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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약회사가 강한 이유는 대체 뭘까?

  • 조광연
  • 2013-05-04 06:34:48
  • 깨알처럼 미세한 디테일이 강점

|열여덟번째마당-일본 제약회사들의 섬세함|

모처럼 일본의 대표적인 제약회사 다이이찌산쿄를 취재할 기회를 만들어 2박3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말이 좋아 2박3일이지 저녁늦게 갔다 첫 비행기로 돌아왔으니 취재시간은 6시간 정도 되겠네요.

속속들이 알아보기엔 절대 부족한 시간이죠. 그래도 우리가 처방받아 먹는 약들 중 상당수가 소위 '일제'일 만큼 성공한 일본 제약산업인터라 나름 성심성의껏 살펴보고 싶었죠.

생각 같아선 개미핥기처럼 긴혀를 내밀어 이리저리 흩어지는 개미들을 샅샅이 뱃속으로 집어 넣고 싶었지만 결과는 수박 겉 ?기로 끝난것 같습니다. '후루룩 후루룩' 나름 열심히 핥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수박을 반쯤은 잘라 핥았으니 '이런게 수박향이겠구나'하고 어림짐작은 하게된 것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다이이찌산쿄의 사례가 곧 일본 제약산업 전체의 이야기는 아닐테니 참고만 하세요. 알고보니 이 회사 벤처회사더군요. 다이이찌나, 산쿄 모두 의약품을 연구하던 대학교수들이 된다 싶은 결과물을 가지고 제약회사를 차린 거에요. 그렇게 시작했으니 연구개발은 그냥 습관으로 일상화됐고, 세월이 흐르면서 회사 DNA가 된겁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유행하는 신약개발 DNA를 떼어다 이식해 놓은지 얼마되지 않는 국내 제약사와는 태생부터 다른 것이죠.

이 회사 R&D센터에 들렀더니, 다이이찌와 산쿄의 핵심적인 연구자들의 개인사부터 연구결과물까지 모아 역사전시실을 차려놨더군요. 연구자들이 곧 설립자였어요. 이곳 전시실 관장님 참 꼼꼼하셨어요. "아노, 이분은 일본 10대 발명가중 한분으로 칭송받는 분이고, 아노, 이분은 비타민 B1을…"이라며 설명을하는데 놀랐습니다. 우리 방식대로라면 2분 코스도 안됐거든요. 후루룩, 끝이잖아요. 인증샷 몇장 곁들이고요. 관장님의 친절한 설명에 속에서 불이났는데 신약개발하려면 마음속 화부터 다스려야 겠지요? 그런데 이 전시실 일반에게 공개된답니다. 인기도 꽤 높다고 합니다. 놀이공원도 아닌데 말입니다. 실험실 안내를 맡은 박사들도 세심하기는 관장님 저리가라였어요.

다이이찌산쿄 본사 2층에 차려진 제약산업 체험관. 월요일만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호 6시까지 개관된다. 인체의 비밀부터 의약품 몸안에서 작용, 제약산업의 가치를 CG로 보여준다.
연구센터 전시실이 다이이찌산쿄가 새로운 연구와 개발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면 본사 1층과 2층에 있는 체험관은 제약회사가 인류건강, 아니 내 건강에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하는 곳인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었죠. 모든 체험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CG로 구현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약이 몸에 들어가 각종 수용체와 결합해 작용하는 장면도 알 수 있고, 우리 몸이 왜 아픈지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 준답니다. 체험을 하고 났더니 '제약회사 이거 장난 아닌데'하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이 체험관 매니저는 "평일 방문객이 많은데 대부분 감동받고 간다"고 알려 주데요. 우리나라에도 좀 보여주고 싶었는데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하더군요.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 선생님의 정신을 발휘해 볼까하다가 멈췄답니다. 젠틀맨이고 싶으니까요.

아참, 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 모 제약회사 관계자들도 답사하고 갔다고 하니 금명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체험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합니다.

잘하는 무엇인가에 비춰 또 무엇인가 반성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살짝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행태에 거울을 건네주고 싶습니다. 제약업계 사람들은 한결 같이 "제약산업, 잘 한것도 많은데 허구헌날 제약산업만 갖고 그래"라는 식의 불평이 많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한게 별로 없습니다. 자신들의 비즈니스에만 충실했지, 산업의 가치나 중요성을 사회에 설득하려고 한 게 없거든요. 인류 건강에 혁신적으로 기여할 만한 제대로된 물건하나 내놓은 게 없다는 이야기죠. 만약 글리벡 같은 혁신적인 신약을 국내 기업중 누군가 내놓았다면, 그래서 한해 수조원씩 벌어들이고 있다면 체험관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어쩌면 체험관이나 역사전시실이 차려져도 문제일지 모릅니다. 콘텐츠가 없으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최근 걱정되는 일도 있습니다. 제약협회 홍보실장 채용 문제 입니다. 한명의 홍보실장을 뽑는데 각계에서 30여명이 지원을 했다는 겁니다. 모처럼 흥행에 제약협회도 상기됐다고 합니다. 아마도 새롭게 뽑힐 홍보실장에게는 '제약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긍정의 이미지로 색칠하라는 특명'이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 인물은 무슨 수로 상할대로 상한 불법 리베이트의 악취를 감싸 향기로운 물건으로 포장할 할 수 있을까요? 어림없는 일이겠죠. 그렇다고 홍보실장이 불필요하다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 한사람에게 거는 기대에 앞서 제약회사 스스로 더 제약회사 답게 변신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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