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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구로 떠오른 급평위

  • 데일리팜
  • 2009-02-23 06:30:1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급평위)가 의·약사 직능단체는 물론이고 제약, 병원, 학계 등을 두루 망라하는 '막후 권력기구'라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최근 급평위 제2기 구성을 전후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그것을 톡톡히 반증했다. 새삼 그 위력에 적이 놀랐을 정도다. 위원들의 진용이 새로 짜지기 전부터 의약계에서는 치열한 물밑 입성경쟁이 벌어졌다. 의약단체의 상임이사 배제와 자격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위원들의 주가는 되레 치솟아 급평위의 위상은 더 올라갔다. 급기야 한 시민단체가 제2기 위원회 구성에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서를 낸 것은 급평위의 높아진 위상을 재삼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됐다.

#급평위는 보험약 선별등재시스템(Positive List)의 전위부대 성격을 띠었으니 그 영향력을 언급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줄 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복지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히든카드중 하나가 선별등재시스템이고, 이 정책은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보험재정 지출 몸집을 대폭 줄이는 초단기 다이어트 로드맵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은 또한 약제비 절감에 정 조준된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다른 이름이다. 복지부는 한 손에는 약제비 적정화라는 바이블을 쥐었기에 또 한손에는 보험등재집을 전면 재정비할 무소불위의 칼을 당연히 가져가야 했다. 급평위의 탄생은 그렇게 예고된 수순으로 포지티브제도와 함께 지난 2007년 초 의약계 전면에 등장했다. 올해부터 기등재 목록정비 본 사업이 예정된 만큼 급평위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해 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급평위가 지금 위원 구성을 놓고 논란의 화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단체는 제2기 위원 구성이 친 제약계 인사로 구성됐다면서 다시 짤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급평위원이 제약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로 구성됐다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다 근본적으로 급평위의 성격에 대해 진진하게 진단하면서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 보고 싶다. 현재의 약가결정 구조가 선별등재제도 시행 이후 상당히 헷갈리게 바뀌었다는데서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줄다리기 싸움인 양상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비켜가기 하면서 급평위 문제를 논하는 것은 분명히 어정쩡하다. 급평위의 존재이유라고 할 '전문성'을 담보하는 것이 우선인데도 권력기구라는 헤게모니 갈등이 정부 기관 내에서조차 작동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급평위는 기존 등재 의약품의 약값과 품목수를 사정없이 가지치기해야 할 근거를 마련해야 하면서 새로 입성하는 보험의약품도 철저히 검증하고 통제할 기구다. 다시 말해 전자는 기등재의약품의 목록정비 사업을 진두지휘할 소위 점령군 사령관 격으로 비유되고 있고, 후자는 신약 및 개량신약 등에 대한 진입장벽 역할을 해야 할 문지기 같은 식이다. 이 두 역할을 하기 위한 핵심에 '경제성 평가'라는 잣대가 자리한다. 그런데 그 잣대가 시범평가에서 제기됐듯이 임상과 학술적으로 근거논란이 많으니 급평위가 그것을 또한 휘두르려 하는 것이 당연히 논란이 된다. 공단과 심평원은 이를 겸허히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보험공단과 심평원은 급평위의 역할에 대해 한 목소리로 분명한 정체성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니 우려스럽다. 보험재정 곳간을 아끼려는 측과 그것에 근거와 명분을 제공해야 할 측이 엇박자가 난다는 것이다. 재정 곳간을 관리할 열쇠는 공단에 있지만 그 열쇠를 만들어 주는 곳이 심평원에 있다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렇지 않은 것이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보험약 관리의 이원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사안이지만 급평위가 출범한 지난 2년여 간은 그 갈등이 더 표면화 됐다. 원론적으로 보면 가입자(국민)를 대표하는 보험공단이 급평위의 업무 목표 끝자락에 떡 버티고 있음에도 공단과 심평원은 겉도는 양상이다. 공단의 약가협상이 급평위 업무와 따로는 노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은 지속적으로 근거논란을 따지지 않을 수 없고, 급평위는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잡기 어렵다. 제약사들은 실제로 공단과 심평원 그 어디에 장단을 맞출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이는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권력화된 급평위도 자칫 업무 외적으로 부질없는 행보를 할 우려가 있다.

공단과 심평원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급평위의 전문성 강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급평위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는 근원적인 해결방안이다. 시민단체들도 이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물론 급평위는 전문성 외에도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을 필수적으로 함께 가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전문성이다.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객관적 판단이 쉽지 않고 공정한 결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명성은 오히려 불투명한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번 2기 구성을 놓고도 정작 한 쪽에서는 경제성 평가 전문가들을 배제시킨 것이 문제라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제약사 연구·용역을 수행한 인사들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맞선다. 똑 같은 인물들을 두고 이렇게 입장이 다른 것은 전문가가 한정돼 있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시원치 않은 판국이라는 점을 공단과 심평원은 모두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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