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는 왜 작은 자궁용종도 배를 가른다는 거지?
- 이혜경
- 2013-06-15 06: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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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7개 질환 포괄수가제 상급종합병원 확대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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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엄마, 이야기 들었어? 포괄수가제인지 뭔지 시행하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복강경 수술 안한다며!"
"복강경 수술이 뭔데? 포괄수가제는 또 뭐고. 의사들은 툭 하면 안하겠대?"
독자여러분, 소식 들으셨죠?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들이 7월 1일부터 복강경 수술을 안 하겠대요. 무조건 안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백내장, 편도, 맹장, 항문, 탈장, 자궁, 제왕절개 등 7개 질환 수술 때문에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 가보셨어요?
지난해부터 1, 2차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7개 질환에 한해 진료, 검사 및 처치 횟수, 수술 방법 등에 상관없이 똑같은 입원진료비를 받도록 하고 있어요.
검사, 치료, 주사, 약품비 등 가격을 따로 계산해 청구하는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7개 질환은 질병 종류와 정도에 따라 나라에서 정한 일정한 진료비만 지불하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된 거죠.
이 제도가 7월 1일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 돼요.
문제는 포괄수가제 해당 과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거예요. 산부인과는 복강경 수술 금지 카드까지 꺼내들었어요.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비디오 카메라와 각종 기구들을 넣고 시행하는 수술 방법이죠.
이 방법이 없을 때는 개복 수술을 했어요.
말 그대로 배를 열어서 수술을 하는 건데 종양 크기에 따라 10cm 이상 배를 가를 수 있어 흉터는 물론 회복 기간이 길죠.
산부인과 의사들이 포괄수가제를 상급종합병원에 강제적으로 적용하면, 복강경으로 가능한 수술도 모두 개복 수술로 하겠다고 선언을 한거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나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산부인과 질환이 '제왕절개술'과 '자궁 및 자궁 부속기 수술'이예요.
제왕절개는 알겠는데 자궁 및 자궁 부속기 수술은 대체 뭘까요?
그냥 자궁과 관련된 부인과 수술 '몽땅' 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이제 조금 실감이 나세요?
제가 여성이라 그런지, 산부인과 의사들이 복강경 수술 금지 카드를 꺼낼 때 적잖이 당황했어요. 만약 이대로 포괄수가제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적용되고 산부인과에서 복강경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자궁 내에서 작은 용종이 발견되더라도 배를 갈라야 하는 거야? 아! 끔찍해. 생각하기도 싫더라고요.
그러면, 왜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토록 여성들에게 참혹(?)한 카드를 꺼내들었을까요.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게 되는 질환은 4개과 7개질환이예요. 앞에서 이야기 했었죠. 그 중 2개 질환이 산부인과 영역이죠.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부인과 수술의 대부분이 포괄수가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제왕절개분만이 전 분만의 약 40%를 차지하고 산과 수술의 95% 이상에 해당한 다네요.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은 부인과 수술의 80% 이상이고 골반과 관련된 모든 수술에 속한다는 게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입장 이예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면 수술 방법에 상관없이 일정한 진료비만 지불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복강경과 개복 모두 같은 수술비가 책정되는데, 자궁이나 난소, 난관의 종양은 크기나 성질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서 개복을 하게 되면 다양한 크기라도 종양제거에 큰 시간차가 없대요.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복강경수술은 지름 10~15mm의 좁은 원통을 통해 절제된 종양을 잘게 부숴 꺼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크기와 개수에 비례한다는 거예요. 이렇게 공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다른데 같은 진료비가 책정되니깐 좋아하겠어요?
더 끔찍한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산부인과학회에서 '당장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임산부'를 예로 들어서 설명했어요.
임신 41주 초산모가 질식분만을 위해 입원해서 유도분만을 시도하는 상황이라 가정해봅시다.
유도 약물을 2일간 투여했지만, 분만진행실패로 3일째 제왕절개술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포괄수가제가 적용된다면? 병원은 2일간 자연분만을 위해 투여한 약제, 진통 중 태아 심박동 감시 검사, 입원료 및 2일 동안 투여된 간호 인력의 노력 등에 대한 수가를 받지 못해요.
결국 마지막 행위가 제왕절개술이었으니, 국가가 정한 진료비만 청구해야 하거든요.
아직 이해가 안가세요? 산모들은 자연출산이나 유도분만을 하고 싶을 거예요.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하고 싶은 산모들은 거의 없을 거 아녜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자연출산과 유도분만에 실패하고 제왕절개술에 들어가는 경우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제왕절개술을 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거라는 얘깁니다.
복강경 수술로 할 수 있는 자궁 근종 제거를 개복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 자연분만을 하고 싶지만 제왕절개를 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 현재 정부가 구상한 포괄수가제 상황에서는 이 상황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우려입니다.
우려가 기우로 그쳤으면 좋겠는데. 과연 정부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줄까요?
산부인과 의사들이 원하는 건 딱 두 가지입니다. 심각한 동반질환 없는 제왕절개술과 개복에 의한 자궁적출술을 포괄수가제 우선 대상으로 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중증도 변이를 반영한 제도정비로 서서히 확대하자는 것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는 18일 산부인과학회가 '포괄수가제 강제 적용 대응 심포지엄'을 연다고 하네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사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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