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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대한민국은 정말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을까?

  • 조광연
  • 2014-04-30 06:14:59
  • [케이스 스터디] 동아에스티 '슈퍼항생제'가 보여준 역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들은 최근 동아에스티(예전 동아제약)가 라이센스 아웃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테디졸리드에 대해 승인을 권고했다. 이 약물이 내성균으로 인해 야기된 감염증 치료에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뜻이다.

이 약물이 FDA를 통과해 세계 각국에서 팔리게 되면 동아제약은 한국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으며, 전세계 시장 판매분에 대한 러닝 로열티를 받게된다.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의 눈으로 테디졸리드를 바라보면 애석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조원 매출이 예상되는 이 품목을 글로벌 시장서 관장하는 곳은 동아에스티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아는 비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의 작은 벤처에게 유망한 신물질의 권리를 라이센스 아웃했다.

과연 대한민국은 언제쯤 직접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2007년 동아는 왜 후보물질을 팔아야 했나=넘버원 기업이었던 동아제약의 당시 프로파일을 보면 매출은 6359억원, 매출액 R&D 비율과 금액은 6.23%에 396억원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이같은 동아제약이 꽤나 괜찮은 것으로 평가했던 신물질(DA-7218)을 라이센스 아웃한 곳이 동아보다 규모가 현저히 작은 벤처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이 벤처 회사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항생제 개발을 경험한 인적자원이 모였다고는 하나 동아와 견줘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동아제약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아가 이 유망한 신물질을 비임상만 마친 단계에서 라이센스 아웃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임상관련 이슈였다. 당시 임상 피험자를 모으기가 어려웠던데다, 혁신약물에 대한 임상을 확실하게 이끌어갈 기관도 찾기 힘들었다. 또 MRSA 감염 항생제 임상 규정과 방법 또한 복잡했다는 것이다.

시장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국내 항생제 보험 적용범위가 한정적이고 시장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글로벌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글로벌 개발은 실상 '돈덩어리'나 마찬가지. 유망한 물질이었지만, 동아 홀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험부족도 걸림돌이었다. 당시 국내 넘버 원이었지만 그에 걸맞는 글로벌 개발 경험도 많지 않았고, 국제적인 허가규정(레귤레이션)이나 스탠다드에 취약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2014년 동아가 이 후보물질 가졌다면=동아에스티 연구개발 관계자는 "만약 지금 테디졸리드처럼 유망한 신물질이라면 글로벌 신약 개발은 웬만큼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상전과정과 해외 마케팅까지 다 할 수는 없을지라도 발기부전약 자이데나처럼 2상 임상까지 개발한 후 라이센스 아웃함으로써 '몸값'을 높였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 조인트 벤처를 세우고 초기부터 투자자를 유치해 동아의 비중을 더욱 키운 방식을 고려할 만큼 역량도, 용기도 커졌다"면서 여러가지 전략적 제휴 방식중 한가지로 조인트벤처를 예로 들었다.

역설적이며 흥미로운 건 이같은 용기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테디졸리드의 라이센스 아웃이라는 점이다. 라이센스 아웃을 통해 글로벌 신약의 개발 능력을 축적할 수 있었으며, 테디졸리드를 통해 세계 항생제 업계에 동아제약의 위상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글로벌 신약은 '경험의 총합'이라는 말과 동격이다. 이 관계자는 "FDA와 EMA 같은 곳에 제출할 다큐멘트 역량도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럽고 유연한 미국의 투자 환경=테디졸리드 초기 개발을 주도한 곳은 작은 벤처였던 트라이어스였다. 국내 기업들이 '돈먹는 하마'라며 제일 무서워한다는 임상개발 비용을 이 작은 회사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 회사는 모두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해결했다. 작은 벤처회사가 글로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는 곧바로 대한민국 제약산업 육성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이 작은 벤처는 큐비스트에게 인수됐지만, 큰 시각에서 보면 유망한 물질을 가진 곳에 돈이 몰리고, 그래서 이 회사가 개발을 좀 더 가시화시키면 더 큰 규모의 회사가 사들여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가는 시스템이 바로 오늘날 미국을 제약강국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신약의 부가가치성에 대한 높은 사회적 인식이야말로 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관계 부처도 역할을 찾아야 한다. 신약개발 펀드조성 설명회가 열리면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모이고, 미래이익의 가치를 높이 보는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펀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질환 거점 연구소의 필요성=대한민국은 글로벌 신약을 품을 수 있을까?

2014년 대한민국 제약산업 환경은 2007년 동아제약이 유망한 물질을 비임상 단계에서 라이센스 아웃할 때와 달리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의 신약개발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학계의 기반지식과 인프라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상시설 및 병원의 임상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신약개발 자체에 대한 직접 투자가 이뤄질 때"라고 말한다. 시장 분석에 밝은 삼오제약 김미경 전무는 "국내 제약산업의 역량이 상당부분 충족됐다"고 말한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제약업계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거점연구소 집중 지원과 다양한 임상 개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특정질환에 대한 거점 연구소를 지정해 선택과 집중, 전문화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A사 항생제, B사 당뇨, C사 희귀질환 같은 방식인데 개별회사 지정방식이 어렵다면 산학연을 묶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제약회사들의 글로벌 임상을 지원해줄 필요성이 크다고 이 관계자는 말한다. 국내 기업들의 역량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임상을 선뜻 시작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회사들의 경우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내 개발을 선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외로 간다는 전략을 펴지만 대부분 결과는 '만시지탄'의 후회로 나타난다.

국내서 우물쭈물하며 개발시기가 늦어지다보면 시장엔 경쟁약물이 꽉차 있고, 투자비용 회수 가능성도 그만큼 사라진다. 그래서 좋은 후보물질이 있어도 아예 글로벌 신약개발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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