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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사, 내건 말과 액션 차이나 이질감 불러

  • 최은택·어윤호
  • 2013-06-05 06:34:58
  • 혁신·투명성·윤리 외치지만 결국 속내는 이윤추구

에이즈환자인 A씨는 먹먹했다. 외국계 제약사 외국인 한국지사장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다.

통역을 맡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도 얼굴을 찌뿌렸다. 그는 한국의 보험약가가 너무 낮아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약이 시급하게 필요한 환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단 한 바이알도 내놓을 수 없단다.

A씨는 다른 에이즈치료제로는 더이상 반응하지 않아 반드시 이 약이 필요했다. 한쪽 눈은 이미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이러다간 생명도 잃을 수 있다.

한국지사장에게는 약값이 더 중요했다. 본사가 정한 국제가격기준보다 낮게는 국내에 공급할 수 없다고 했다.

A씨 뿐 아니라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증질환자들이 피킷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외자계 제약사들은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독점권을 이용해 제약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고 볼멘소리다. 그 사이에서 환자들의 건강권은 돈 보다 가치가 없다.

외자계 제약사들은 본사가 정한 가격을 지키기 위해 전방위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은 외자계 제약사 로비와 압력으로 경질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의약분업 초기 건강보험 재정파탄 해소방안 중 하나로 #참조가격제와 #최저가실거래가제를 도입하려고 했더니 무섭게 몰아치더라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의 주장이 맞다면, 그들에겐 장관 하나 쯤은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외자계 제약사는 질병치료와 인류의 건강증진을 최우선의 가치에 두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속내는 초과 이윤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불신의 골은 높기만 하다. 혁신과 투명성, 윤리를 외치지만 이면엔 이윤논리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만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가 설정한 국제 약가기준이 무너지면 과연 외자계 제약사는 손해를 보는 걸까?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주요 외자계 제약사 11곳이 2009년과 2010년 각각 이익금을 본사에 배당(송금)한 금액은 600억원을 조금 넘는다.

송금액만 놓고보면 본사의 이익률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외자계 제약사 본사는 한국법인에 제품을 팔면서 이미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

외자계 제약사 출신인 한 전직 CEO는 "약가만 글로벌 프라이스 정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급가격도 그렇다"면서 "한국에 들여오는 공급가는 여타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본사가 수입원가 자체를 높여 충분히 이익을 구가한다는 것이다. 외자계 제약사 한 관계자는 "공장이 있는 국가에서 바로 한국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법인이 가맹점이나 대리점처럼 본사로부터 횡포를 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계 한 제약사는 본사가 의약품 대금결제 화폐를 결정한다. 매년 애널리스트 분석을 통해 달러와 유로화 가치를 비교해 더 이익이 큰 화폐로 결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밀어넣기' 사례도 있다. 가령 신약인 A제품의 수입원가를 한국법인은 800원이 적정하다고 제시했는데 본사는 1100원으로 더 높게 요구했다.

협의를 거쳐 950원으로 조정됐는데, 수입량을 5배 이상 늘리면 공급단가를 850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국법인에 제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 외자사 국내법인은 한국 지사장의 출세욕에 희생당하기도 했다. 본사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한국법인 명의로 수년에 걸쳐 400억원 가량을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국내 제약계 관계자들은 공장이나 R&D센터도 없이 사실상 수입도매상 역할을 하는 외자계 한국법인들이 혁신 제약사 흉내를 내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입만 열면 혁신 윤리 투명성을 이야기하는 데 국내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완제수입 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임상도 제품판매와 직결된 후기임상 위주로 진행하면서 마치 R&D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처럼 포장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에서 국내 제약사도, 시민사회단체도 다국적 제약사의 긍정적인 역할은 외면하며 '외자(外資) 제약'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관념 안에서 다국적 제약사는 '우리'안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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