 결과를 보면 지난해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품목별 사전 GMP 시행의 사전점검에 준했던 것이 지난해 품목별 차등평가 발표다. 올해 그 평가결과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것은 제약사들이 품목별 GMP에 대해 위기를 직감했으면서도 1년여 동안 손을 놓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A등급의 비율이 고작 3.7%에 불과한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반면 보완이 필요한 C, D 등급이 무려 49.1%를 차지했고, 평가대상 132개 제약사중 43개 업체는 단 한품목도 A등급을 받지 못했다. 평가 대상이 아닌 나머지 500여개 회사의 생산시설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글로벌 수준의 의약품을 제조하고 수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조시설과 공정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탁제조를 위한 CMO를 위해서도, 밸리데이션 확대를 위해서도 그런 시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4월 18일과 7월 1일은 그렇게 복합된 제약계의 위기 시그널이다. 해결책은 미국과 유럽기준에 맞는 GMP 투자다. 인도는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제약산업에서는 우위에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는 무조건 따라오라고 할 것만이 아니라 지원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상위 7개 제약사의 GMP 기투자 또는 투자예정금액이 무려 1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만 보면 제약사들은 선진 GMP 투자에 생사를 내맡겨야 할 지경이다. 제대로 된 cGMP 시설은 통상 1천억원대가 넘어간다. 시급히 공장부지의 장기임대 정책이나 장기저리의 융자지원 및 세제혜택 등의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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