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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의 의료개혁 몰아치나

  • 데일리팜
  • 2009-03-23 06:45:56

의약계에 상당한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협회의 #선거 결과가 나왔다. 제36대 의협회장 선거는 지난 21일 급진 우파 성향의 #경만호 당선자를 만들어 내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치적 성향이나 의료체계에 대한 시각 등을 보면 경 당선자는 누가 봐도 우파 행보를 일관되고 강력하게 밀고 나갈 인물이다. 오는 5월 1일 취임 이후부터 의사협회는 3년 동안 현 정권과 지근거리에서 교감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이다. 경 당선자의 현 외부 직책만 봐도 쉽게 짐작이 간다. 그가 상임대표로 있는 동북아메디컬포럼이나 발기인으로 참여한 뉴라이트의사연합 등은 의료 시장주의를 존중해 MB노믹스와 방향성이 같다.

경 당선자는 지난 2007년 제35대 회장 보궐선거에서 5명의 후보 중 3위로 낙선해 와신상담 해 왔다. 당시 경 당선자는 현 주수호 회장이 2위 김성덕 후보와 168표라는 작은 표 차로 신승하는 것을 한참 떨어진 표차로 멀찍이 지켜봐야만 했는데, 이번에는 경 당선자가 주 후보를 474표차로 따돌렸으니 이만한 역전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경 당선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의료체계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대내외에 분명히 해 왔다. 오히려 지난번 낙선이 자신의 정체성을 쌓는 기간이면서 회원들에게 알릴 기회의 시간이 되었던 셈이다. 그만큼 그의 의료 산업화 내지 시장주의에 대한 의지는 더욱더 강경해 졌다.

경 당선자가 이처럼 현 정부 코드와 맞는 친MB 성향을 보여 온 것을 감안하면 의료체계 개혁의 신호탄이 이미 쏘아 올려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 국민건강보험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헌법소원의 방향성이 특히 궁금해진다. 동북아메디컬포럼이 지난 연말 제기한 헌법소원은 보험공단의 해체론으로 이어진다. 요양기관강제지정제는 그 곁가지이니 공룡만 해체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의료를 복지로 보는 시각 자체가 틀렸다고 했다. 언뜻 보면 그동안 잽 펀치를 날리며 의료체계 혁신 밑그림을 그려온 MB노믹스가 드디어 코드를 맞출 의료계의 사령탑을 만난 듯 한 느낌까지 든다.

현 정권과 의협 사이의 공감대가 새 집행부에 의해 전향적으로 조성된다면 공공성을 근간으로 한 현행 국가보건의료체계는 전면적인 새판짜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의료의 산업화와 시장주의 그리고 민간의료의 활성화 등은 MB노믹스의 고집스럽고 억척스럽기까지 한 '어젠다' 아닌가. 선거 내내 강조돼 온 경 당선자의 의료체계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경 당선자는 '협상이라는 이름의 갈취', '가혹한 처벌', '의사 강제징집', '관료주의 폭압, '살인적인 수가' 등의 강경한 투쟁 캐치프레이즈를 선거 전면에 내세웠다. 국가독점의 중앙통제식 의료수급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이니 전 정권 입장에서 보면 이만한 급진적 우향우 행보가 없다.

하지만 경 당선자가 지나치게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현 건강보험체계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비하고 다듬어 온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일 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강력하게 지탱하는 기둥이고 동시에 보호해 주는 지붕이다. 이를 하루아침에 전면 부정하고 해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면 의료의 산업화와 공공성 그 어느 것도 성공하기 어려운 극도의 혼란국면에 빠질 것이 뻔하다. 의료체계를 놓고 국론은 극한 대립과 분열 국면에 빠져들 것이다. 이는 보건의료단체간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심한 대립양상을 불러오게 될 것이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간에도 물러서기 힘든 날카로운 대립각을 만들 일이다. 보건의료단체를 통합할 '의총'을 만들어 맏형 역할을 하겠다는 당선자의 일성을 무색하게 만들 일이기도 하다.

경 당선자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또 있다. 이번 42.2%의 투표율은 역대 다섯 번 치러진 직전세 선거로는 가장 낮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적었다는 것은 후보들의 공약 내지 비전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말도 된다. 전체 유권자 4만3284명 가운데 2만5038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간과하면 안 된다. 경 당선자 이외의 다른 후보들에게 던진 표까지 감안하면 전체 유권자중 86%가 반대파 내지는 무관심 회원이다. 따라서 투표자 대비 33.7%의 특표율만 보지 말고 총 유권자 대비 14%의 지지율을 본다면 회무를 독선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는 것을 반드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으면 싶다.

우리는 의료의 산업화와 시장주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성이 와해되는 전제는 결단코 아니다. 당선자도 최저소득자와 차상위 계층에 대한 국가 보장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하기는 했지만 현재의 전국민의료보험(건강보험)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뒤흔들면 그것까지 무너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의료는 복지가 아닐 수 있지만 건강과 생명은 국민의 입장에서 존엄하고 엄숙하게 봐야 하기에 분명히 복지의 범주다. 그렇치 않다면 수많은 선진국들이 의료복지사회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시장을 중시한 MB정부와 국회에서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파정당이 있는 상황이 의료개혁을 할 절호의 기회라고 한 것이나 건강보험 시스템을 '국가단일보험자' 구조라고 일갈하면서 좌파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무리다. 우리는 정치적 산물이 되는 의료개혁을 원하지 않는다. 의료체계 개혁은 일방향성이 되면 곤란하다. 의료개혁은 공공성의 근간을 잃지 않으면서 의료의 산업화를 점진적으로 이뤄 나가고 그 바탕위에 의권이 신장돼 나가는 '완숙형'으로 지향돼야만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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