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한끼 점심 값과 2만명 실직, 맞 바꿀수 있나"
- 최은택
- 2012-03-08 06:45:00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제약 "약가인하 법익 불균형"...복지부 "과잉입법 아냐"
- PR
- 약국경영 스트레스 팡팡!! 약사님, 매월 쏟아지는 1000만원 상품에 도전하세요!
- 팜스타클럽

복지부의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약가 일괄인하의 충격파는 너무 크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법리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령 체계상의 문제나 과잉금지원칙 위배, 포괄재위임 금지위반, 재량권 일탈과 남용,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등이 대표적이다.
◆과잉금지원칙 위배=정부의 행정조치는 정책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또 당사자 권리나 자유를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수단이 선택돼야 한다.
행정법이 정하고 있는 이른바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4월 약가 일괄인하는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한 정책결정일까?
제약업계는 "월평균 보험료 4700원과 제약산업 종사자 2만여명의 일자리를 맞바꾸자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건강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는 2926만여명(직장 1330만9000명, 지역 1595만3000명)이다.
약가 일괄인하에 따른 약값절감액 1조7000억원은 가입자 한명당 연간 5만6000원(월 4700원)의 보험료와 맞먹는다.
결국 건강보험료를 월평균 4700원, 한달 점심 한끼 값을 덜 내게 하기 위해 제약업계 종사자 2만명의 일자리를 뺏겠다는 게 이번 약가 일괄인하 정책의 본질이라고 제약업계는 주장한다.
가입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에 비해 제약업계 종사자들이 침해받는 법익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도 약가인하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다. 일정기간 시점을 유예하거나 단계적 인하를 통해 충격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 침해의 원칙 문제는 보다 구체적인 부분에서 틈이 보인다. 연매출 130억원 규모의 A제약사는 부도를 맞아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20억원 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월 보험료 4700원을 절감시킨다는 정부 정책이 이 기업을 다시 생사기로로 내몰고 있다.
이번 조치는 또한 개별 품목의 원가나 기술력 등 물질적 기반이나 가치가 고려되지 않고 획일적으로 이뤄졌다. 품목별로 접근하면 약가인하로 발생한 명시적인 기대손실보다 실질손실은 더 클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제대로된 영향평가 조차 수행하지 않았다. 고용영향 분석은 국회 토론회에서도 지적됐지만 묵살됐다.

이 정책만으로도 1조원에 달하는 약값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복지부는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빌미로 추가 약가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은 6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누적수지는 1조5600억원 규모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 우려가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제약업계에 일시적인 충격을 가하면서까지 추가 조치가 필요할만큼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복지부 또한 약값절감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폭이 감소했고 이를 통해 가입자의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긴급성보다 가입자 부담감소를 더 염두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제약업계가 "선거의 해를 맞아 국민들에게 가시적인 증표를 보여주기 위해 밀어붙인 '표(票)퓰리즘'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설령 재정위기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지출합리화가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의료공급자에게 지급하는 행위료는 수천억원만 건드리고 약값은 조 단위로 깎는 것은 책임분담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약제비 증가 최대 원인인 사용량 통제보다 약값을 깎는데만 치중했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법령 체계상의 문제=요양급여기준에관한규칙은 약가 직권결정 사유로 13개 항목을 열거하고 있다.
이중 약가 일괄인하는 '약제 결정 및 조정기준이 변경돼 복지부장관이 상한금액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 조항에 근거한다.
예상 사용량 초과나 급여범위 확대, 실거래가조사 등 다른 항목은 직권조정에 합당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약가 일괄인하는 성격을 달리한다.
특별한 사유없이 하위법령의 '별표'(산정기준) 규정이 변경되면 장관의 재량에 의해 언제든지 약값을 조정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 같은 규정내 다른 항목과 비교해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예측가능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위법령에 규정된 약제상한기준 변경에 기속돼 이 규칙의 직권조정 조항이 가동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위임체계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전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개별 약제의 상한금액이 제약기업의 기대가격인 점을 감안하면 상한기준을 변경해 기등재약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고 그 자체가 재량권 일탈과 남용의 문제를 낳는다.
새 상한기준이 정한 53.55% 또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기보다 임의적으로 정해진 수치다. 이는 약가 인하폭을 정하는 기준선이라는 점에서 재량권 논란으로 귀결된다.
부수적이지만 재평가 과정에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스크리닝' 기능 또한 사실상 제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점이다.
◆반론의 여지=복지부도 할 말은 많다. 제약산업은 그동안 연평균 13%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약값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이 그동안 초과이익을 구가해왔고 그만큼 국민들(보험자)이 돈을 더 부담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런 불합리한 약가구조는 비정상적인 시장경쟁을 유도했고 불법 리베이트의 토양을 제공했다. 새 약가제도와 약가 일괄인하는 제약산업의 비정상적인 토대를 바로잡고 체질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 제도를 만들면서 시기시기마다 법률검토를 거쳤다"면서 "제약업계가 제기할 수 있는 법리적 쟁점은 충분히 점검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약가 인하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지만 예외범위 확대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적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책적 고려=제약업계와 복지부의 이 같은 상반된 주장과 입장은 지리한 법정공방을 예고한다. 판단은 전적으로 재판부의 몫이다.
제약분야 한 전문변호사는 "제도 자체부터 진행절차까지 법리적으로 다툴 쟁점이 적지 않다"며 "소송여부는 제약사들이 결정하겠지만 기권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측 관계자는 그러나 "4대강 재판에서 볼 수 있듯이 법리적인 쟁점을 넘어 정책적 상황까지 폭넓게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수용되더라도 제반 정책적 상황을 고려해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월 보험료 4700원과 2만여명의 대량 실직사태, 법정공방에서 재판장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심리를 진행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
복지부도, 제약도 장담못할 집단 약가소송 '개막'
2012-03-07 06:45:00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