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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신윤복이 따로 있나요?"

  • 홍대업
  • 2009-01-19 06:40:35
  • 문인화 첫 개인전 연 신혜숙 약사

문인화 개인전 개최한 신혜숙 약사.
“화선지에 먹으로 사군자와 시를 적어 넣는 작업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런 탓에 김홍도와 신윤복 이야기를 다룬 '바람의 화원'도 재미있게 봤죠.”

문인화를 시작한지 20년만에 첫 개인전을 연 신혜숙 약사(숙대약대·61)의 말이다. 신 약사는 이달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경인미술관(제3전시관)에서 작품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주제는 ‘마음이 머물다 간 자리에’이다. 소재는 장미와 부채붓꽃, 산국화, 해바라기, 나리꽃, 도라지꽃, 자목련 등이다.

지난 1988년 문인화를 처음 시작할 땐 화선지에 먹으로만 그림을 표현해냈지만, 이제는 동양화 물감으로 색감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동양화와 서양화의 절묘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엔 각각 주제가 붙어 있다. ‘마음이 머물다간 자리’, ‘그대 향한 그리움’, ‘차나 한잔’ 등이 그렇다. 들꽃을 소재로 한 수묵책색화에 이런 주제를 달아놓음으로써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즉, 그림을 보는 사람의 감성과 느낌에 따라 그림의 여백에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는 말이다. 연꽃 속에 앉아 있는 사람의 형상이 꽃술처럼 보이기도 하고 해바라기를 통해 누군가를 향한 강력한 그리움을 불러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각자가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이야기가 엮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람객들이 공통적으로 제 그림에 대해 ‘편안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제에 따라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유로움을 준 때문이겠죠.”

신혜숙 약사의 작품들. '가을 들길에서'(좌)와 '차나 한잔'(우)
신 약사는 지난 2006년 강남문화원에서 주최하는 강남서예대전에서 ‘장미’를 소재한 문인화로 대상을 수상했다. 기존의 문인화의 틀에서 창조성을 가미한 그림이었다.

문인화 작업을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2000년부터는 붓글씨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문인화에 자신의 시를 적어 넣기 위한 것이다.

신 약사도 대학 졸업 직후인 1970년부터 82년까지 서울 신대방동에서 ‘오동약국’을 운영한 평범한 개국약사였다. 82년 남편을 따라 독일 유학을 갔다 왔고 불혹의 나이에 문인화를 시작한 것이다. 우연히 잡았던 ‘붓’이 이제는 뗄내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돼 버렸다.

그렇다고 약사로서의 길을 접은 것은 아니다. 지난 98년부터 5년 동안 반월공단의 한 화장품회사에서 연구실장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의약품도매업체에서 품질관리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신혜숙 약사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만남의 신비'를 가장 아낀다고 했다.
“약사님들이 시간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1주일에 단 2시간만 투자한다면 인생의 여유와 함께 약국 밖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겁니다.”

신 약사는 다른 후배 약사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좋은 그림과 시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좁은 공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약사 스스로는 물론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도 양질의 약제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은 깊어가고 날씨는 매섭다. 가까운 화랑을 찾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그림 속에서 잠시 유영하는 여유를 부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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