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짝퉁 냄새 풍기는 말 '복제약'을 폐(廢)하라
- 조광연
- 2012-07-17 06: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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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와 '복제'라는 두 단어가 약사와 제약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단어 자체로는 토를 달게 없다. 그 만큼 무덤덤하고 가치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어에 '조제'와 '약'이라는 또 다른 명사를 가져다 뒤에 붙여 보면 어떤가. '대체조제와 복제약' 말이다. 약사와 제약인들은 이 두 단어에 금세 불편함을 느낀다. 대체조제는 약사에게, 복제약은 제약인들에게 그야말로 비호감 언어다. 일반인들에게도 이 두 단어가 그리 편안하게 다가가지는 못한다. 뭔가 석연치 않은 '짝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사와 제약인들은 한결같이 이 두 말이 바뀌어야 한다고 문제 삼는다.
대체(代替)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것으로 대신한다'는 의미다. 바꾼다는 뜻이다. 조제는 약사가 의사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구성하는 행위다. 행위이되 의약품 상호작용이나 부작용 같은 잠재적 위험이 약사의 전문적 식견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진다는 면에서 고도의 전문적 행위다. 그러면 약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체조제란 무엇인가.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허가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증한 '같은 성분, 같은 함량, 같은 제형' 중에서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가 선택해 조제하는 행위다. 의사가 '신고배'를 처방했는데 약사가 사과를 내어주는 행위가 아니라는 의미다. 약사가 조제하는 배 역시 식약청이 신고배의 속성을 고스란히 갖췄다고 인정하는 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대체조제'라는 말에 부정적 느낌을 갖고 '신고배를 사과로?'라고까지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대체'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대체가 바꾼다는 의미를 내포하다 보니 의사의 처방을 약사가 '엉뚱한 그 무엇으로 바꿔치기 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부지불식간에 들게 된다. 약사법이 규정하는 까다로운 대체조제의 조건을 일반인들은 다 알 수 없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서 대체조제에 대한 부정적 염려를 덜어내어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착한 설명'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같은성분 대체조제 혹은 동일성분 대체조제'처럼 말이다. 과문하지만 모든 약사들이 이같은 운동을 펼친다면, 일반인들의 '변경조제'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체조제가 약사법에 나오는 용어라면 복제약은 법에는 전혀 나와 있지 않은 '공무원의 언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각종 보고자료와 보도자료 등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복제약의 어원(?)은 영어 제네릭(Generic)이다. 제네릭은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비싼 돈을 내가며 보전해줬던 '특허값이 없는 약'이다. 그래서 저렴하다. 미국에서 제네릭은 상표명 없이 성분명으로만 쓴다해서 '상표명이 없는 의약품'으로 통용된다. 일본에서는 특허 끝나고 나중에 나왔다고 해서 '후발의약품'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단계를 거쳐 복제약이 됐다. 복사기 문화가 막 시작됐던 1980년대는 카피(Copy)약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복제약'이라는 말이 정부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말들에서 '노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무임승차 같은 느낌만 감지된다.
비아그라 제네릭 먹으면 죽을 것 같은 보도 남발…식약청은 침묵
마땅한 우리 말을 찾지 못해 나온 이름이 복제약라는 설도 있지만, 이를 정치적 언어로 보는 시각역시 존재한다. 흔히 오리지널이라고 부르는 최초 개발 의약품에 비해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그 가격 역시 오리지널에 비해 현저히 낮아야 한다는 논리를 덧씌우기 위해 꺼내든 말이 복제약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에서 복제약이라는 용어에는 '막 찍어냈다'거나 '베꼈다'는 부정적 뉘앙스가 묻어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널리쓰이는 불법복제 같은 말들의 영향을 받으면 은근 불신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또 다국적 제약회사가 자사 복제약을 굳이 '하이 퀄리티 제네릭(High Quality Generic)'이라고 내세우는 것도 국산 제네릭이 로우 퀄리티(Low Quality)라는 점을 살며시 강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허가행정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 미국 FDA 수준에 버금가도록 허가기준을 끊임없이 높여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체조제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유 한잔 마시자고 모든 사람들이 젖소를 키울 수 없듯 모든 약국이 1만 종의 의약품을 쌓아두고 환자들을 맞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대체조제는 유용하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특허가 끝났는데도 오리지널이라는 과거 명성 때문에 고가약을 쓰는 현실에서 대체조제는 보험재정을 안정화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따지고 들어가면 대체조제가 지지부진한 것은 대체조제라는 용어의 모호함 때문은 아니다. 그 보다는 과거 정부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하는 점이 훨씬 많다. 바로 복제약이 그런데, 대표적인 사례가 생동성시험 조작 파문이었다. 준비가 부족한 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무리할 정도로 생동성시험을 밀어부치다 오히려 대체조제의 기반인 국산의약품의 불신만 키워 놓은 과오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금도 뼈 아프다.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그토록 적극적인 홍보를 했던 정부라면 자신들의 과오에서 비롯된 '대략 난감한 대체조제나, 질이 낮고 믿을 수 없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 국산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 국산 제네릭에 대한 바른 인식만 전파돼도 대체조제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을텐데 정부는 모른척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복제약이라는 용어부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혁신형 제약까지 선정해 놓고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국산의약품의 위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마찬가지다. 최근 비아그라 제네릭들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각종 보도가 나오는데도 식약청은 침묵하고 있다. 비아그라 제네릭을 잘못 복용하다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것처럼, 혹은 중국산 가짜 바아그라보다 더 위험한 물건처럼 취급하는데도 무대응이다. 맷집이 좋은 것인지, 어이 없어 대꾸를 않는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제네릭 안전성 이야기는 식약청에 관한 이야기다. 제약산업 경쟁력 증진과 대체조제 활성화의 출발점은 바로 국산의약품의 신뢰 담보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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