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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독점영역 일반약 입지 흔들...정부·약사회도 무관심

  • 정흥준
  • 2024-01-10 15:17:25
  • 약의 주인은 약사인데...건기식에 쏠린 관심④
  • 정부-약사회 전담기구 부재로 활성화 주체 없어
  • "OTC 스위칭 등 분위기 반전해야...환자관리 도구 필요"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일반의약품 활성화의 필요성은 십수년째 얘기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붐업(boom up)’ 시도도 없이 시장은 매년 쪼그라 들고 있다.

일반약은 건기식과 달리 약국만이 취급할 수 있는 약사 고유의 영역이다. 전문약과 일반약의 불균형 심화, 건기식에 집중된 관심으로 인해 약사의 차별화된 무기가 존재감을 잃어가는 것이다.

전문약과 건기식 품목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일반약은 5994개 품목에서 4884개 품목으로 1110개가 줄어들었다.

까다로운 허가 규제, 낮은 마진, 조제 중심의 약국 환경 등 일반약이 외면받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일반약 활성화를 주도하거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약의 전문가는 약사인데 ‘일반약위원회’는 왜 없을까?

약사회는 건기식위원회를 통해 약사 주도의 건기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동물약품위원회에서는 동물약국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건기식위원회는 정부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까지 추진하며 3500여명의 약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위기의 일반약 시장에 대처할 ‘일반약위원회’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약국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고 학술위원회, 정책위원회가 지원하며 일반약 활성화를 주도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 위원회는 품절약과 비대면진료 등 약계 현안 대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상임위가 운영되지 않는 이상 일반약 활성화는 남의 이야기다.

약사회는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일반약 강의를 보강하며 교육 지원을 하고 있지만, 중점적인 일반약 활성화 정책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약사회에도 일반약 활성화를 주도할 별도 위원회는 마련돼 있지 않다. 약사회 조직기구 구성 현황.
백영숙 약사회 학술이사는 “질환에 따른 일반약 활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사이버 연수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도 연수교육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직역 확대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와 스포츠 약사 관련된 교육도 있다. 필요하다면 일반약 활용에 관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 임원들도 일반약 시장이 이대로 가라앉는 걸 방치해선 안된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현재 담당위원회가 없고, 정책적 요인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어 복수의 위원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필기 약국이사는 “외부 환경이 좋지 않다고 일반약을 외면할 순 없다. 처방약과 일반약은 약사 직능의 양쪽 날개와 다름 없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도 중요하기 때문에 약국 체인들과 협력하는 마케팅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논의해볼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정현철 약국 담당 부회장도 “일반약과 경증질환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활성화를 위한 명확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는 건 수용할 만한 지적이다”라며 “처방약과 건기식은 꾸준히 늘지만 일반약은 그렇지 않다. 전문약, 일반약 스위칭도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사회도 전문약 약효 재평가를 통한 스위칭 필요성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약사회 뿐만 아니라 정부도 일반약 전담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경증 질환자에 대한 적정 관리는 국가 보험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도 일반약 활성화는 의미가 있지만, 전담 부서 부재로 동력을 얻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약국 독점유통 어려운 건기식..."일반약 약사가 끌고, 정부가 뒷받침해야"

건기식은 약국 외 채널로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등 관리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약국전용 건기식을 표방하던 업체 제품 중에서도 상당수는 이미 약국 밖에서 유통되고 있다.

결국 약사들은 약국 단독 유통과 고마진을 약속하는 학회 건기식을 찾고, 그 과정에서 마진이 적고 지명구매가 많은 일반약은 외면받았다.

하지만 처방 중심의 약국 운영을 탈피하려는 약사들에게 다양한 일반약 구성은 반드시 필요하고, 약국의 경질환 치료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중요성은 분명하다. 참약사와 휴베이스, 온누리 등 약국 체인들이 일반약 PB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약대생들도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약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사진은 데일리팜 약대생 콘텐츠 공모전 수상작(이준근·박정현 학생).
약국 체인 관계자는 “경증질환 치료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반약 활성화는 중증으로 갈 수 있는 환자의 의료비를 절감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에도 이익이다. 일반약 제품 개발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요구도 있다. 다만 우리가 제약사가 아니기 때문에 만족할 만큼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반약은 건기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허가 관리가 까다롭다. 경증 질환 관리에 일반약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식약처도 지나친 규제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소홀해진 일반약에 관심을 갖자는 데 크게 공감한다.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과 교육 프로그램에 도움을 줄 부분이 있다면 약사회에도 협조할 뜻이 있다”고 전했다.

약이 아닌 건기식으로 환자 증상을 치료하려는 약국가의 상담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연모(OTC 연구모임) 관계자는 “품목이 다양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환자 증상에 맞춰 추천할 수 있는 일반약들은 있다”면서 “다양한 환자 증상에 따라 판단하면서 상담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아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매출로 연결되는 쉽고 달콤한 유혹보다는 지루하지만 약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부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며 일반약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당부했다.

건기식은 알고리즘도 만드는데...일반약은 환자관리 도구 부재

건기식은 개인맞춤이라는 명목으로 상담 추천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지만, 일반약은 환자 관리 도구도 없는 실정이다.

일반약이 지명구매 품목으로만 그치지 않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약국이 환자 관리 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건기식은 알고리즘까지 개발되며 소비자 관리 도구가 마련돼 있지만, 일반약은 환자 관리 툴이 부재해 활성화 동력을 위해선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준석 대한약국학회 회장은 “지나가다 우연히 아무 약국에 들러 일반약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관리와 맞물려 OTC가 활용될 때 일반약도 함께 활성화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처럼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낼 수 있는 툴이 약국에 현재 없다. 평생 건강관리 받길 원하는 환자들과 약국을 연결하는 도구가 마련될 때 일반약도 덩달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관리 툴 뿐만 아니라 일반약을 구매하는 환자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고 있고, 설령 누적된다고 해도 활용까지는 먼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방 회장은 “아이들 멍 빼는 연고가 젊은 여성들의 다리 멍과 연결됐을 때 사용량이 30~40% 증가했다. 이처럼 의약품 정보가 수요가 있는 환자에게 모두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약사들이 약국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정보를 줄 수도 없다. 환자 관리 도구가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며 기술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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