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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S, 리베이트 악용 문제지만 규제도 문제"

  • 최은택
  • 2010-12-08 06:49:23
  • 공정위는 1.5배-복지부는 최소기준 '헛갈린다'

[이슈분석] 리베이트와 시판후조사 증례보고 사례비

시판후조사(PMS)는 리베이트 단골메뉴였다. 제약사들이 PMS를 악용해 현금을 살포한 결과다. 정작 제도 취지는 무색해졌다.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과 함께 규제가 한층 강화될 위기다. 제약업계는 스스로 규제를 불러왔지만 불편한 속내도 드러냈다. 자가당착이다.

지난달 26일 복지부의 기자브리핑. 의료법과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규개위 재심사 결과 비교표가 배포됐다. 이른바 판촉목적 리베이트이지만 처벌하지 않는 허용범위의 경계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판후조사 항목이 포함됐다.

약사법 등에 따라 식약청장으로부터 허가된 재심사 대상 의약품의 시판후조사에 참여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게 제공하는 증례보고서 건당 5만원, 희귀질환이나 장기적인 추적조사 등 추가적인 작업량이 필요한 경우는 30만원 이하의 사례비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서가 등장했다. 다만, 증례보고서 사례비는 필요성이 인정되는 최소 범위내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소범위내는 무엇일까.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이능교 사무관은 지난 6일 제약기업 상대 설명회에서 식약청이 정한 PMS 최소기준 범위를 명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식약청장이 인정하면 신약 3천례, 개량신약 600례를 초과한 것보다 더 많은 사례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식약청은 일부 이견이 있지만 후속법령 개정절차를 밟을 뜻을 내비쳤다.

제약사들은 그동안 재심사 보고 계획서에 최소 몇건 이상의 증례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당연히 상한선을 정하지는 않았다. 증례보고는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을 수반한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 지표를 확고히 하기 위해 보고건수가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쌍벌제 하위법령은 파열구를 냈다. 리베이트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이 보고건수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의도는 보고건수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례비 제공대상 건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사례비 없는 증례보고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제약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리베이트 규제는 신약 3천건, 개량신약 600건 이상 주지말라고 주문한다.

실제 복지부 관계자는 규개위의 의견을 최소기준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의 설명이 정부내에서도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PMS 최소 증례보고 건수가 정해진 것도 객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식약청 담당자들조차 왜 신약의 최소보고 건수가 3천례 이상으로 정해졌는 지 명쾌히 답변하지 못한다.

다만 일본의 제도를 인용했다는 설명이 전부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증례보고 건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기업 리베이트 조사에서 과도한 PMS를 문제 삼았다. 리베이트의 한 형태라는 판단이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객관성이 없는 이 최소 기준의 1.5배 정도는 수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이를 근거로 자체 공정경쟁규약에 최소 증례보고 건수의 상한선을 1.5배로 정했다.

복지부와 규개위는 쌍벌제 하위법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규정조차 고려하지 않고 최소 기준이라는 애매한 선을 그렸다.

쌍벌제 하위법령이 시행되면 PMS 증례보고 건수는 그야말로 혼란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말그래도 ‘헛갈린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 말대로 식약청장이 개별 약제에 대해 사례비를 지급할 수 있는 건수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최소기준을 넘기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주목할만한 판결도 있었다.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은 화이자가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화이자는 PMS를 불법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정위 시정명령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법원은 “화이자가 자사의약품의 판매계획을 수립하면서 당초부터 공정경쟁규약과 실무운용지침에 반해 시판 후 조사를 판촉목적으로 활용하려고 계획한 점이 문제”라고 판시했다. PMS를 활용한 의도, 바로 악의(판매촉진)를 문제삼은 것이다.

복지부와 규개위의 생각은 이 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판매촉진 목적으로 PMS를 진행하더라도 최소건수만 지키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이 리베이트 쌍벌제를 기계적으로 운용할 경우 PMS를 본래 목적으로 진행한 성실한 모니터조차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함정이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작용 모니터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도취지에도 어긋나지만 국내 우수 의약품의 해외 진출 전략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 허가당국의 경우 원개발국가 등의 안전성 데이터를 엄격히 요구하는 데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자료생성을 가로막을 수 있음을 경계한 반응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한국에서는 사례비 없이 증례보고서를 수집하기 어렵다.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사례비 보상건수를 제한하면 그만큼 데이터 수집도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베이트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의 공백도 문제다. 쌍벌제 하위법령은 곧 시행된다. 하지만 PMS의 상한선을 규제하는 후속법령 논의는 수개월의 물리적 시간을 필요로 한다. 현재 진행 중인 PMS 증례보고 사례비 건수에 대한 소급적용도 논점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리베이트로 악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제약사의 어려움이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론도 제시됐다. 경조사비나 명절선물 등과 마찬가지로 PMS도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수준에서 공정경쟁규약에 상한선을 두고 이를 위반한 경우 쌍벌제 입법을 근거로 처벌하자는 것이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이 정답은 아니지만 최소한 부처간 이견은 없애야 한다”면서 “공정규약에 상한선을 정해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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