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규제완화 정책, 제약업계도 놀랐다
- 천승현
- 2008-04-28 06: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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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규제개선책 긍정 평가…제약사 책임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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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진단]의약품 안전관리 개선대책의 의미와 기대효과

친기업 성향을 표방하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제약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제약업계도 이번 개선대책이 식약청 개청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화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당초 공언했던 ‘깜짝 놀랄 만한 규제 개혁’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우와는 달리 ‘제약사 대표들을 직접 초대할만 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제약업계에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평가는 더욱 높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표된 개선책은 약사법 개정과 관련된 분야 몇 가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관련 지침 개정을 통해 상반기내에 실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규제 완화에 따른 허가절차 단축 및 비용 절감
무려 40여개에 달하는 개선대책 가운데 제약업계로부터 가장 환영을 받는 부분은 그동안 제약업계의 가장 큰 염원 중 하나였던 허가 절차의 간소화다.
이 중 조건부 허가의 폐지는 허가 기간을 최소 25일에서 50일 정도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생동성시험으로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조건부 허가마저 내주지 않아 개발이 좌절됐던 제네릭 시장의 진출을 가능케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시험 신고제 도입 역시 기존에는 임상시험 승인계획서 통과까지 2~3달 정도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만큼의 허가 기간 단축 효과가 기대된다.
의약품 안전성 시험자료를 심사결과 통보전까지 입증된 안정성시험을 자료로 인정키로 한 점은 3개월 정도의 허가 절차 단축 효과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6개월 안정성 자료를 얻기 위해 제약사들이 3개월 정도의 가속시험 후 자료를 제출할 경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 단계를 허가 과정에서 병행하게 되면 3개월 정도의 허가 단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신약 및 개량신약 등에 대해 신속심사제 실시키로 한 점은 최근 정부의 개량신약 육성쟁책과 방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기존에는 모든 허가 자료의 검토를 제품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접수된 순서대로 진행했지만 특허 소송과 같이 출시 시기에서 촌각을 다투는 개량신약의 허가 절차가 빨라짐에 따라 국내사들의 개량신약 도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동성 시험 예외인정 범위 확대는 당장 공장 이전을 계획중인 제약사에 적지 않은 금전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공장 이전에 따른 공백 기간에 타 공장에 위탁 생산을 할 경우 위탁 생산 시작시, 위탁 생산에서 새 공장 생산으로 변경시 두 번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인정 범위 확대에 따라 위탁 생산 공장을 이미 동일 품목의 생동성을 인정받은 공장으로 선정할 경우 두 번의 생동성시험을 실시할 필요 없이 비교용출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생동에 소요되는 시간 및 품목당 1억~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즉 공장 이전에 따라 100개 품목에 대해 위탁 생산을 해야하는 경우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이는 오는 2010년 의무화되는 세파계 항생제 공장 분리에 따라 위탁제조에 따른 관련 품목의 생동성시험 비용에 고민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생동성 재평가 자료의 제출기한을 일부 연기해준 점 또한 꾸준히 제기됐던 제약업체의 입장을 충분힌 반영된 부분이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진작에 해결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제 와서 식약청의 정책 실패를 규제 완화를 핑계로 슬그머니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생동성 조작 이후 멈췄던 6개월간의 허가 업무의 공백을 그동안 고스란히 제약사들이 부담해 왔는데도 식약청은 1년 넘게 이를 방관하다 이제야 해결책에 나섰다는 것.
생동성 재평가 자료 제출기한 역시 당초 계획을 발표할 당시 제약업계는 현실적으로 일정대로 추진은 쉽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늦어지만 식약청이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과감하게 제약업계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점은 과거에 비해 유연해진 식약청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비록 늦었지만 이제서라도 제약업계의 건의를 수용했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라면서 “아무리 잘못된 정책을 발표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과거의 식약청의 태도와 비교하면 파격적이다”고 평가했다.
개선안 세부내용에서도 제약업계에 대한 식약청의 섬세한 배려는 더욱 돋보였다.
허가·심사 업무의 One-Stop의 실시로 서류 접수 후 5일 이내에 신청자료의 요건 확인, 원료의약품 중복검사 폐지로 불필요한 절차 삭제, 경미한 허가변경 연차보고서 대체 등은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아도 제약사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표시기재사항 변경 사후점검 전환, 경미한 허가변경 연차보고 대체 등은 지방청의 업무를 대폭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허가 업무가 보다 신속해질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 소포장 의무화를 생산량 기준에서 재고량 기준으로 변경키로 한 부분 역시 그동안 소포장 재고 증가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제약사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아직도 배고픈 제약업계
당초 이번 개선대책이 발표되기 전에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밸리데이션 시행 시기 연기와 같은 새 GMP제도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밸리데이션 시행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오는 7월 전문의약품 밸리데이션 의무화를 앞두고 시행시기 연기만큼 큰 선물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식약청이 밸리데이션 시행과 관련 제약업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시행하자 이 같은 기대는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들 제약사 입장에서는 아쉬움만 남게 됐다.
항암제 개량신약의 경우 3상시험 면제 역시 제약사들이 줄곧 요구했던 부분이었지만 이번 개선책에 언급되지 않았다.
이밖에 제약업계는 소포장 의무화 제도의 완전 폐지 및 외국 일반약 도입시 허가절차 간소화 등 업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개선대책이 파격적인 만큼 더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사 한 개발담당자는 “물론 입장에 따라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식약청이 이번 만큼 큰 변화를 꾀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만족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선대책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향후 식약청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크다”고 기대했다.
제약업계 신뢰도 상승 및 제약사 역할론 대두
이번 개선안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제약업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신뢰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음을 알 수 있다.
조건부 허가 폐지, 정기약사감시 폐지, 낱알식별 표시사항 시판전 확인제 폐지, 표시기재 사항 변경이행여부 사전확인제 폐지, 일반의약품 기시법 관련 자료 첨부 불필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각종 허가와 관련된 제도를 신고 및 승인만으로 처리하거나 사전에 확인했던 서류를 사후 평가제로 전환함으로써 민원 처리 소요기간을 대폭 단축시킨 것.
즉 과거에는 정부가 민원 처리에 있어 대부분의 과정에 관여했지만 최근 국내 제약업계의 꾸준한 노력에 따른 높아진 위상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일정 단계까지는 제약사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사후 평가시 불안 요소가 발견될 경우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인 행정을 가능케 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도 규제 완화에 따른 손익계산보다는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될 전망된다.
규제완화로 인해 신제품의 시장 진입 턱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시장 공략에만 주력하다가 또 다시 생동성 조작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 제약업계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쌓아온 신뢰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제약사 한 임원은 “식약청이 오랜만에 업계를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해준 만큼 제약업계도 이제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처럼 제도의 허점만 찾아 생존전략을 마련하기보다는 정부가 신뢰를 보여줄 때 더욱 책임감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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