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젠더
- 데일리팜
- 2012-12-1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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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어느 무정자증 남성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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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사상 대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는 현실의 풍자와 예쁜 남자의 연기 때문에 관객이 더욱 매료되었었다.
지난 세계여성대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것은 바로 섹스(sex)라는 단어에 대한 시비였다.
성을 표시하는 단어로 널리 인식돼 왔던 섹스 대신 젠더(gender)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섹스는 젠더의 위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국제적으로 '젠더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사전에서 보는 섹스와 젠더의 실체는 어떨까. 섹스는 '성·남성·여성·성욕·성교'등으로 풀이하는 한편 젠더는 '성·성별'이라고만 짧게 기술되어 있다.
섹스는 타고난 생식기에 따라 남녀의 성을 규정짓는 반면 젠더는 인간이 성장하면서 사회·문화·주위 환경에 따라 자신을 나타내는 성, 즉 남녀의 주체성을 내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자 같이 행동하는 남성의 젠더는 여성이고, 여자가 남장을 하고 남자같이 행동하는 여성의 젠더는 남성으로 보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젠더라는 말을 맨처음 사용한 사람의 미국의 소아내분비 심리학자인 머니 박사. 그는 외부 생식기가 모호한 소아 환자들에게 미치는 성의 주체성, 즉 젠더의 역할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엔 여권 신장의 상징적인 단어로 젠더가 사용됨으로써 그 의미가 보다 확산되어가는 추세다.
생리적 현상으로는 남성은 남성적인 젠더에 의해, 여성은 여성적인 젠더에 의해 성적으로 지배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정상인이라면 18개월에서부터 3세 사이에 이러한 젠더의 주체성이 확립된다.
그러나 유아기에는 이러한 젠더의 결정이 어려울 때가 있다. 즉 생김새만 보아서는 남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젠더를 어떻게 잘 이끄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정신적·정서적 경험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진료실에 아주 곱상하게 생긴 미남형의 환자(23세)가 찾아왔다. 머리도 구불구불 염색하여 얼핏 보기에 아가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성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하소연한다.
우선 외부 생식기를 진찰해보니 페니스와 음모는 정상적인 상태인 반면 정자를 만들면서 남성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고환은 도토리 크기 정도로 용적이 매우 작았다.
즉 생식기 발육이 매우 미약한 상태였다. 군에 입대하려고 신체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발견되어 2차 검사(정액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무정자증으로 판명되어 입대를 못한 것이다.
우선 호르몬 검사를 실시했다. 예상했던 대로 남성 호르몬을 이루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고 성선을 자극하는 뇌하수체 호르몬은 증가되어 있었다.
즉 고환 기능이 약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성선 자극 호르몬만 증가된 것으로 보아 1차적 고환기능부전 환자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다음 단계로 염색체 검사를 해보니 놀랍게도 47XXY로 나왔다. 정상 남자는 46XY이고 여자는 46XX인 것인데 염색체 하나가 더 많은 것이다. 이러한 증세를 일컬어 '클라이네 펠터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외모는 일단 남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Y염색체가 있는 경우에는 고환이 발육되므로 남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선천적 고환기능부전으로 성욕 저하 및 무정자증이 나타나며, 따라서 아기도 가질 수가 없지요."
P씨는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의 장애를 어느 정도 예감은 했지만 막상 진단을 듣고보니 그만 앞이 캄캄해진 모양이었다.
"현재의 고환 상태로 보아 남성 호르몬 분비가 불가능해요.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남성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남성 구실을 할 수가 있지요."
그랬더니 환자는 뜻밖의 요구를 했다.
"저... 차라리 여성 호르몬 치료를 받게 해주세요."
"네??"
갑작스런 주문에 놀라 이유를 물었다. 이야기인즉 P씨는 어려서부터 외부 생식기 모양이 남자(섹스)라는 이유로 당연히 남자(젠더)의 모습으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이 괴롭게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철이 들면서 남자라는 역할이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더군요. 남자라는 사실이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모르는 고민에 빠져들게 된 거죠. 도저히 이성적 상대로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잘 생긴 남자를 보면 공연히 가슴이 뛰고 흥분되기까지 합니다."
다소곳한 자세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P씨의 표정이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그를 보는 순간 어느 누구라도 여성으로 착각하겠구나 싶었다.
부모 형제들에게도 도저히 말하기 어려운 비밀, 23년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섹스와 젠더 사이에서 고민해온 P씨는 이제 더 이상은 자신을 속이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제라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성을 찾아야겠다고 고백하는 그를 보며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47XXY에서 비활동성으로 있어야 할 X염색체가 활동성으로 나타나면서 여성의 젠더를 원하게 된 성전환증 환자의 눈물, 하느님께서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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