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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약상담, 어디까지 알려줘야하나

  • 데일리팜
  • 2011-06-07 09:45:19
  • [21] 구두 복약상담, 캘리포니아 약사법상 약사의 의무

미국 약국에 처음 들어가서 인턴십을 하던 시절, 나의 프리셉터 (Preceptor, 인턴지도약사)가 환자에게 복약지도하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학병원 조제실에서만 잠깐 일했을 뿐 일반 소매약국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복약상담해본 적이 없었고, 내가 동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살 때(의약분업 이전) 동네 약국의 약사는 하루에 몇번 먹으라고 알려준 것이 전부였다. 약 포장지 안에 무슨 약을 넣었는지는 당연히 알 길이 없었다.

미국에서 내가 첫번째 귀 기울여들은 복약상담은 '씨프로(Cipro, 성분명:ciprofloxacin)'이다.

씨프로는 다양한 적응증으로 처방될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대개 응급실(ER)이나 얼전케어 (urgent care)에 비뇨기계 감염증으로 방문한 환자에게 빈번히 처방된다. 대개 500mg 정제가 1일 2회 7~14일간 복용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 약대교육을 받고 병원에서 잠깐 일한 경력이 있는 나도 충분히 아는 내용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은(부족한 나와는 달리 아시는 한국 약사님들이 많겠지만) 씨프로가 무기질과 같이 섭취되면 약물흡수율이 감소할 수 있으며 씨프로는 성장하는 골조직에서 연골부식을 일으킬 수 있어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는 대체약물이 있는 한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셉터의 복약상담이 인상깊었나보다. 그 당시 내가 기억하는 프리셉터의 복약상담내용은 아래와 같다.

"The medication name is ciprofloxacin, generic for Cipro, to treat your urinary tract infection. Take 1 tablet twice a day for 14 days. Avoid any dairy products such as milk, yogurt, and cheese and multi-vitamins. You can take with or without food, but if stomach upset occurs, take it with food. It may cause tendon rupture, so avoid heavy exercise."

와우.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어야한다니. 나의 프리셉터가 내가 외국 약대졸업생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약국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인턴 약사로서 전화처방 받는 것과 복약상담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유예해주었는데 프리셉터가 복약상담하는 것을 듣고 나니 이렇게 자세히 말해주어야하나 겁이 덜컥 났다. 씨프로 복약상담을 들은 날, 집에 가서 당장 미국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상위 200개 처방약을 인터넷에서 뽑고 프리셉터가 한 상담양식으로 일일이 워드로 타이핑을 한 후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서 중얼중얼 외웠다.

씨프로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은 캘리포니아 약사법시험을 볼 당시 시험문제다.

"Cipro 500mg every 12 hours for 28 days."

시험문제는 "이런 처방을 받았을 때 처방을 내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약사법 시험 문제는 대개 처방전을 주고 잘못된 점을 찾으라든지(실제 업무상 이상한 처방전은 약사가 전화로 확인해야하므로), 환자에게 문의를 받았는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나온다. 위의 문제의 정답은 "처방을 내보낸다"이다. 왜냐하면 씨프로는 비뇨기계 감염증에는 7~14일간 사용하지만 전립선염(prostatitis)에는 약 한달간 처방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약사법은 신처방전을 조제할 때 약사의 의무 중 하나는(서면이 아닌) "구두로" 상담해야한다는 것이다. 함량이나 제형이 변경된 경우도 신처방전에 해당하므로 복약상담이 의무다. 물론 구두로 복약상담해야하는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도 있다. 재처방(리필)이거나 환자가 복약상담을 거부한 경우다.

캘리포니아 약사법에서 요구하는 복약상담의 최소한 요건은 아래와 같다.

- 약물 사용법과 보관방법(Directions for use and storage) - 복약순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Information supporting the importance of compliance with the directions for the use of the drug) - 주의사항, 부작용, 경고 및 발생가능한 약물 상호작용 (Precautions and relevant warnings, including common severe side or adverse effects or interactions that may be encountered)

보관방법은 주로 소아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항생제 서스펜션, 인슐린이나 특정 점안액 등 냉장보관용 약물의 경우 중요한 정보다. 또한 항생제는 일정기간 복용을 완료해야하는 반면 진통제나 증상경감제는 필요시에 사용한다는 점, 미국에서 FDA가 메디케이션 가이드를 첨부해야하는 약물들의 경우 핵심을 짚어주는데 이전 회에서도 언급했지만 너무 많은 경고와 주의는 환자에게 불필요한 두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에 환자의 수준에 따라 적합한 핵심 정보를 추려야한다.

약물상호작용과 관련된 상담 중 지금도 어떻게 말해주는 것이 좋은지 확신이 없는 약물상호작용이 하나 있다. 프로톤 펌프 억제제 (PPI)와 플라빅스의 병용이다. 2년여전 Prilosec (omeprazole), Nexium esomeprazole), Prevacid (lansoprazole), Aciphex (rabeprazole), Protonix (pantoprazole) 등 PPI 위장약과 플라빅스가 병용되면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플라빅스 조제시 이런 내용의 메디케이션 가이드를 첨부해야하며 월그린 시스템에도PPI와 플라빅스가 같이 처방된 경우 DUR 창에 'Major'로 경고가뜬다. 문제는 PPI와 플라빅스 병용은 실제 임상환경에서 너무나 빈번하다는 사실이다. 항혈전제로 인한 소화기계 출혈 부작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같이 처방하는 의사들이 많고 사실 플라빅스를 매일 복용해야하는 환자연령층은 PPI 위장약 한가지 정도는 원래 복용해오던 노인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위험이 있더라도 실제 임상환경에서 PPI와 플라빅스 병용은 피하기가 힘들다.

변호사가 너무 많이 배출되어 소송 천국인 미국에서 어쨌든 소송에 말리지 않으려면, 월그린 시스템이 경고하는 한, 나는 경고대로 복약상담에 이런 약물상호작용 내용을 포함시킨다.

"If you take omeprazole with Plavix, a risk of cardiovascular events can be increased. But if the risk of gastric bleeding from Plavix, the blood thinner, is higher, you should take the both as prescribed by your doctor."

작년에 어떤 한 환자는 주요 약물상호작용으로 심장발작위험이 높아진다면 자기는PPI를 복용할 수 없다면서 의사가 처방을 변경하도록 연락하라고 요구했다.(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의사에게 연락했더니 의사가 이 환자는 PPI를 복용해야한다고 최종적으로 확답을 주었는데도 결국 이 환자는PPI 처방을 안 받아갔다. 너무 많은 정보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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