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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대 성추행 사건 100일, 진실공방에 얼룩

  • 이혜경
  • 2011-09-05 06:44:48
  • 피해자 2·3차 피해 확산에 "학교다닐 자신 없다"

의대생 3명이 6년간 동고동락한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 2개월 만인 지난 7월,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가해 학생이 예비 의사라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공분을 샀다. 누리꾼은 순식간에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실명과 사진, 과거 과외 경력 등 일부 가해 학생에 대한 사생활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신상털기'를 통해 언론 보도된 서울 유명 사립대학이 고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출교조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고대 안암 캠퍼스는 고대의대 가해자들의 출교를 촉구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프라인 서명운동은 고대 교정에서부터 시작됐다. 8월 29일 2학기 개강 당일, 900명에 이르는 재학생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5월 21일) 100여일이 지났지만 가해 학생의 징계 수위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대학이 쉬쉬하는 사이 지난 7월 10일 구속 기소된 가해 학생은 3차례에 걸쳐 재판을 받았다.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학생이 2, 3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여학생은 원래 '그런 이미지(남성편력 의미)' 아닙니까?…2차 피해 우려

이번 성추행 사건은 여학생 1명이 남학생 3명과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에 놀러가면서 발생했다.

사건이 공개될 당시 '의대 동아리 MT를 떠났다, 4명이 아니었다, 술에 취해 발생했다, 여학생은 기억을 하지 못했다' 등 여러가지 가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피해 여학생은 고소장에 고소 사실을 정확히 적어냈다는 전언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여학생은 잠을 자고 있었고, 깨어보니 사건을 부인하는 배모씨 이외 다른 2명이 여학생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특히 2명은 이미 타액 검출 등으로 증거물이 있어 성추행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으나, 배모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배모씨의 혐의를 풀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있다.

배모씨는 지난 6월 의대 동기들 60여명을 대상으로 피해자가 ▲평소 이기적이다 ▲사생활이 문란했다 ▲사이코패스다 등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3차 공판에서는 변호인단이 증인심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해 ▲이 남자 저 남자랑 (만나는)…그런 이미지 아니냐 ▲평소 이미지에 더해 이번 사건이 발생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느냐 등 피해 여학생의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재판관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피해 여학생은 2일 MBC 라디오 손석희 입니다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피해 여학생은 "여자 혼자 남자 셋이 가는데 따라 갔냐, 그걸 초래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다른 여자애가 같이 가는줄 알았다"며 "당일 못 오게 됐다는 얘길 들었지만 6년 동안 동고동락 하면서 자주 여행을 다녔던 사이라 그냥 같이 가게 됐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출교처분이 아닌 그보다 약한 처분을 받아서 혹시 나중에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면 저는 그들과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징계 수위 늑장대응… 뿔난 학생들

사건 발생 100여일이 지났지만 구속까지 된 가해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징계 처분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징계수위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학교 측이 입을 열지 않자 고대 성폭력연대회는 오늘(5일) 부터 성범죄 인식·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성추행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은 지난 6월 사건 발생 이후 같은 교실에서 기말고사를 치룬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고대의대 강의실 모습, 동 사건과 무관함)
재학생들의 불만은 학교의 늑장 대응이다.

지난 2005년 이건희 명예 철학 박사 학위 수위 반대, 학벌주의적 차별 등에 대응하다가 14일 만에 출교를 당한 강영만, 김지윤, 서병진, 안형우, 주병준 등 5인은 징계 절차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충분히 전후 조사를 한 연후에 징계 수위가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별 조사도 없이 마녀사냥 속에 사건 발생 14일만에 출교라는 초강경 징계를 당한 트라우마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수 일이 지난 후에도 상벌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성추행범과 피해자가 같은 교실에서 기말고사를 보고, 초호화 변호인단이 꾸려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파렴치범들이 의사를 직업으로 삼을 기회를 줘서는 안된다"며 "퇴학에 그칠 경우 한 학기만에 복학할 수 있고, 피해자는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사생활 침해 등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사이,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5일 제4차 공판을 통해 피고인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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