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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 앞둔 향남제약단지는 지금 '폭풍전야'

  • 이탁순·어윤호
  • 2012-02-14 06:45:00
  • [현장취재] 비용절감 '고민'하고…전기 절약에 떤다

향남제약공업단지를 가다!

[향남=이탁순 기자]봄기운 때문이었을까? 겉으로 보이는 향남제약공업단지는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약가인하 이슈로 복지부와 소송전을 준비하는 제약업체 공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입구에 '일괄 약가인하 반대' 플래카드가 없었다면 이곳이 정말 제약사 공장이 모여있는 향남단지인가 의심을 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장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속은 곪아가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4월 약가인하를 앞두고 태풍의 눈처럼 고요할 뿐, 앞으로 다가올 비바람에는 별다른 대책을 찾을 수 없었다.

기계는 일하고 싶지만 인력이 없네

월요일(13일) 오전이라 이곳 공장장 대부분이 서울 본사 회의로 부재중이었다. 다행히 삼천당제약은 본사 회의가 화요일에 잡혀 있어 공장장을 만날 수 있었다.

"요즘 분위기 어때요?" 삼천당제약 공장장인 김대욱 전무는 질문을 듣자 쓴웃음부터 지었다. 향남 공장장 모임에서도 요즘 같은 질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단다.

김 전무는 "본사에서는 공장의 비용절감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유지는 커녕 (사람) 내보내는 것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인력감축할 인원도 공장에서는 모자랄 판이라고 하소연한다. 김 전무는 "IMF 이후 공장은 최소한의 현장 인력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다만 정책적으로 늘어난 인원이라곤 품질 관리 인원인 QA, QC인력들인데 이런 고급인력들을 내보낼 수 있겠냐"며 손사래친다.

공장 조직도를 보니 제조인력보다는 품질관리 인력이 더 눈에 띈다.

본사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공장장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기계는 놀고 있어도 사람이 없어 가동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원준 안국약품 이사는 "현재 인원 가동률은 80% 수준이지만, 기계 가동률은 50%에 머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다보니 가동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 수탁생산 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동생동이 허용되고 수탁 단가도 크게 떨어진 상태라 이 역시 만만치 않다고 토로한다.

외자사 공장도 원가절감이 화두다. 한국오츠카제약 양희도 생산관리본부 팀장은 "정리해고 계획은 없지만, 본사에서도 투자비용 절감을 강조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비싼 수입자재라면 국산화해 비용을 줄인다. 삼천당제약은 80원에 수입하던 포장용 필름을 국내에서 개발해 60원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가장 단순하고 우격다짐식 대책은 현 인원 가지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대신 초과근무를 줄여 인건비가 더 발생하지 않게끔 해야한다.

이에 대해 한원준 이사는 "많이 팔아야 하는 영업사원뿐만 아니라 한정된 인력갖고 더 만들어야 하는 공장 인력도 죽어나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으론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딜레마다. 4월 약가인하로 반품이 쏟아지면 생산량 증대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사는 "반품을 생각한다면 생산량을 어떻게 조절해야할지 애매하기 짝이 없다"며 "지금 상황이 꼭 4월 약가인하를 앞둔 '폭풍전야'의 시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 직원들이 타정된 의약품에 불량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향남=어윤호 기자] 올 겨울 향남제약공업단지는 '엄동설한'이었다. 반값 약가정책도 모자라 정부의 피크시간 전력 사용제한 조치까지 맞물려 혹한기 훈련을 제대로 받았다.

단지 내 몇몇 공장들은 공전력을 포기하고 자체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충당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올해 늘어난 수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3일에 100만원 가량의 유류비를 부담하며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정기적으로 갖는 향남 공장장 모임에서는 아예 자금을 모아 대형 발전기를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유류비 부담이 크더라도 전력량 초과로 부과되는 300만원의 벌금을 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김대욱 삼천당제약 공장장은 "제약공장은 GMP 기준 상향으로 설치한 공조기, 조명 등 설비로 어느때보다 전략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 특수성의 고려없이 일괄 적용을 시켜버리니 답이 없다"고 말했다.

수면양말 신고, 발전기 돌리고

전력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안국약품은 점심시간 식당 난방운영을 30분 늦췄고, 삼진제약은 피크시간을 피하기 위해 아예 점심시간을 11시30분부터 12시까지로 줄이고 퇴근시간을 오후 4시30분으로 앞당겼다.

삼천당제약은 생산동을 제외한 사무동의 난방 가동을 중단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모든 제약사 사무실의 실내 온도는 16~18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양희도 한국오츠카 본부장은 "사무실에 있으면 발이 너무 시려 수면양말을 신고 근무했다"며 "공장 전 직원이 겨울내내 추위와 싸웠다"고 밝혔다.

한국오츠카제약이 전력제한 대비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발전기.
다행히 2월이면 전력제한 조치가 끝나지만 다가올 여름을 생각하면 맘을 놓을 수가 없다.

제약공장의 여름은 제습, 냉방 비용으로 겨울보다 약 2배 가량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진제약은 예전에 구비해 둔 발전기를 수리해 올 여름 전력 제한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한원준 안국약품 이사는 "약가인하 때문에 최소 지난해 대비 생산량을 20% 늘려야 매출 하락을 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겨울은 겨우 버텼다지만 여름을 생각하면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천경호 삼진제약 공장장은 "4년간 생산라인 하나씩 GMP 인증을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전력제한 때문에 이제서야 시운전에 들어갔다"며 "시운전을 해야 인증 자료를 식약청에 제출하지 않겠나. 정말 큰일이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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